<워더링 하우스>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세 개 뿐이지."
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환한 빛이 어째서인가 지나치게 낯섭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 줄은 몰랐습니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이 결혼을 만인이 축하한다고…
그 히스 꽃밭에서 당신은 로먼과 이별했습니다.
이별의 이유는 명백히 당신의 결혼을 취소시키기 위한 그의 행동 때문이었을 텐데요.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 사용인이 들어와 기쁜 낯으로 당신에게 의복을 건넵니다.
사용인: 출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오늘 저녁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할 다른 준비가 모두 끝났답니다.
차주현:... (잠깐 혼란스러운 눈을 했다가 이내 아주 잘해왔던 얼굴. 모든 감정을 숨긴 얼굴을 하며 제 앞에 있는 사용인에게 입을 연다.) ... 그런데, 결혼식이라니. 혹시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나? ... 어쩐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사용인: (당신의 말을 듣고는 오히려 자신이 더욱 의문스럽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손뼉을 작게 치며 활짝 웃음을 짓는다.) 너무 들떠 잠시 잊고 마신 거지요? 그 유명한 캐모마일 가문의 자제분과 약혼 하셨잖아요?
차주현:... 잠시만? 캐모마일이라고? (답지 않게 매우 당황한 눈치로 말을 꺼낸다.) ... (목이 턱 막히는 기분에 잠시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진정을 하고 제 앞의 사용인을 바라보았다. 진실을 말하는 것 같긴 한데...) 그랬었나... 어차피 정략이니까 잊고 있어도 뭐... 그럼, 혹시 요즘 린튼 가는 어때?
사용인: 네 캐모마일 가문의 자제분이요! 비록 얼굴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왕가와 직결되어 있는 거대한 가문이니 분명 결혼이 성공한다면 이 저택의 위상이 엄청나질 거라 들었답니다. 소문으로는 그 자제 분도 굉장한 신사분이시래요. 혼담이 몇 개나 들어왔는데도 구태여 도련님께 먼저 정략혼을 청하다니, 좋은 징조가 분명해요! 아, 린튼 가문은...(신나서 말을 잇다가 안타까움을 표하려는 모양인지 눈썹을 팔자 모양으로 내려 뜨며 답한다.) 의문의 실종 사건으로 이제는 일원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하던데, 이젠 한참된 얘기이니 도련님께서 마음 쓸 필요는 없답니다.
차주현:... (아무말 하지 못하고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갑작스레 들려온 당신의 소식은 내가 멍해지기에 충분했으니까. 흔들리기에 충분하고 말고.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애써 미소를 담았다. 사용인에게 조금 다정한 목소리로,) 그랬구나... 요즘 여러모로 정신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오래 잡아뒀네... 준비 부탁해. 늦으면 안 되니까.
사용인: 네 도련님, 일정이 조금 빠듯할지도 모르지만 아름답게 있으실 수 있도록 준비 해드릴게요.
사용인은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빗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정돈합니다.
이 모든 일말의 정돈된 손길을 받다보면 묘한 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린튼 가와의 결혼식 전 로먼이 당신에게 건넨 돌봄과 동일합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이후 사용인은 짐을 챙겨 당신을 저택 입구에 대기한 마차로 데려갑니다.
마차는 오페라 하우스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향할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입니다.
오페라 하우스라기보단 거대한 궁전에 가깝다 했던가요.
1층에 준비된 거대한 홀에서는 연말마다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들었습니다.
함께 탄 사용인은 곁에서 그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왕족과 고위 귀족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당신의 결혼 축하 파티와 공연, 나아가 식까지 진행될 거라 들뜬 목소리를 냅니다.
마차 바퀴가 미약하게 덜컹이며 당신을 데리고 이동합니다.
갑작스레 다시금 들이닥친 정략 결혼도 그렇고,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뀔 따름입니다.
오전에 출발한 마차는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의 외곽을 마주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의 절벽 근처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도시 외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는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해안가가 존재합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캐모마일 가와의 결혼은 왕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한다던가요.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향하자 떠들며 입구 안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짐을 들고 당신을 따라오던 사용인들도 따라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그들의 시선은 당신을 향했다가,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놓은 채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이동합니다.
누군가의 탄성과 같은 외침을 증명하듯 로먼이 잔잔한 웃음을 머금은 채 당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마지막 기억 속에서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깨끗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조우했을 때 너덜하게 자리했던 상처가 조금도 없다는 것.
남루하지도, 슬퍼 보이지도 않는 당당한 외관은, 미미한 오만함이 깃든 영락없는 대귀족의 태도입니다.
가꾸어진 머릿결은 단정하며 입은 옷에서는 귀태가 흐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모양새가 낯설지 몰라도 그는 로먼입니다.
당신에게 고정된 저 두 눈을 보면 알 수 있죠.
당신 이외 그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으려는 깊은 회색빛의 눈이.
로먼 캐모마일:(깊은 회색빛의 눈으로, 너를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가 잔잔한 웃음을 머금은 채로 너에게 다가온다. 정제된 발걸음, 품위가 넘치는 태도. 영락없는 대귀족의 모습으로, 바로 앞에서 너를 마주하고는 흰 장갑을 벗고 너에게로 손을 내민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는 로먼 캐모마일 이라고 합니다.
차주현:(익숙하고도 그리웠던 깊은 회색의 눈, 입가에 잔잔하게 번져있는 미소. 나에게 다가오는 그 모습. 모든 것이 적응이 되지 않아 심장이 자꾸만 두근거린다. 그럼에도, 공식적인 자리이니 최대한 나 자신을 억누른다. 그리고, 나는 기억이 있지만 너는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어쩌면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 제게 손을 내민 당신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닿는 손이 다시금 심장을 울려서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떴다. 얼굴엔 잔잔한 미소를 담고는.) 캐모마일 가의 자제 분을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그대를 만날 생각을 하니 그리 멀게 느껴지지도 않더군요. (진심이자 거짓인 말. 당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곤 내뱉는 어색한 첫인사.) 전, 차주현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로먼 캐모마일:듣던대로 아름다우신 분이시군요.(어쩌면 그저 단순한 인사치레로 들릴 법한 말, 그럼에도 그 말이 단지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역시나 너만을 눈에 담고 있는 그 집요한 시선일 탓이다. 등지고 있는 오페라 하우스의 화려한 불빛, 그 빛들이 산란하여 저의 표정이 너에게 그다지 잘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저는 기꺼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어주며 말을 이어나간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비록 정략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부부가 될 몸이니 결혼식까지의 사흘 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을까 모르겠군요.(절대 그럴리가 없음에도 본래 지니고 태어난 듯한 귀품 있는 말투와 태도. 수려한 동작으로 맞잡은 손을 들어올려 제 입가에 가져다대고는 짧게 입을 맞춘다.) 오늘 밤에는 가벼운 웰컴 파티가, 내일은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왕실 사람들과 우리를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모래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가 꽤 큰 규모로 열린다는군요. 알고 계시겠지만 결혼식은 사흘 뒤입니다. 일정이 빡빡하나 불편함이 없도록 하지요.(말을 마치고는 당신의 손을 놓아주고 다시금 흰 장갑을 손에 낀다.)
차주현:... 과찬이십니다. (저 역시 당신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았다. 원래라면, 피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별 후 재회의 간절함이 대담함을 만들어 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람이 정말 단순하기도 하지. 아직 아무런 확신도 없는 것을. 어쩌면 화려한 불빛으로 당신이 조금은 흐릿하게 보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었을테니까. 나는 당신한테 언제나 약해서 당신의 앞에서라면 약해지고 마니까.) 사흘이 남았군요... 첫인상이라. (그리 말하곤 잠시 뜸을 들이곤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로 말했다.) 품위부터, 매너까지 모두 완벽하셔서 나쁘다고 생각이 들 틈도 없더군요. 지금 이리 대화하고 있는 것 마저도. (제 손에 입을 맞추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본다. ... 그 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었던가. 갑작스럽게 스쳐지나가는 기억들에, 그 기억 속 당신의 모습과 지금의 당신이 겹쳐보인다. 무너질 뻔한 미소를 애써 유지한다.) ... 의외로 일정이 많네요. ... 괜찮습니다. 결혼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이 쯤은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당신이 행동하는 대로 시선이 따라간다. 무심코 그 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튼, 아까도.. 말했지만. 사흘동안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그 후도.
그때, 어딘가에서 로먼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난처한 낯을 짓는 것도 잠시,
이만 들어가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웰컴 파티에서 다시 제대로 대화하자는 말을 남깁니다.
로먼이 사라지고,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섭니다.
들어서기 무섭게 궁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하지 않게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기둥, 황금 장식이 당신을 반깁니다.
삼삼 오오 모인 귀족들이 곳곳에 포진된 상태입니다.
로먼은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 서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아 받고 있는 관심이 지대한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당신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인사합니다.
: 아, 자네! 나 기억 나나? 사돈의 팔촌에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 바튼 윌슨 말일세! 자네의 1세 생일 잔치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많이 컸군!
차주현:아아... 그렇군... 내 1세 생일 잔치..라... 그걸 기억한다면 천재라고 불러 마땅할텐데. 난 그럴 인간이 아닌지라. (묘하게 불쾌감을 드러내지만 이내 감춘다.) ... 뭐어, 다음부턴 기억하도록 하지. 이것도 어찌보면 연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니...
: 하하 그래그래, 유머 감각도 뛰어나구만! 어찌되었건 결혼 축하하네! 나는 일찍이 두 가문이 좋은 인연을 맺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네.(시답잖은 말을 늘어놓으며 주절거린다.)
차주현:축하는 식 당일에 해도 될텐데... 아무튼... 고맙네. 따로 갈 곳이 있어 이만... (슬그머니 자리를 피합니다.)
거대한 아치문의 양 기둥은 황금빛을 띠고 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끝없이 들어옵니다.
최소 젠트리 이상의 계급이며 그마저도 일부로, 대부분은 명망 있는 귀족들입니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족들이 당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했습니다.
차주현:(천천히 시선을 옮겨 홀을 둘러봅니다.)
바로 앞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콘서트 홀 입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웰컴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들이 군데 군데 자리한 상태입니다.
차주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곳 저곳에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연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의 손길이 아름답게 묘사됐음을 깨닫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VIP 게스트를 위해 따로 마련한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이 휴게실 안쪽에 자리해 있습니다.
차주현:(아직... 숙소에 갈 시간은 아닌 것 같은데... 다시 발걸음을 돌려 식당 입구 쪽으로 가봅니다. 뭐 준비하고 있으려나.)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아직은 식사 때가 아니기에 그닥 분주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차주현:(흠...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가봅니다.)
콘서트 홀의 2층 좌석으로 향하는 계단입니다.
1층을 둘러보고 있던 도중 집사가 당신에게로 다가와 숙소로 안내합니다.
휴게실이 있는 옆 건물 2층에 위치한 숙소에는 당신과 로먼만이 머무른다고 하던가요.
거의 처음으로 부부 될 사람들의 모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순간이니 몇 번이나 신경 써도 모자라겠지만…
당신은 그런 사소한 것들보다 로먼이 더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전한 저녁이 찾아오고, 홀에는 아까보다 사람이 줄어들었습니다.
초청된 가수가 느릿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게 들립니다.
웰컴 파티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주인공들과 그 친인척, 초대받은 하객들의 도착을 축하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고 있네요. 그러니 이렇게까지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거겠죠.
거의 모든 상황이 린튼 가와의 정략혼이 결정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주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한 번만...더...)
차주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만 하고 달리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의 가문 친인척이 몇 서있습니다.
장인의 손을 타 정성껏 세공된 시계와 브로치 등을 단,
대놓고 ‘나는 대귀족이다’라고 선언 중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 자들이 캐모마일 가문의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차주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들 대다수의 눈빛이 흐리멍텅함을 발견합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위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차주현:(...?)(묘한 기이함을 느끼곤 약간의 불안감이 피어오른다.)
설리먼 캐모마일: 어머, 당신이 저희 가문의 결혼 상대 되시는 분인가요?(흰 장갑을 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살짝 웃음 짓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로먼의 첫인상은 괜찮던가요?
차주현:(로먼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는 것을 듣고는 가까운 가족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최대한 경계를 풀어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네, 맞습니다. ... 첫인상이라. 워낙 기품있고 매너가 완벽하다는 게 첫인상이라 안 좋을리가 없지요. (잠시 꺼낼 말을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곳의 분위기는 어떠십니까.
설리먼 캐모마일: 어머, 저에 대한 건 차차 알아가도 괜찮지 않나요? 저는 그보다 당신에 대한 게 궁금한데,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다거나 가족, 친인척 관계나 하는 것들 말이에요.(입가를 가리고 있던 손을 내리고는 묘한 표정으로 당신을 집요하게 바라보며 묻는다.)
차주현:네? (살짝 당황한 듯 눈을 꿈뻑였다. 저를 집요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다시금 원래의 표정을 되찾고는 곤란하다는 듯 표정을 살짝 찡그렸다.) 전 곧 결혼할 사람에 그대와는 가족이 될 사이이니 그것도 그대와 같이 서로 천천히 알아가면 되지 않을까요. 뭐어... 하나 알려드릴 수 있는 건 이 결혼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겠지요. (질문을 회피하려 하는 듯 했다.)
당신이 질문을 회피하려 하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 스쳐지나가더니 다시금 당신에게 사적인 것들을 집요하게 묻습니다.
차주현:
말재주
기준치: |
55/27/11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함만더)
차주현:
말재주
기준치: |
55/27/11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설리먼 캐모마일: 뭐... 그러신가요? 그다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을 빤히 바라본다.)
로먼 캐모마일:...설리먼,(사람들 사이에 섞여 대화하다가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무리에게서 빠져나와 다가온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손짓하여 설리먼을 물린 뒤 너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실례를 범했네요. 부디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차주현:(고개를 숙이는 당신에 고개를 살며시 젓는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궁금하신 게 많을 법도 하지요. ... 캐모마일 가와는 연이 거의 없었으니... 그리고 곧 가족이 될 사이이니 이해합니다. (그리 말하며 당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슬며시 미소를 머금어 봤을까.)
로먼 캐모마일:그렇다면 다행입니다.(숙였던 고개를 들어 당신과 마주하며 함께 미소를 지어준다. 잠시 말을 고르는가 싶더니 이내 시덥잖은 말을 이어나간다.) 결혼식을 축하하는 피로연에서 함께 춤을 추어야 한 텐데, 제가 실례를 범하지는 않을지 걱정이군요.
차주현:춤이라...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본다.) 걱정은 제가 해야할 것 같습니다. ... 여러 사람들과 합을 맞춰 봤지만 그대와는 처음이라 떨려서 실수를 할지도 모르겠군요. ... 잘 이끌어주시리라 믿긴 하지만요. (뭔가, 당신을 이 전부터 아는 것마냥 말을 해버린 것 같아서, 말을 한 뒤로 깨달아 버려서 살며시 시선을 피했다가 다시 맞추었다.)
로먼 캐모마일:그리 믿어주신다니 영광이군요.(제 시선을 피하는 네 모습에도 그저 화려한 샹들리에의 빛을 받으며 여유롭게 웃음 짓더니 너에게로 한 걸음 다가선다. 여유로운, 여유로운 표정이었던가. 문득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듯 입술을 달싹이고 있는다.)
설리먼 캐모마일: 어머, 이번에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꽤 서로가 마음에 든 모양이에요? 아주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네, 하지만 이쪽에도 관심을 줘야지 않겠어요? 부모님께서 찾으시는데,(어느샌가 아까와 같은 웃음을 머금고 나타나 로먼에게 손짓하며 말한다.)
로먼 캐모마일:...그럼, 이만 가보아야겠습니다. 내일 다시 뵙죠.(설리먼의 말을 듣고는 다시금 너에게서 물러난다. 다소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뒤를 돌아 군중 속으로 사라진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습니다.
당신과 로먼의 방 사이에 있는 방들은 모두 비어있는 모양입니다.
이 숙소에 머무르는 이는 둘 뿐이라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요.
주어진 당신의 방은 넓고 침대는 푹신하나, 영 잠이 올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당신의 손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죽음을 선사했던 총소리가 아직도 선명한데,
달빛 아래 지진할 정도로 지독한 꽃향기를 뿌리던 에리카 꽃도 선명한데,
뒤척이던 당신은 문득 창밖에서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의 시선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지독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좇아 창밖을 보면 그곳은 놀라우리만치 시커먼 밤이 깔려 있습니다.
시선은 창밖에서부터 온 사방으로 퍼져 피부를 따갑게 찔러댑니다.
생존에서부터 비롯된 선연한 공포감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차주현:
SAN Roll
기준치: |
68/34/13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마비라도 걸린 듯,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이 서서히 굳어갑니다.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식은 땀이 뺨과 목덜미에 맺힘을 자각하고 나면 어느새 몸은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로먼 캐모마일:...문, 열어주세요.(이렇다 할 말을 덧붙이지 않는다. 이 새벽에 너를 찾아온 것 만으로 의문이 여럿 생길테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문 너머로 들리는 숨이 가쁘다. 그 짦은 거리를 급하게 뛰어온 모양이지.)
차주현:(숨을 몰아쉬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쓴다. 누가 찾아왔을지 이미 예상이 되어서. 최대한 멀쩡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한동안 눈을 지긋이 감고 있다가 문을 연다.)
로먼 캐모마일:(문을 열어주자마자 여유가 넘치던 아까의 모습과는 달리 다소 다급한 동작으로 너의 팔을 붙잡고 눈으로 상태를 살피더니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방문을 닫고 들어와 너를 지나쳐 창문으로 간다. 잠시 바깥을 내다보다가 이내 창문까지 모두 닫고 나서 뒤를 돌아 그대로 너를 마주하고 있는다. 이윽고 너에게로 다가오는 발걸음, 그리고 겹쳐지는... ....입술,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 후에야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차주현:(당신을 말릴 새도 없이 당황한 표정으로 우선 고개를 끄덕인다. 뭐 때문에 이럴까. ... 아까 내가 느낀 이상한 걸 똑같이 느꼈나, 하는 상념이 잠시 떠오른다. 실례하겠다는 당신의 말에 네,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다. 나와 마주보는 눈. 그 간극이 묘하다. 제게 다가오는 당신을 그저 응시한다. 아무말 없이. 그러다가 맞춰지는 입술에 눈이 커진다. ... ... 갑자기? ... 피어오르는 의문을 억누를 새도 없이 당신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목소리를 들어버리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해도 말을 할 수가 없잖아.) ... 아니에요. (숨을 후우, 내뱉는다.) ... 이대로 다시 방으로 돌아가실 겁니까?...
로먼 캐모마일:...같이 갈까요. 그 편이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습니다.(역시나 온통 의중을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더니 조심스레 손을 들어 너에게로 내민다.)
차주현:... 안전? (불안한 기분이 들었으나 굳이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 당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가 제게 손을 내미는 것에 망설일 뿐이다. 너는 뭘 숨기고 있는 걸까.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그럼에도 당신이 내밀어 오는 손을 거절하진 않는다. 놓쳐본 적이 많아서. 이젠 놓치기 싫었으니까. 당신의 손을 꽉 잡는다. 확신이라도 주려는 양. 당신과 있고 싶다는,) ... 익숙한 곳이 아니라 그런지 조금 잠이 안오긴 하더군요. ... 뭐... 잠들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느새 아까까지 공기 중에 서려 있던 따가운 시선이 사라져있습니다.
알 수 없는 불길함도 가시고, 답답한 곳에서 탁 트인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집니다.
로먼 캐모마일:(자신의 방으로 오기까지의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너의 손을 세게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와 한 손으로 불편하게 방문을 걸어 잠그면서도, 줄곧 네 손을 놓지 않고 있다가 오직 둘만 남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너를 마주하며 천천히 입을 연다.)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명심해주세요. 가문원들의 시선이 어디서든 따라다닌다는 것, 대귀족의 입장인 저는 행동을 자유롭게 하기가 어렵습니다.(잠시 말을 멈추었다. 네 손을 가볍게 끌어당겨 저와 가까이 하고는 네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당신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세요.
차주현:(모든 것은 말해줄 수 없다는 그 말. 지독하게도 익숙한 말이다. 제 손을 놓아주지 않는 그 행동 때문에 겨우 겨우 울컥하여 무심코 내뱉을 뻔 했던 말들을 집어 삼켰다. 집어삼키고는 당신의 말게 고개를 살살 끄덕였다. 입을 열었다간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서.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가 내쉬었다. 당신이 제 손을 끌자 저항 없이 끌려간다. 곧이어 들려오는 말은 조금 절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 또 노려지고 있는 건가.) ... 제가 모르는 다른 게 있나보군요. (겨우 말을 내뱉고는 가만히 그대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당신에게 말하는 한가지의 말.) ... 그런데,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을까요. ... 이상하게 너무 익숙해서. 아무런 것도 거부감이 들지 않아서 말입니다. 이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요. (이미 나는 답을 알고 있다. 그저 당신을 떠보기 위한 말일 뿐이지. 돌리고 돌려서. 여느 귀족들이 하는 것처럼.)
로먼 캐모마일:...그런가요. 언젠가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교계란 곳이 워낙 좁지 않던가요.(모호하게 내뱉는 말, 물음을 던졌으니 답을 해주기는 하였으나 결코 그것만으로 온전한 답이 될 수 없는 말이다. 다시금 판단을 너에게로 떠넘기는 행위였지. 무심코 맞잡은 손을 내려다보며 엄지 손가락으로 가만히 네 손등을 쓸어보더니 이내 손을 놓아주고는 제 침대로 가서 걸터앉아 당신을 올려다본다.) 원하신다면, 밤을 함께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차주현:... 그랬을까요. 하긴.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긴 하니까. (확신이 서진 않았다. 말을 일부러 돌리는 건지,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건지.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표정을 감추기 위한 행동이었다. 손이 놓아지자 허전한 느낌에 괜히 손을 쥐었다가 편다. 미약하게 남은 당신의 낮은 온기마저 사라진다. 애써 미미한 미소를 머금어보았을까. 거리감에 다시금 일렁이는 해일을 억누른다.) 그대가 괜찮으시다면 오늘 밤만 실례하겠습니다. ... 슬슬 익숙해 져야겠지요. 같이 살 사이이니.
로먼 캐모마일:(네가 하는 행동을 빤히 바라본다. 불안해서일까, 혹은 무언가 숨기기 위함일까. 예측되는 이유는 여럿 있었으나 함부로 확신을 할 수는 없었다. 네가 하는 말을 가만 듣더니 작게 웃음을 머금으며 제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린다.) 이리오세요. 당신의 말대로 슬슬 익숙해 지는 것이 좋을 것 같으니, 잠이 오지 않으신다면 도닥여드리기라도 하겠습니다.(하며 먼저 침대에 몸을 뉘였다.)
차주현:(할 수 있는 한 아무렇지 않은 척. 어색하지 않은 척을 하며 당신의 곁으로 다가간다. 아직 가까이 다가가기엔 확신이 없으니까 당신과 살짝 떨어져서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곤 잠시 당신을 바라봤다.) ... 다정하시네요. ... 실은, 방금 제 방으로 오시기 전에 자려다가 가위에 눌려서. ... 부탁드려도 될까요.
로먼 캐모마일:(줄곧 웃음을 머금은 채로 네가 저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어지는 말에 조금 인상을 찌푸렸던가. 그마저도 어둠에 가려 잘보이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금세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이불을 들어 덮어주며 나직이 얘기한다.) 긴장을 하셨나보네요. 낯선 장소이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손으로 침대를 짚어 상체를 세우고는 너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예의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깊은 회색빛의 눈으로, 눈 한 번 깜빡이는 것조차 아깝다는 양 묘한 시선으로 너만을 집요하게 바라본다.) ...주무세요. 내일도 일정이 많지 않나요. 피곤하지 않으시려면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취해두는 편이 좋을겁니다.(하고는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이고 눈을 내리감는다.)
차주현:(어둠 속에서 당신의 표정은 잘 보이지가 않았다. 그저 그리 다정한 사람이라면 조금 걱정을 해주고는 있겠거니,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에 닿고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금세 안심이 된다. 이리도 난 모든 게 당신한테 익숙한데. ...) 아무래도... 그랬나봅니다. 조금 긴장이 되기도 하니까요. 결혼이라는... 큰 행사가. (눈을 지긋이 감았다. 당신이 저를 바라보는 시선은 느꼈지만 굳이 뭐라 하고 싶진 않았다. 그 눈을 바라보고도 싶었지만, 바라보다보면 이 오묘한 사이가 깨어질 수도 있을만한 말을 내가 할지도 모르니까 눈을 감았다. 어찌보면 회피이다.) ... 그대도요. ... 잘 자요. ... 좋은 꿈이 가득하길.
이 사흘은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활은? 도대체 누가 주도한 짓인가요.
어떻게 하면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죠?
의문과 불안감을 배제하고 고개를 들면, 어쨌든 당신과 로먼은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오늘은 왕가에서 손님이 오는 날이라고 했던가요.
왕가와 연결된 거대한 귀족 가문의 결혼식을 축하하여 새로이 제작된 극이라나요.
이루어지지 못한 절절할 사랑 이야기 라고만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극작가가 집필했다니 내용을 기대해봐도 좋겠는걸요.
하지만 하필이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
그러나 의문을 곱씹기도 전 로먼이 문을 열고 들어와 당신에게로 다가옵니다.
아침 인사와 함께 웃으며 간밤 잘 잤냐는 안부를 전하는 태도는 어제 밤 제 방에 들이닥친 그 사람이 맞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로먼 캐모마일:간밤에 잘 주무셨나요. 오페라가 끝나고 같이 밤 바다라도 거니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으러 왔는데, 잠은 잘 주무신 것 같아 다행이군요.(하며 다정한 손짓으로 부스스해진 네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살풋 웃음 짓고는 넌지시 묻는다.) 어떤가요.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차주현:... 밤새 곁에 계셔주셔서 그런지, 아무런 탈없이 잘 잔 것 같습니다. ... 늦잠까지 자버린 것 같군요. (제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는 당신에 아직 잠이 덜 깨 멍한 얼굴로 눈을 꿈뻑이다가 이내 슬며시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쩐지 익숙한 분위기. 안정되는 마음이 살짝은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그럼요. ... 바다, 좋아하거든요. 바빠서 안 본지 오래 됐지만.
로먼 캐모마일: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절벽 아래의 해안가가 꽤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아름다워 보았자 당신의 아름다움에 조금이라도 미칠까 싶지만,(농담인지 진담인지. 웃음을 머금은 채였으나 퍽이나 진지하게 말을 뱉어내는 모습이다. 말을 마치고는 자연스레 너의 손을 잡아 들어올리고는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그 일련의 행위를 이어나가면서도 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준비할 것이 많으니까요.(하고는 네 손을 놓아주고 등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간다.)
차주현:(당신의 말에 잠시간 또 눈을 꿈뻑였다. 당황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 낭만적인 말도 달콤하게 잘 하시네요. ... 그에 대한 보답의 말은 이따, 밤 바다 앞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금 제 손에 가볍게 입을 맞추는 당신에, 저와 눈을 맞추는 당신에 심장이 간질거린다. ... 어제의 불안감도, 또 알지 못할 것들도 당신하고 있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당신을 믿어본다. 로먼 캐모마일, 당신을.) 나중에, 다시 뵈어요.
함께 밤 바다라도 거닐면서 보다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저 사람 좋은 미소와 매끄러운 말투는 어디서부터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2층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콘서트홀 입구가 존재하며, 군데 군데 공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귀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티 테이블 근처에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차주현:(향긋한 향에 묘한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다시 발을 돌려 3층으로 이동해봅니다.)
발을 돌리려 하였을 때, 문득 근처에 앉은 귀부인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로 로먼 캐모마일 씨가 직접 온실에서 키운 걸 가져와 돌리고 있다던데,"
"그 집 가문원들에게도 모두 건넸대요. 특별한 레시피로 제작된 차라나요.”
"과연 맛이 달라요.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아주 좋아지네요.”
캐모마일 티는 불면증을 치료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캐비닛 쪽으로 총총 가봅니다.)
대부분 개인용 열쇠로 잠겨 있으나, 자세히 보니 열려 있는 칸이 하나 존재합니다.
차주현:(열어봐도 되나...?)(열어서 안 쪽을 확인해봅니다. 주인이 누군질 알아내면... 알려주든가 해야지.)
열려 있는 케비닛을 열면 안쪽에는 공연에 관련된 책자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편지 봉투 겉면을 보니 캐모마일 가문원이 쓴 편지인 모양입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으나, 적혀 있는 주소가 묘합니다.
차주현:(...?)(봉투를 열어볼 수 있나요?)
편지 내용을 보려 하면 계단 위로 올라오는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차주현:(어어...)(들키면 좀 곤란해질텐데...)(빠르게 봉투를 열어서 안의 내용을 확인해봅니다.)
차주현:
SAN Roll
기준치: |
64/32/12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차주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캐모마일 가문에 대해서는 알지만 로먼 캐모마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집안 사람들이 로먼에 대한 기억을 잊은 건 이 주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편지 발신자는 캐모마일 가문의 사람이니 이 가문에서 꾸민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뇌 주문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주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누군가 다가와 당신에게 곧 있을 공연의 시작을 알립니다.
오페라 글라스를 챙겨들고 박스석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입구에서 로먼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먼 캐모마일:(잔잔한 웃음과 함께 너에게로 손을 내민다.) 오시지 않기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당신은 워낙 아름다운 분이시니, 누군가의 방해를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요.(오페라 글라스를 눈에 대고 있다가 천천히 내리며 능청스럽게 얘기한다.)
차주현:... 방해를 받아도 이젠 나를 기다릴 그대가 있으니 밀어내겠지요. 잠시 주변을 둘러보느라 늦었습니다. 이 곳에 온 뒤로... 자세히 둘러보진 않아서. (덩달아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는 당신의 손을 가볍게 그러쥔다. 다정을 담아서.)
로먼은 당신을 부드럽게 에스코드하며 콘서트 홀로 들어갑니다.
공연 시작 전, 은은한 노래 소리가 콘서트 홀을 채웁니다.
왕가의 사람들은 맞은 편 박스석에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호위병과 경찰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듯합니다.
5번 박스석 안에는 당신과 로먼만이 있습니다.
로먼 캐모마일:캐모마일 가문원들은 바로 옆 박스석에 앉아있습니다.(여느 때와 같이 잔잔한 웃음을 짓고 있으나 그리 달가워 보이지는 않는 얼굴로 말했다.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이내 무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나직이 말한다.) ...언제 어디서나 자신들의 소중한 양자를 지켜보고자 하셔서요.
차주현:언제 어디서나요? (... 어쩐지 달갑지 않아보이는 당신의 표정이 이해가 갔다. ... 그래, 감시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틀림없다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사랑이 가득하신 건지, 아니면... 집착을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저랑 있으니 안심하세요. 잠깐이라도 편하게... 있으실 순 있을테니까요. 보는 눈이 많을진 모르겠지만. (양자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던 건 당신이 몰라주길 바랐다.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물어보기엔 우리 사이에 간극이 꽤나 커서 숨기고 만다.)
로먼 캐모마일:(무대에 시선을 두고 있다가도 너의 말에 금세 다시 너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만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것들도 이렇게까지 저의 시선을 앗아간 적이 없었는데, 새삼스레 그런 생각들을 하며 멍하니 너를 응시하다가 손을 내어 부드럽게 너의 뺨을 쓸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기쁘네요. 하긴, 곧 부부가 될 사이인데 조금 같이 붙어있는다고 감히 뭐라 할 이는 아무도 없겠지요.
차주현:(이미 난,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눈이 마주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겠지. 다정한 눈, 다정한 손길로 제 뺨을 쓰다듬는 것이 지독하게도 익숙하다. 익숙함에 무뎌지면 안되는 것일텐데. 그저 당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리도 물러져서야. ... 잠시 상념을 물린다.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홀로 이러고 있으면 절망만 커질 뿐이니. 자기만족일 뿐일지라도 지금을 즐기도록 할까.) 오히려 붙어있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정략은 정략이지 않냐며 쉬쉬할지도요.
로먼 캐모마일:그러면 입이라도 맞추는 것이 좋으려나요.(능청스럽게도, 구태여 그리 묻는다. 네 뺨을 쓸던 손을 조금 옮겨, 엄지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아랫입술을 문지른다. 어두운 콘서트 홀, 악기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듣기 좋은 불협화음. 지금 상황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기꺼워서 잔잔히 웃음을 머금고 있다가 슬그머니 당신에게로 상체를 숙인다. 아주 가까이에서, 서로의 숨마저 여실히 느껴질만한 거리에서 나직히 묻는다.) 입을 맞춰도 되겠습니까.
차주현:(당신의 물음에 답하진 못했다. 눈을 꿈뻑이며 그저 당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제 아랫입술을 문지르는 당신에 무심코 얼굴이 붉어졌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어두운 콘서트 홀 덕분에 티가 안 났으리라, 그리 믿으려고 했다. 두근두근 울리는 심장소리가 오케스트라의 음악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 듯 했다. 제게 가까이, 심장소리마저 들릴 것 같은 거리로 다가온 당신을 차마 밀어내진 못했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뜨고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그럼요. 언제곤... ... 밀어내진 않을거니까요.
로먼은 기꺼이 웃음을 짓고는 당신에게로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때였을까요. 문득 극장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배우가 한 명 올라옵니다.
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될 이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위한 시 낭독이 있을 예정이라나요.
물론 왕가의 손님을 위한 것이겠지만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게 썩 듣기에는 좋습니다.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만은 시들지 않으리"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사랑의 시이니 부부가 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겠죠.
낭송되는 시를 듣던 로먼이 문득 중얼거립니다.
로먼 캐모마일: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그리 읊조리며 당신을 바라보는 낯은 한참이나 고요합니다.
마치 고백 내지 청혼처럼 느껴질 정도의 진중한 어조입니다.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이윽고 커튼이 올라갑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나오고 무대 장치가 빛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목숨을 바칩니다.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결코 자신의 사랑과 닿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세상을 좀먹는 재앙의 징조는 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그는 손에 피를 묻혀 이 세상을 지키려 합니다.
달빛이 비추는 꽃밭에서 주인공은 숨을 거두고, 그리고...
그래요, 어디를 봐도 당신과 로먼의 이야기네요.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던 신이 개입한 것입니다.
얼핏 보면 그 '신'은 꽤나 너그러워 보입니다.
목숨을 바친 주인공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그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질 수 있게끔 도왔으니까요.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 두 사람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의 인도에 따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하객들은 일제히 나와 축복을 외치며 춤을 춥니다.
하지만 그 춤과 노래에는 분명한 광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하객들의 눈에는 기쁨보다는 환희가, 행복보다는 맹목이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연신 하객들을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신은 정지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면, 무대 위는 하객을 연기하는 무용수로 가득 찹니다.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무대 장치로 추정되는 눈이 내립니다.
무대 바닥에 묘지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모양의 빛이 비추어지더니…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해피 엔딩이라 치부한 거겠죠.
차주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한 번 더...)
차주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칸막이 너머의 캐모마일 가문원들은 커튼콜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찰나를 노리듯 로먼이 당신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로먼 캐모마일:...나가요.(그 찰나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깊고 굳은 눈으로 너를 바라보며 말한다.)
차주현:(고개를 끄덕인다. 살짝 멍하니 당신을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멍한 정신을 겨우 차리곤 당신의 손을 마주잡았다.) ... 바다라도 보러 갈까요?
로먼 캐모마일:...그러죠.(다소 다급한 발걸음으로, 네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콘서트 홀을 떠나 밖으로 향한다. 손을 잡은 채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안을 따라 무언가에게서 도망치듯 달린다.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 따위는, 폭풍처럼 귓전을 때리는 바닷바람에 더 이상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느껴질 무렵에 이르러서야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는 너를 돌아본다. 여유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순간 너에게로 다가와 너를 깊게 품에 끌어안는다.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이, 온 몸의 감각으로 너를 느끼고 체향을 깊숙히 들이마신다. ...그리고는 작게 내뱉는다. 떨림이 여실한 목소리로,) ...주현아.
차주현:(당신을 따라 달린다. 당신만을 믿고 달린다. 숨이 차도 멈추지 않았다. 놓칠 순 없으니까.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잠깐 숨이 꼬여버려 폐부가 아파온다. 인상을 찡그리곤 다시금 정신을 차리려 해본다. ... 정신 없이 도착한 바닷 바람이 폭풍마냥 귓가에 큰 소리를 자아낸다. 진정을 하고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를 돌아본 당신은, ... 아까의 여유는 어디로 갔는지, 왜 내가 아는 그 사람 같은지. 아, 알았어. 그래... 너도... ... 나를 품에 끌어안는 당신을 마주 안는다. 당신의 품 속에서, 폭풍같은 바닷바람이 이 소리를 가려주길 바라며 울컥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의 해일들을 쏟아낸다. 시야가 흐리다. 뚝뚝 떨궈지는 눈물들이 너무 뜨거워서, 그것에 다칠것만 같았다. 이리도 소란스러운 폭풍 사이로도 들리는 당신의 목소리. 떨리는 목소리에 다시금 울컥, 겨우 겨우 목소리를 내본다. 나 역시도 당신과 같았다.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토록 그리웠던 이름을.) ... 로먼, 로먼 캐모마일... ... (그리곤 더 이을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바닷바람에 더욱 차가워진 당신의 미약한 온기 속에서 얼굴을 파묻을 뿐이었다.)
로먼 캐모마일:(네 체향 사이로 공기 중에 서린 지독한 바다의 짠내음이 느껴진다. 허나 그런 것쯤은 우리에게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겠지. 지금은 너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집요하게 너를 시선에 담아보아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이 있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다정을 꾸며내어서, 꾸며내었음에도 오직 너에게만은 진실인 그 다정으로 네 이름을 달콤하게 속삭이는 것, 저에게로 떨어지는 눈물이 뜨겁다. 그에 화상이라도 입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주현아, 나는 네가 입히는 상처라면 그 어떤 것도 달게 받을 수 있어. 사랑하니까. 사랑이니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세 개 뿐이지. 사랑이거나, 제대로 미쳤거나, 혹은 둘다거나. 나는 아무래도 둘 다인 모양이야. 이렇게까지 너에게 모든 것을 바쳐도 기꺼울 수 있으니, 너를 여전히 단단히 품에 안은 채로, 귓가에 낮게 속삭인다. 그토록 원했던 것을, 질리도록 하겠다는 양.) ...주현아, 주현아. 사랑하는 주현아. 보고 싶었어. 그리웠어. ...미안해. 미안해 널 그렇게 두고 가서,
차주현:(제 이름을 그리도 다정하게 부르며 놓지 않겠다는 양 나를 꽉 껴안는 당신에, 미안하다며 그리 말하는 당신에 속절없이 쏟아지는 눈물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 얼마나 그리웠던가. 이 미약한 온기가, 너른 품이, 당신의 체향이, 그 목소리가. 오직 꿈에서만 만날 수 있던 그것들이, 실제가 되어 다시 내게로 돌아올 줄은 누가 알았을까. 무어라 답을 하고 싶은데 이 지독한 감정의 해일은 잠잠해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마지막에 전하지 못한 말들을. 당신 없이 남겨진 나의 아픔을, 언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온통 쏟아내리라 다짐했던 그 말들은 해일 속에 섞여 지워져나갔다. 겨우 내뱉은 말은 울음기가 가득 섞여 무너지기 직전의 목소리로 전하는 사랑 고백. 그리고 원망.) ... 보란 듯이 잘, 살아주겠다고 했는데. ... 온통, 내 모든 것에 네가 스며들어 있어서... ... 단 한 순간도 너를 잊은 적이 없어. 꿈 속에서 마저도. ... 미안, 하다고 하지마. 그러지 마 제발. 너를, 사랑하니까 괜찮아. 그러니까 제발... 후회한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 (떨리는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섞여 흩날린다. ) 그렇지만 그런 너를 사랑해...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해. ... 이제 몇 번이곤 말할 수 있어. ... 사랑해. 로먼.
로먼 캐모마일:(네게 죄를 고하는 것 말고는 쉬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너를 향해 사랑을 속삭이는 것조차도, 시끄럽게 귓전을 때리는 파도 소리에 제 목소리가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너를 향한 마음이 스스로도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흘러넘쳐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너를 더욱 단단히 품에 끌어안을 뿐이었다. 무너지지 마. 무너져서는 안 돼. 아직 우리는, 아직 나는 너에게 할 말이 가득 남아있는데,) ...주현아, 잘 들어.(떨리는 목소리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나직이 속삭인다. 사랑을 속삭이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목소리로,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한다는 듯이 다급한 목소리로.) 매번 왜 모든 것을 숨기고 네 멋대로 구느냐고 했었지. 그러니 말할게.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어. 당장 들키고 말 테니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 내가, 내가 다시 살아 돌아온 건 내가 한 일이 아니야. 나는 이미 모든 기회를 소모했었으니까. 린튼 가문은 전멸했지만, 아직, 아직 누군가가 너를 원하고 있어 주현아. 결혼식이 끝나는 직후 너를 데려갈 생각이야. ...그러니 도망치자. 결혼식에서, 도망쳐서 우리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자. 걱정하지 마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알겠지?(그리 말하며 너를 조심스레 품에서 놓아준다. 걱정하지 말라고 반복해서 되뇌는 말은 너를 향한 것이기도 했으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안도, 위로, 그보다는 세뇌에 더욱 가까운 말투, 마주하는 얼굴은 눈물로 짓물러 있어서, 이제야 너에게 진실을 고하고 당당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는데 너는 어째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건지.) ...웃어야지 주현아, 응? 나는 네가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떨리는 손을 간신히 내어 네 뺨을, 아랫입술을 천천히 쓸어본다. 같은 행동이었으나 담긴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의 관계를 누군가에게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야. 오직 내가 너를 원하기 때문이지.)
차주현:(그런 당신을 안다. 그렇기에 나에게 죄를 고하는 당신을 더는 나무라지 않았다. 나도 이런데, 당신이라고 감정의 폭풍 속에 잠식되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하는 건 당신을 모르는 사람이나 했을테지. 아, 무너질 것만 같았던 모든 것들이 다시금 당신으로 인해 끼워맞춰진다. 그래, 무너지지 않아.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도 다시 고쳐 단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모두 당신이니까. 이제 그런 당신이 내 옆에 있으니까. 나는 그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아. 그렇지만 왜 이 폭풍은 그칠 줄을 모를까. ... 마치, 마지막 이별 때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이 당신과 나를 갈라놓았던 때처럼. 나직하게 속삭이는 당신의 목소리는 어쩐지 다급했다. 아무런 사고가 돌아가지 않는 머릿속 사이로 그것만은 확실히 들어왔다. 그리고 당신이 하는 말들은, 역시나 이해가 되진 않았어. 그렇지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모두 받아들이기로 하는 나 자신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증명해주기에 충분했으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 그 끝에 너와 나의 일상이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 ... 둘만 있더라도 행복해서, ... 지금처럼 막 울고만.. 있진 않을테니까. ... 아무 걱정 안 해. 그야, (그 뒤의 말을 잇진 못했다. 다시금 차오르는 감정들이 목을 짓눌러서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래. 그야, 언제나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너를 믿을테니까. 한 점 거짓없는 믿음으로 너를 놓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까 당신을 믿고, 너를 사랑할게. ... 나를 품에서 놓아주고 나를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는 당신은, 뭐가 그리도... 왜 그렇게 떨고 있어. 내가 웃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는 당신의 말에 애써 입꼬리를 위로 올려 미소를 지어봤다. 행복이 담긴 했으나, 여러 감정이 섞여 오묘한 미소. 오묘한 미소가 아름다울리가 없겠지.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우는지 모르겠어. 그냥, 그냥 흘러나와. 당신을 마주하는 것 조차도 너무나도 큰 기쁨, 그리고 그동안의 한이 맺힌 것일까. 아니면 현실을 믿지 못해서일까.) ... 나도, 웃고 싶은데... 지금, 너무 행복한데 왜 눈물이 계속 날까. ... 아직 진정, 을 못해서 그런 가봐. (그리 말하며 당신을 바라보는 눈은 지극한 다정이 담겨져 있었다.) 그럼 나 눈물 좀 그치게 키스라도 해줘. 그거,면 괜찮아질지도 모르지. (아니다, 가볍게 말한 것 같지만 가볍게 말한 것이 아니다. 당신을 원하고 있었으니까. 깊게 당신와 맞닿으면 그걸로 정말로 당신이구나를 느낄지도 모르겠어서. 그래서 투정마냥 당신에게 말해보았다. 당신이 마음 아파하는 것 같아서 더 가볍게 말한 것도 없지 않아 있었지.)
로먼 캐모마일:(바닷바람이 폭풍처럼 귓전을 때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이 멀게도 느껴지는 장소, 바다의 짠내음이 후각을 방해하고 심지어는 드러난 살갗에 닿는 소금기가 도저히 기껍게 느껴질 수 없을만한 장소. 결코 사랑을 속삭이기에 알맞은 장소가 아니다. 너에게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며 입을 맞추기에는 더더욱 걸맞은 장소가 아니었지. 그럼에도 나는 낭만을 노래한다. 너는 끝끝내 나의 품으로 떨어져 주었으니 나도 그에 화답을 해주어야겠지. 구태여 나에게 묶여 있을 필요가 없었다. 네가 원한다면 언제고 나를 떠날 수도 있겠겠지. 외사랑으로 끝났어야 할 관계였다. 그러나 당신이 내린 선택이 어리석은 것이라 해도, 설령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 잘못됐다 해도 나는 이제 와서 너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사랑하는 주현아, 그러니 잘 들어.) ...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거야. 네 가문, 지위, 명성,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까지 말 그대로 모든 걸, 사람들의 입에 죽을 때까지 오르내리게 될 수도 있어. 어쩌면 더러운 말들이 오갈 수도 있지. 그래도, 그래도 정말 괜찮아?(실은 그리 물으면서도 네가 혹여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을까 걱정을 했다. 저답지 않게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냐고 확신에 찬 물음을 너에게 던지던 적도 있었다. 확신이라기보다는, 그리 믿고 싶은 것에 가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 나를 사랑해주어야지 주현아, 너는 나를 사랑해야지 그렇지? 사랑해서 미친 걸까 아니면 미쳤기에 사랑을 하게 된 걸까. 그런 물음은 이제 와서 아무 의미도 없었다. 이렇게나 너를 사랑하는데, 이렇게나 너를 갈망하고 원하게 되었는데, 고작 그런 상념에 눈이 멀어 너를 제 품에 담지 못하게 될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았다.) ...키스할까.(그리 말하고는 상체를 숙여 너와 입술을 맞댄다. 저 역시 쉬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그래, 나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으니까.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그 모든 것을 끌어안고서, 너에게 진실을 고하고서야 비로소 너에게 진실된 입을 맞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아, 이를 얼마나 갈망해왔던가. 폭풍이 몰아치는 모래사장 속에서, 바람을 맞고 숨이 멎게 되더라도 나는 기꺼우니. 우리는 폭풍 속에서 웃음을 짓도록 하자. 폐부에 들어차는 너의 숨, 그토록 갈망해왔던 너의 온기. 오묘하게 담겼던 너의 미소를 계속해서 머릿속에 띄우며 나는 기꺼이 너와 입을 맞춘다. 내 머릿속의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그렇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할 테니, 숨이 가빠질 때 즈음 그제야 너를 놓아주고는 숨마저 섞일 가까운 거리에서 나직이 속삭인다.) ...사랑해 주현아, 네가 나를 사랑하게 되었을 그 이전부터 나는 쭉, 너를 사랑해왔어. 네가 나를 처음 불러주었을 때, 네가 나를 처음 필요로 해주었을 때, 내가 만든 음식을 네가 처음 먹어주었을 때. 나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해.(어쩌면, 광기라고 느껴질 법한 사랑이다. 미쳤거나, 사랑하거나 혹은 둘 다거나. 이제 확신할 수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하였기에 미쳐버렸어. 미쳤기에 너를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어. 사랑해. 사랑해 주현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차주현:(그 어떤 장소라도 난 당신과 함께라면 나쁘지 않아. 달빛 아래 잔디밭에서 같이 춤을 췄을 때도, 당신을 잃었던 그 히스 꽃밭도. 그리고 지금 이 곳도. 그 어떤 곳이더라도 나를 놓지 않을 당신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또, 그런 당신에 웃고 울 나를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러니 당신에게도 확신을 주어야겠지. 무심코 피어오르는 다시 당신을 잃을 것 같다는, 당신이 나를 떠날 것만 같다는 생각은 애써 접기로 했어. 나에게 그리도 속죄를 했는데. 그랬는데도 다시 같은 일을 번복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난 모든 걸 용서했고.) 괜찮지 않다고 해도 네가 나를 놓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어. ... 그리고 나쁘지 않고. 몇 번이고... 말 했잖아. 너와 함께 있으면 뭐든 나쁘지 않아. 설령 내 모든 걸 잃는다고 해도 말이야. (어쩐지, 나는 이제 당신을 알 것만 같은데. 당신은 아직도 나를 모르는 것 같다는 상념을 잠시 한다. 나는 이토록 너를 사랑해서 모든 가시밭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나는 너를 사랑해. 죽도록 사랑해서 아직까지도 너를 원할 만큼. 너의 이름이 내 온 마디마디 침범해 와서 너 없인 숨 쉬는 것 조차도 할 수 없을만큼 무력해지는 것이 나인데. ... 당신은 눈빛을 숨기진 못해. 나를 갈망하는 그 눈이, 나를 담는 그 눈이 참을 수가 없어. 마음에도 없는 하나의 상념일 뿐이지만, 어쩌면 당신을 떠나고 싶어도 그 눈빛이 나에게 닿으면 다시 당신에게 안길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키스할까, 라고 물어보는 당신에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였다.) ... 응. (익숙하게 맞물리는 입술이, 손이, 그리고 몸이. 이 모든 게 기꺼워 마지막으로 응어리져있던 해일의 조각이 눈에서 흘러나와 볼을 타고 떨어진다. 이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 내 안으로 들어차는 당신의 숨마저도. ...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아.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내가 죽게 된다고 하더라도 너를 놓을 수는 없어. 숨이 다하는 마지막까지 너를 눈에 담고, 너에게 닿은 채로 끝을 맞이 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드디어 이 폭풍 속에서, 진실된 웃음을 내비친다. 그리고 들려오는 사랑고백에 다시금 환한 웃음을 내비쳤다. 여전히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이 사랑은 우리보다 강해서 우리를 무너뜨렸지만 다시 우리를 이어지게 하는 것이기도 해. 나도 참 미쳤지. 미치지 않고서야 너를 평생토록 놓지 않겠다는 상념을 직접 입으로 말하진 못했을테니까.) ... 모두 기억하고 있구나. ... 있잖아. 실은 난 언제부터 너를 사랑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아. ... 그저,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네가 모두 스며들어있어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날 그렇게 만든 건 너니까. ... 나를 네가 원하는대로 사랑해줘. 나도 너를, 평생토록 사랑할테니까. 이건 변치 않을 진심이야. ... 너도 알지? 사랑해, 로먼 캐모마일. 너를. 너만을. (어쩌면, 당신에게 하는 청혼일지도 모른다. 그리 말하곤 당신을 내 품에 안았다. 당신이 그동안 해줬던 것처럼.)
한참을 그렇게 서로를 품에 담은 후에야 두 사람은 길을 되돌아 숙소로 걸어갑니다.
티 테이블 위에는 언제 준비해둔 건지 향긋한 캐모마일 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평소보다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네, 결코 멀쩡한 결혼식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당최 그 신은 누구며 누가 부활을 이루었고 과거에 당신과 로먼을 데려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끝까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런 당신의 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오페라 하우스는 저녁에 있을 피로연을 위해 분주합니다.
숙소에서 나와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조리 당신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점심 식사는 캐모마일 가와 함께 할 예정입니다.
그의 집안 사람들과 대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긴 테이블이 당신을 반깁니다.
집안 사람들이 모였으니 아는 얼굴들이 꽤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려나요.
식사를 시작하기 전 식당 내부를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창 밖을 내다보면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바닷가 절벽 위에 핀 꽃이 보입니다.
한 데 모아 꽃다발이라도 만들면 예쁘겠는 걸요.
첫날 밤 이 창밖의 바다에서부터 불쾌하고 집요한 시선이 달라붙었었습니다.
창문에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창가를 기어가는 흰 거미를 발견합니다.
차주현:(고개를 돌려 부엌을 봅니다.)(구경구경)
부엌을 보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차주현:
듣기
기준치: |
70/35/14 |
굴림: |
7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보니 캐모마일 가에서 이번 결혼에 공을 엄청나게 들이고 있다지?”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부부 된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에 간다 들었는데, 그래서 뒷풀이 파티는 하객들끼리 진행된다나.”
“그러고보면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들, 꽤 묘하단 말이야. 로먼 캐모마일 그 사람. 난 한 번도 들은 기억이 없거든."
"그리고 그 가문… 원래부터 이렇게 대단한 가문이었나...?”
“원래는 린튼 가가 저 정도의 명성을 독차지 하지 않았어? 그런데 그 집안은 어쩌다 망한 건지…”
차주현:(...)(애써 대화를 무시하고 태연한 듯 의자에 앉아있는다.)
당신이 다시 자리에 앉으면 테이블 위에 각종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비프 웰링턴 등...
결코 모자람 없는 화려한 식단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묘한 점은,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당신을 향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캐모마일 가의 사람들이,
이번에는 어쩐지 평범한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웃으며 내일부터 제 집안의 일원이 되는 것을 축하한다, 잘 부탁한다 등의 인사를 건넵니다.
차주현:(...?)(갑자기...?)(얼떨떨한 표정을 겨우 숨기고는 인사에 예의바르게 응합니다...)
한참 식사를 하던 가운데 당신의 친척 되는 사람이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친척: 아! 그러고보니 오페라 하우스 근처 시내가 있는데, 나가보지 않으시겠습니까? 피로연이 곧이니 쇼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날씨도 이리 좋으니 분명 기분 좋은 외출이 될 거예요.
로먼 캐모마일:어때요? 저는 좋을 것 같은데,(줄곧 턱을 괸 채로 너를 바라보고 있다가 날씨를 확인하려는 요량인지 잠시 창 밖에 시선을 두었다. 그마저도 다시 너에게로 돌아왔지만 말이다.)
차주현:... 나쁘지 않아요. 오랜만에 바깥 구경도 할겸... (잔잔하게 미소를 머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날도 좋으니까 외출하기에 딱이니까요.
로먼 캐모마일:하하, 그럴까요.(미형의 얼굴로 부드럽게 웃음 지으며 작게 웃음 소리를 내었다. 너를 한참이나 더 눈에 담은 후에야 수려한 동작으로 식기를 집어들며 말한다.) 그럼 식사를 마치고 함께 가도록 하죠. 마차는 제가 미리 불러두겠습니다.(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마치고나서야 너에게서 시선을 떼고 식사를 이어나간다.)
차주현:(익숙한 듯 어색한 지금의 분위기가 묘하다. 한참을 나를 바라보는 당신에 괜히 먼저 시선을 거두고는 포크를 깨작거렸다. 차분함을 유지하려는 하나의 수작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신을 계속 보고 있으면 무심코 익숙하게 대할까봐.) ...친절하시네요. ... 감사합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거리입니다.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존재하며 꽃나무가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이 거리에도 꽃이 만발하게 되겠죠.
아, 달빛 아래 만발하는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던 로먼의 모습,
시내 내부에는 기념품 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꽃집이 있습니다.
차주현:(다시 떠오른 그 때의 장면에 다시금 울컥하려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고는 이젠 제 곁에 항상 있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 잡아줘. (그리 말하곤 슬며시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여긴 우리 둘이서만 있을테니까 괜찮겠지. ... 시내는 오랜만이라. 어딜 먼저 가야할지 모르겠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기념품 가게 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여기부터 갈까?
로먼 캐모마일:(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 저마저도 같은 생각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손을 잡아달라 하는 그 말의 의중을 알기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순순히 손을 잡아주었다.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그럴까.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줄게. 남자 친구 지갑, 써야지.(어느새 능글맞은 웃음을 머금은 채 너스레를 떨며 그리 말했다. 너의 움직임에 맞추어 발걸음을 옮겨 기념품 가게로 향한다.)
차주현:(단단하게 제 손을 잡는 당신에 여전히 미소를 띈 채로 저 역시, 조금은 힘을 줘 당신의 손을 잡았을까. 닿는 온기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상념을 잠시 한다.) 남자 친구 지갑...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으래. (뭐든 좋지. 평소 같으면 인상을 찡그리고 그런 말은 왜 하냐며 짜증을 냈겠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유는, 이 모든 게 소중하니까 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었다.)(기념품 가게로 이동합니다.)
각종 골동품과 함께 보석으로 세공된 오르골이나 동물 인형들도 아기자기하게 진열대에 놓여 있는 기념품 가게입니다.
원한다면 이곳에서 서로에게 주고 싶은 물건을 구매함이 가능합니다.
차주현:(잠시 내부를 둘러보며 무심코 눈을 빛낸다. 기억 상으론 오랜만에 나온 바깥이기도 하고. 원체 아기자기 한 걸 좋아했던지라. 아직까지도 잡고 있을 당신의 손을 가볍게 그러쥐었다 당신을 돌아본다.) 이거 너 닮았어. (강아지 인형을 손으로 가리킨다.) 어렸을 때 비슷한 거 있었던가... 익숙하네. (살짝 웃음소리를 흘렸다.)
로먼 캐모마일:(그게...? 하는 표정으로 너를 빤히 바라본다... 이내 태연하게 웃음 지으며 말한다.) 그런가? 근데 그러기엔 저 인형이 너무 못생겼는데,(능청스레 말하며 강아지 인형을 가리키고 있는 손을 겹쳐 잡고 그대로 끌어와 네 볼에 가져다 대었다. 스스로의 볼을 콕 찌르고 있는 모양새.) 나는 이 인형이 더 좋은데?(하며 네 코 끝에 가볍게 입 맞췄다.) 뭐 사고 싶은 거 있어?
차주현:(정말 닮았다는 듯 덤덤한 얼굴로 당신을 마주보다가 이내 인형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뭐가 못생겼어. 귀엽기만 하구만. 설마 질투해? (장난기를 담아 부러 킥킥 웃으며 말해봤다. 아주 어렸을 때로 돌아간 기분. ... 아마, 어렸을 때는 이렇게 같이 거리로 자주 나왔었으려나. 조금은 희미한 기억에 잠시 눈을 깜빡여본다. 그러다 제 손을 가져가 제 볼에 가져다 대는 당신에 눈을 크게 뜨고는 당황한 표정을 한다.) ... 아, 진짜... 어이가 없어서. (이내 평소의 여유를 찾고는 당신의 물음에 주변을 슬 둘러보았다.) 오르골? 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잔잔한 노래인 걸로... 자기 전에 듣고 자게. 자장가마냥. 악몽 안 꾸게.
로먼 캐모마일:질투라니, 나는 네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면 가만히 앉아서 질투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없애버릴 거니까.(다소 섬뜩하다 느껴질 법한 말, 그럼에도 한없이 잔잔하게 말을 마치고는 네 손을 힘주어 잡았다. 이어지는 말에 줄곧 머금고 있던 웃음이 조금 흔들렸을까. 너에게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가 표정을 갈무리하고선 다시 너를 바라보며 묻는다.) 악몽, 꿨었어? 막는다고 막아둔 건데...(알 수 없는 말을 작게 중얼거리다가 앞에 놓인 오르골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것을 네 손에 쥐여주며 말한다. 물론, 오르골을 들고 있는 네 손도 함께,) 오르골도 좋지만, 악몽을 꿀 것 같으면 날 먼저 불러줘 주현아, 알겠지?
차주현:장난이야. (당신의 말엔 별 대답을 하진 않았다. 그럴 사람이라고는 진작 알고 있었으니까. 제 손을 힘주어 잡는 당신에 잠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원래... 가끔 꿔. ... 최근 얘기라면 그 땐 너랑 같이 있었어서 괜찮았는데. (알 수 없는 말에 의문스럽다는 얼굴을 하다가 이내 거뒀다. 당신이 쥐어준 오르골을 보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알겠어. ... 뭐, 악몽 꿀 것 같아서 무섭다고 부르면 와서 안아주게? (당신이, 어딘가 걱정하는 것 같아서 부러 가볍게 말해보았다. 짓궂은 장난을 치는 것 마냥.)
로먼 캐모마일:(부러 가볍게 말하는 것임을 안다. 말하지 않아도, 구태여 무어라 덧붙이지 않아도 마음을 전부 알 수 있다는 건 참 편한 일이다. 너와 나는 그런 관계였다. 네 손을 끌어당겨 손끝에 입을 맞추며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는 웃음 지으며 작게 속삭여 대답한다.) 새삼스럽게, 어릴 때부터 나는 네가 부르면 가서 안아줬었잖아. 나의 주인님,(달콤한 속삭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라면 종종 쓰고는 했던 호칭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상황 속에서, 분위기 속에서 듣는다면 그 희미가 확연히 반전이 되는 말이다. 단지 사용인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다. 실로 나는 언제나 네가 원하는 일을 해왔으니, 이토록 완벽한 복종이 어디 있을까.)
차주현:(거의 평생을 함께 해 왔고, 또 함께할 당신이기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건 아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제 손을 끌어당겨 웃음짓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다가 속삭여 대답하는 말에 살짝 얼굴이 붉어졌을까. 참 서스럼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 당신이 좋은 것이지만.) ... 이젠 아니잖아. (괜히 시선을 피하면서 내뱉은 조금 날카로운 말.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이라는 건 당신이 바로 알 것이라 생각했다. 나를 그토록 잘 아는 당신이니.) 정말... 낯뜨겁게 뭐하는 짓이야. ... 얼른 고른 거 사고나서 다른 곳도 돌아보자. (말을 돌리는 것 또한 고의. 당신에게서 벗어나려는 듯 뒤로 도는 나의 귓가는 붉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기념품 가게에서 오르골을 사고 다시 거리로 나옵니다.
차주현:(어딜 먼저 가지...)(곰곰) 기분도 기분이니까 액세서리 가게 한 번 가보자. 뭐 예쁜 거 있으면 같이 하나 맞추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로먼을 끌고 총총 액세서리 가게로 가봅니다.)
고급스러운 흰색으로 꾸며진 액세서리 가게의 내부,
은은한 조명이 정교하게 세공된 보석들에 반사되어 아름답게 빛납니다.
당신의 옆에 있는 로먼은 현재 대귀족 가문의 양자입니다.
차주현:(두리번 두리번~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터라 묘하게 들뜬 얼굴로 주변을 구경한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당신의 소매를 살짝 잡아 끈다.) ... 있잖아, 반지 맞출래?
로먼 캐모마일:(묘하게 들뜬 얼굴에 살풋 웃음 짓고는 손을 내어 네 볼을 두어 번 쓸어주었다. 소매를 잡아 이끄는 것에 순순히 이끌려가 주며 고개를 끄덕인다. 결혼반지야 진작에 맞춰둔 것이 있지만 아무렴, 네가 원한다면 해주어야지.) 어떤 게 좋아 주현아? 네가 골라봐.
차주현:(제 볼을 쓸어주는 당신에 슬그머니 미소짓고는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든... 좋은데. 노란색 보석이랑 분홍색 보석 박혀있는 반지 어때. (그것들이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다 골라든다. 사이즈는 이쯤이면 맞겠지. 그렇게 많이 잡아온 손이니 가늠이 쉬웠다.) 그냥 볼 때마다 나는 네 생각하고 너는 내 생각 하라고. 노란색 보석 박힌 건 내 거, 분홍색은 네 거. 어때?
로먼 캐모마일:그래, 그걸로 하자.(아무렴 뭐든 좋았다. 네가 반지를 볼 때마다 제 생각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으나 나는 구태여 그것을 보지 않아도 매번 네 생각을 하고 말았으니, 하물며 찬 공기를 느끼면서도, 춥게 입지는 않았을까 걱정하고 마는 일 따위의 것들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네게서 반지를 받아 들어 계산을 하고는 밖으로 나온다. 자연스럽게 제 주머니에 넣으며 묻는다.) 일단은 내가 가지고 있어도 괜찮지?(아직은 적합한 상황이 아니지만, 때가 된다면 너에게 건네어줄 요량으로 말이다.)
차주현:(물론 이 반지가 없어도 난 항상 당신의 생각을 하고 마니까, 솔직한 심정으로는 하나의 핑계를 만드는 것 뿐이라는 상념을 버릴 순 없었다. 그저, 문득 당신이 자꾸만 떠오르면 이 반지 때문이라고 탓을 할 수 있으니. 그거면 됐을 것이었다. 당신을 따라 밖으로 나와 제게 묻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잊어버리지만 마. (약간의 농을 덧붙였다.) 음~ 이제 어디가지. 꽃집 한 번 가볼래? ...난 꽃은 항상 정원에 있는 것만 봐왔으니까... 구경하고 싶어서. (빠안히...)
로먼 캐모마일:그럴까.(정원이라,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으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내뱉는 그 단어에 모종의 기억이 떠오르고 마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그것을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꽃집으로 향한다. 겨울이었음에도 내부는 따뜻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온갖 종류의 만발한 꽃들, 오늘의 꽃이라며 가판대에 가장 화려하게 놓여있는 꽃은 메리골드이다. 그 모습이, 어째 너와 닮았구나. 어쩌면 꽃조차도 차마 네 아름다움에 비할 바가 못되겠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몇몇 꽃들을 손으로 짚으며 가게 주인에게 말한다.) 하얀 데이지와 하얀 수국, 에리카를 한데 모아 꽃다발을 만들어주게. 그리고, 메리골드는 따로 한 송이, 부탁하지.(말을 마친 뒤 웃음 지으며 고개를 돌려 너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차주현:(정원이라 말을 하고 나서 잠깐 멈칫 한다. 마지막 기억이 다시금 떠올라서 묘하게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지만 지금 이 좋은 날에, 울고 싶진 않았어서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당신을 보며 저도 마주 웃었다. 그저 웃음으로 모든 걸 말하고 넘기기로 했다. 꽃집의 안에 들어오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눈을 꿈뻑이며 그것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그러다 들려오는 당신의 목소리에 시선을 당신에게도 둔다. 데이지, 수국, 에리카, 그리고 메리골드. 저를 내려다 보는 당신에 잠시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메리골드는 왜 따로? 그것도 다발로 만들면 예쁠텐데.
로먼 캐모마일:(가게 주인이 내미는 꽃다발과 메리골드 한 송이를 받아 들어 꽃다발은 네 품에, 메리골드는 제 손에 들고 너를 한참이나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다. 구태여 답을 하지는 않았으나 그 의미가 여실히 드러나는 행동, 살풋 웃음 지으며 메리골드의 자욱한 향을 들이마셔서 전신에 스며들게 한다. 그리고, 네 머리카락을 가만 쓸어 넘겨주며 귀에 꽂아준다. 이어지는 말은 지독하게 달콤하기만 하다.) 예쁘네, 이제 갈까?
차주현:(가게 주인이 꽃다발을 만드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내 포장이 다 되어 당신에게 건네지는 꽃다발에 시선을 떼지 못하다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제 품에 안겨지는 꽃다발에 눈을 꿈뻑이며 꽃다발과 당신을 번갈아 보았다.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메리골드의 향을 맡고 있는 당신을 눈에 담았다. 그 하나하나 마저도 내 눈엔 사랑스럽기만 해서 무심코 미소가 번졌다. 그리곤 제 머리카락을 쓸어넘겨 메리골드를 귀에 꽂아주는 것에, 그 후에 온 당신의 말에 눈을 도르륵 굴렸다. 얼굴이 살짝 화끈거렸을지도 모른다.) ... 갑자기 그러지 좀 마, 이러려고 한 거였어? ... 그래. 가자. (화끈거리는 얼굴에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아서 당신에게 슬그머니 팔짱을 꼈다.)
가게를 나와 시내의 거리를 걸으면 얼마나 고즈넉한지 모릅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도 이 평화로움에 취해 있자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온통 기꺼운 이 분위기는, 꽃나무에서 꽃잎이 무수히 떨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이 식을 성황리에 끝내어서는 안 되겠지만...
어쨌든 이 웨딩 로드 위 당신의 곁에 있을 사람은 당신의 옆에 서있는 로먼입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로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이번 피로연의 컨셉은 가장 무도회라 했던가요?
가면을 쓴 사람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떠들며 잔뜩 들뜬 얼굴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거대한 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정숙함은 완벽하게 소거된 이 호화로운 파티 안에서, 당신은 1층 홀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을 목도합니다.
맨 얼굴의 로먼은 피로연을 위한 새하얀 연회복 차림으로 한껏 가꾼 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합니다.
이 무수한 시선에는 감시의 목적이 섞여있음을 압니다.
지금 그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고 있잖아요.
로먼 캐모마일:당신의 첫 춤을 함께할 영광을 주시겠어요.(너만을 위해 한껏 치장한 모습, 지금 당장에야 네게 손을 내밀고 춤을 권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주현아, 언젠가 있을 우리 둘만의 결혼식을 기약하며, 지금은 오롯이 서로만을 바라보도록 하자. 정중히 상체를 숙여 인사하고는 손을 내밀고 있는다. 네가 잡아주기를 바라면서,)
차주현:... 물론이지요.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며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맡기기로 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아서. 말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 것만 같아서. 저들의 감시가 두렵지 않았다. 당신을 따라 정중한 인사를 건네곤 살포시 당신의 손을 잡았다. 곧 살포시 잡은 건, 손을 맞잡게 되면서 단단히 잡힐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리어 꽉 잡지는 않았다.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에게 영광을 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로먼 캐모마일:(힘을 주어 네 손을 단단히 맞잡는다. 저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우리만의 신호, 이 거대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홀에서 오직 우리만이 나누고 있는 감정, 그럴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어쩐지 온전히 기꺼운 마음뿐이라 네 손을 끌어당겨 저에게로 가까이한다. 남은 손으로 네 허리를 감싸 안고는 천천히 스텝을 옮기기 시작한다. 몸에 배어있는 듯한 귀품 있는 행동,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려한 동작. 그 동작들 틈에서 살그머니 고개를 숙여 네 귓가에 속삭인다.) 봐 주현아, 모두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어. 내일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결혼을 축하하겠지. 결혼식이 가장 절정에 치달았을 때, 우리는 그 모든 기대감의 고조를 저버리고 도망치는 거야. 어때, 마음에 들어?
차주현:(아무렴, 그래. 아무렴 어때. 지금 이 순간, 오직 너와 나만 눈을 마주치며 같이 감정을 나누는 것. 그것 만큼 소중하고 기쁜 건 없어. 내 허리를 감싸 안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자연스레 몸을 맡긴다. 당신의 스탭에 익숙한 듯 발을 맞춘다. 아주 어렸을 적, 사교계에 나가진 않았을 적 당신이 내 연습상대가 되어주곤 했지. 그 때부터 지겹도록 맞춰온 춤. 그리고, 언젠가의 달빛 아래에서 추었던 그 춤도. 그 무엇도 잊지 않았어. 그렇게 상념에 잠겨 있던 중 내 귓가에 속삭이는 당신의 목소리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는 감시하는 이들에겐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말 했잖아. 너랑 있으면... 그 무엇도 나쁘지 않다고. ... 어렸을 적의 사고쟁이 도련님이 커서 멀쩡해지나 싶었는데, 다시 한 번 사고를 치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지. 마음에 안 들리가.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이 세상에 두 사람만이 남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단 둘 뿐인 걸요.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분명 음악이 흐르는데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로먼의 시선은 집요할 만큼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달밤의 정원에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남몰래 춤을 추어야 했던 그 때 말입니다.
세간의 주목을 온몸으로 받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입맞춰올 때마다 느껴지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감각이 이번에는 들지 않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이 덧입혀지는 듯한 안정적인 감각도 전혀 들지 않습니다.
이건 그 어떤 이유나 명목이 붙은 입맞춤이 아닙니다.
온전히 당신을 향한 사랑을 노래하는 행위입니다.
춤이 끝나고, 정중히 당신에게 인사를 한 뒤 로먼은 가문원들의 부름에 이끌려 그 틈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 눈길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두 사람만의 춤이 끝나면, 새 음악이 흘러나오며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게스트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아는 체를 합니다.
이번 결혼식에 초대된 당신의 집안 친척이지요.
오랜만에 본다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멀리에 있는 로먼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친척: 저 자가 당신에게 큰 호감을 표하고 있다지요? 그런데도 결혼식을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끔 보인다는 유언비어가 돌더군요. 관리에 힘쓰셔야겠습니다.
하지만 뭐, 걱정할 게 있겠습니까? 이 성대한 피로연도, 어제의 공연도, 3일간의 결혼식 축하 기간도 모두 저 쪽에서 계획했다는데요. 규모를 보세요. 돈을 대체 얼마나 쓴 걸까요?
결혼식을 위한 웨딩복은 보셨습니까? 주문 제작을 했다는데 아주 어마어마해요.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다니, 이건 단 세 경우에만 성립 가능한 일입니다.
그건...
뒷말은 군중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한 대화가 끝난 후 친척은 자리를 뜹니다.
그래요. 오페라 하우스에 올 때부터 느낀 그 집요한 시선입니다.
구석진 자리 어둠이 내리깔린 곳에서 누군가 눈을 형형히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손목을 자국이 남을 만큼 강하게 쥐고,
“나와 함께 지하 동굴로 가서 나의 거래자가 되어라! 나의 강림을 맞이할 새로운 아이호트의 숙주가 되어라!"
"아아, 그 빌어먹을 것이 내 눈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어! 도망치려 하고 있어!"
"그 빌어먹을 것이 너를 내게서 빼내려 하고 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눈을 희번뜩 뜨며 무어라무어라 속삭이던 가문원은 곧 인형처럼 그 자리에 정지해있다가 삐걱거리며 걸음을 옮깁니다.
차주현:
SAN Roll
기준치: |
61/30/12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차주현:(욱신거리는 손목을 잠시 내려다보며 눈을 지긋이 감고 한숨을 쉰다. 그리곤 가문원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갑니다.)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즉시 사방에서 시선이 꽂힙니다.
어둠 속에 표정을 감춘 캐모마일 가의 사람들입니다.
차주현:
정신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창문 너머 바닷가에서 당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차주현:
정신
기준치: |
75/37/15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애써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가문원을 따라갑니다.
가문원은 한 복도로 이어지는 코너를 돌아 사라집니다.
차주현:(코너 쪽에서 슬쩍 얼굴만 빼내어 안 쪽을 살펴봅니다.)
함께 그쪽을 따라가면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차주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복도에 길게 늘어진 카펫 아래에 무언가 떨어져 깔려 있음을 발견합니다.
차주현:(종이에 적힌 것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가 슬그머니 주머니에 넣는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세뇌 주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 적이 있었습니다.
차주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함만더)
차주현:
지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태 캐모마일 가문을 살핀 결과 세뇌 주문은 집안 전체가 걸려있는 듯했습니다.
그들의 세뇌를 모두 풀기에 하나 하나 찾아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모여 있는 결혼식장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다보면 문득 발목도 함께 부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휴게실에 들어간 사람은 없는 듯 하니 그곳에서 쉬면 되겠네요.
한 구석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푹신한 소파와 티 테이블, 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주현:(소파에 가서 앉아봅니다. 폭신한가?)
앞서 누군가 왔다 간 듯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차주현:(좋다...)(근데 누가 왔다간 자국? 자세히 볼 수 있나요?)
차주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소파 틈새에 끼어 있는 종이 쪽지를 발견합니다.
차주현:(덤덤하게 쪽지를 보고는 갈기갈기 찢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쓰레기통에 집어 넣습니다.)(총총 티 테이블로 가봅니다.)
티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과 티포트가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 장은 어째서인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차주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피곤해서 그런가, 울리는 골을 꾹꾹 누르곤 다시 한 번 봐봅니다.)
차주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동화책에서 찢겨져 나온 듯한 종이가 턴 테이블 아래에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종이를 확인하고 있자면 돌연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립니다.
로먼 캐모마일:...주현아, 괜찮아?(방금 전, 너를 붙잡는 가문원의 행적을 보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바로 따라올 수는 없었으나 금세 사람들을 뿌리치고 달려온 모양이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네 팔을 붙잡고 걱정과 불안, 혹은 그와 결을 같이 하는 여러 감정들이 담긴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다.)
차주현:으응. 괜찮아. 멀쩡하잖아.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당신을 슬그머니 껴안고는 당신의 등을 가벼이 토닥인다.) 왜, 걱정 됐어?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로먼 캐모마일:(너의 말에도 좀처럼 진정을 하지 못하고 붙잡은 팔을 끌어당겨 소파에 앉혔다. 아마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접질린 발목에 고통이 느껴졌겠지. 그것을 놓치지 않고 네 앞에 꿇어앉아 바지를 살짝 걷어올려 부어오른 네 발목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래, 큰 상처는 없어 보이네. 이건 아까 춤추다가 그런 거지?(그리 물으며 너를 가만히 올려다본다.)
차주현:(아무런 저항없이 가만히 당신이 하는대로 따라간다. 소파에 앉아 제 발목을 확인하는 당신에 살짝 눈을 굴을까.) 응. 살짝 삐었나봐. 멀쩡해. 좀 두면 나을 걸? (저를 올려다보는 당신을 가만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어 당신의 볼을 쓰다듬었다. 당신이 나에게 자주 해줬던 것처럼. 그리곤 미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정말 괜찮으니까 안심해.
로먼 캐모마일:...일단 내 방으로 가자.(이리 개방된 장소에서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것은 적합하지 못했다. 말을 마치고는 네 팔을 붙잡아 너를 일으켜주고 조심스레 손을 잡아 방으로 이끈다.)
차주현:그래. (왜 그러는 것인진, 보는 눈이 많다는 그 말을 떠올리곤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당신의 손을 맞잡고 한발짝, 두발짝, 방으로 걸었다.)
로먼 캐모마일:(그저 네 손을 잡고 이끄는 것이 전부인 제 처지가 우스웠다. 말없이 방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으나 발 끝을 타고올라와 이윽고 전신을 휘감는 무력감은 어쩔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너를 위해 부러 걸음을 늦춘다. 방에 들어와 문을 걸어잠그는 동시에 너를 제 품에 끌어안는다. 무력감, 불안함, 다른 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티를 내지 않았으나 오롯이 너와 함께한다면 이렇게나 여실히 드러나고 마는 감정들, 나직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작게 떨린다.) ...괜찮아. 내일이면 다 끝날거야. 그러니 나 불안하게 하지마 주현아,
차주현:(당신을 따라 걸으면서도,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 혹시 미안해 하고 있을까. 이 모든 건 당신의 잘못이 아닌데.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될텐데. 그렇게 방 안으로 걸어와, 당신이 나를 끌어안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당신을 마주안고 다시금 토닥인다. ... 그래, 불안하겠지. 내일이면 모든 것이 마무리 될 터이니. 어떤 결말을 맞을 지 아무도 모르니까. 불안할만해. 떨리는 당신의 목소리에 괜히 울컥해서 잠시 토닥이던 손이 떨려왔다.) ... 미안해. 그래도 네 말대로 내일이면 다 끝날 거니까. 불안해 하지 마. 전부 다 잘 될 거니까. 나 믿잖아. 나도 널 믿고. ... 난 너랑 있으면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은데. (그리 말하고는 토닥이던 손을 들어올려 당신의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당신이 내 앞에서 그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안다. 그러니 더욱 당신을 다독여줄 뿐이다.)
로먼 캐모마일:...그래,(그저 네가 하는 말을 전부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일이면 다 끝날 거라는 말, 네가 나를 믿고 나 또한 너를 믿고 있지 않느냐는 말,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다면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다는 말. 모든 것을 받아들였음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말이 하나 있었다면 아무것도 무섭지가 않다는 그 말 하나였다. 아니야 주현아, 나는 무서운 게 하나 있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두렵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한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네 토닥임을 받고 있다가 너를 내 품에서 놓아주고는 애써 웃음 짓는다. 평소의 웃음, 네가 아는 로먼 캐모마일. 뻔뻔하고 능청스러웠으며 지독하게 다정한 그 웃음을 말이야. 너를 이끌어 침대에 앉혀두고는 방에 딸린 화장실에 들어가 수건에 따뜻한 물을 묻혀 들고 나온다. 그대로 네 앞에 한쪽 다리를 꿇어앉아 접질린 발목의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겨준다. 그 일련의 행동이 지독하리만치 익숙했을지도 모른다. 너는 나의 고용인, 나는 너의 사용인. 어릴 때부터 줄곧 그런 관계였으니 말이다. 부어올라있는 네 발목을 수건으로 천천히 닦아준다. 네 발목에 시선을 고정해둔 채로 나직이 속삭인다.) ...난 말이야 주현아, 두려운 게 하나 있어. 나는, 나는 너를 잃을까 봐 두려워.
차주현:(잠시라도 당신이 안심했으면 좋겠어서. 그랬으면 좋겠어서 답지도 않은 다 잘 될 거라느니, 하는 희망찬 말을 내뱉었다. 나를 품에서 놓아주는 당신에 나도 슬그머니 팔을 놓았다. ... 그 웃음이 애써 웃음짓는 거라는 걸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야. 그 웃음이... 내가 사랑하는 웃음이라고 할지라도 그 차이를 모르지 않을 리가 없지. 가만 그 웃음을 바라보며 묘한 얼굴을 했을까. 이내 나를 이끄는 당신을 천천히 따라가고는 침대에 얌전히 앉아 기다렸다. 잠깐 바닥을 내려다보며, 상념에 빠졌다. 무섭지 않다고는 했는데. 실은, 있잖아. 난 너를 잃는 게 무섭긴 해. 다시 한 번 너를 잃을 까봐. 그렇게 될까봐 무서워서 손이 떨리지만 나마저도 그래버리면 당신이 버티질 못할 것 같았어. 그래서 더 의연한 척을 하며 당신에게 위로를 건넨 것이었지. 그런 상념을 끝내, 마치진 못하고 침대 이불을 꽉 쥐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신이 다시 오는 소리에 빨리 표정을 숨겼다. 당신이라면 바로 알아채겠지만. 내가 원하지 않아서. 지독하리만큼 익숙한 그 행동이 안심이 되어서 순간, 그 익숙한 저택의 방 안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보았다. 그러나 당신이 나직하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잠시 미소가 흔들렸다. ... 서로, 서로를 잃을까봐 두려워 하고 있구나. ... 우린, 서로 없이는 살 미래를 그리지 못해서. 그래서 서로를 잃기 두려워 하구나.) ... 그래? ... 난 항상 네 보호 속에서... 언제나 평화롭게 살아왔는데. 그리고 네가, ... 나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줄 거잖아. (왜 묘하게 울컥하는 걸까.) ... 그런데, 그거 알아? ... 나도 다시 한 번 너를 잃을까봐 무서워. 그렇지만 난...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그래야지 행복할 것 같아서. 자기만족일 뿐이겠지만. 어쩌면 깨어질지도 모르는.
로먼 캐모마일:(순간 네 발목을 닦아주던 손이 우뚝 멈추었다. 내가 불안한만큼이나 너도 불안하였을 텐데,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너에게 숨기지 않고 내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던 것에는 물론 이유가 있었다. 네가 그때 말했었지. 왜 자꾸만 네게 말해주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감내하느냐고, 왜 자꾸만 멋대로 행동하느냐고. 그래, 나는 너를 믿기로 했다. 너에게 의지를 하기로 했다. 그러니 너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 불안이란 것은 결코 좋은 감정이 아니었으나 함께 나눈다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은연중에 했던 것도 같다. 타인의 감정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던 저로써는 상당한 도전이었고 변화였다. 이 모든 것을 네가 만들어준 거야 주현아, 네 손으로 기어코 이뤄낸 거야. 손에 쥐고 있던 수건을 바닥에 내려두고는 천천히 상체를 숙여 일말의 망설임 없이 네 발끝에 입을 맞춘다.) ...다시는 네가 나를 잃게 하지 않을게. 나의 주인님,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 거짓된 행복이 아니야. 언젠가 도래할 진실된 행복이지. 깨어질 리가? 내가 어떻게든 이뤄낼 거야.(숭배, 발끝의 입을 맞추는 행위의 의미는 숭배이다. 나의 주인님, 나의 주현아. 나를 잃게 하지 않을게. 너를 잃지 않을게. 그러니 나를 믿어. 나도 너를 믿으니 말이야.)
차주현:(나에게 숨기지 않고 의지해주려고 하는 당신이, 그런 불안마저도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당신이 많이 바뀐 것 같아서. 나에게 먼저 이리 말해주었던 적이, 별로 없었는데. 있어도 감정에 휩싸여서 내뱉은 것들이었는데. 울컥하는 감정이 어쩌면 이것들이 기꺼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당신에게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어서 울컥했었던 것일까. 내 발끝에 입을 맞추는 당신을 가만 바라보았다. 눈에 약간 눈물이 고여있었어서 그런지 당신의 모습이 선명하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조용하게 흘러내린 눈물은 덤덤한 감정의 한조각이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선명하게 보이는 당신을 다정을 가득담아 바라보았다.) 그래. 난, 네가 어떻게든 이루어낼 거라고 믿어. 그리고 그 약속 마저도 어떻게든 이루어 내겠지.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난 너를 믿을 거야.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 항상 말 했잖아. 너를 믿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상체를 살짝 숙여 당신의 이마에 느릿하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조금 더 숙여 입술에 살짝. 이것들의 의미는 믿음과 신뢰, 그리고 사랑이다. 당신의 한쪽 볼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잠시 내가 어렸을 때 이후로 가장 많이 웃은 때가 당신과 다시 만난 후, 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 미소는, 정말로 행복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으니까. 그걸 아는 당신은 이 웃음을 기뻐할지도 모르겠다.)
로먼 캐모마일:(제 이마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을, 그것만으로 온몸에 들어차고 마는 안정감을 가만히 느끼고 있는다. 이로써 온전한 자유. 아,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단순한 사람이었던가. 나는 이마저도 기껍다고 느끼고 만다. 전부 네가 만들어낸 변화였으니까. 제 입술에 살짝 맞닿고 떨어지는 입술이 못내 아쉬워 상체를 천천히 일으키며 떨어지는 입술을 따라 올라갔다. 네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물고, 자연스레 침대에 네 몸을 뉘어주고는 침대 시트에 손을 짚고 가만히 너를 내려다본다. 새하얀 연회복, 손을 내어 단추를 두어 개 푸르고는 드러난 살갗에 가만히 입술을 묻는다. 폐부에 가득히 들어차는 체향, 그것을 여실히 느끼며 네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인다. 이제는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너만을 위한 속삭임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제 욕심이었다.) ...네게 계속 입을 맞추던 건 보호 주문을 걸기 위함이었어 주현아, 물론 그 목적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그래, 그저 나의 욕심인 것도 있었지. 상체를 들어 너와 눈을 마주하자 어느새 얼굴에는 능청스러운 웃음이 가득 걸려있다. 연회복 사이를 자꾸만 파고들어 손장난을 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방금 전이 마지막이었으니 이제 완전히 감시에서 벗어났어.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주현아? 나는 이제 그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는 거야.(하며 네 짓궂게 네 가슴을 쥐어잡았다. 장난스러운 웃음은 덤이다.)
차주현:(제 아랫입술을 무는 것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바라보고 있다가, 나를 침대에 뉘여주는 당신에 놀란 듯 눈을 꿈뻑였다. 나를 내려다보는 당신의 얼굴이, 지금 이 상황이.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어서. 아무말도 없이 조용하게 마주보고 있는 그 간극에, 내 심장소리가 울려퍼질 것만 같아서 괜히 숨을 깊게 쉬었다. 그러다 제 연회복의 단추를 하나 둘 풀고 살갗에 입술을 묻는 것에 얼굴이 슬슬 붉어진다. 차마 밀어내지는 못하고 어색하게 맴돌던 손은 시트를 꽉 쥔 채였다.) ... ... 그냥, 수작부리는 건줄 알았는데. ... 이유가 있었구나. 아, 아니네... 수작이 맞는 것 같은데. (부러 당신을 노려보며 그리 말했다. 능청스러운 그 웃음. 이젠 정말 모든 게 괜찮나보지. 제 옷 사이를 파고들어 손장난을 치는 것에 몸이 살짝씩 떨린다. 쓸 데 없이 감각에 예민한 몸이, 아니 당신에게만 예민한 이 몸이 못내 원망스러워서 당신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곤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당신의 말엔 대답을 하진 못하고 고개를 돌린 것을 살짝 다시금 당신에게 돌려 노려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 나쁜, 놈아... 장난 치지 마. 만지지 말라고... (베개에 억눌려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눈치 볼 필요가 없다고 해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로먼 캐모마일:장난 같아 보여?(짓고 있는 표정에서 오롯이 너를 골려주기 위한 행위임이 여실히 드러났으나 부러 그리 되물었다 여전히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은 채였으나 천천히 네 옷에서 손을 빼내고는 네 턱을 붙잡아 저를 보도록 만들었다. 짧은 새였지만 네가 내게서 고개를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한참 네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가 네 눈가에, 코 끝에, 그리고 입술에 느릿하게 입을 맞추고 네게서 몸을 물린다.) 하하, 장난이야. 놀랐어 주현아?(생글생글 웃음을 머금으며 겉옷을 벗어 정리해두고는 침대에 몸을 뉘이며 말한다.) 어서 자 주현아, 내일은 긴 하루가 될 테니까.
절벽 위에 핀 꽃들은 달빛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안 로먼과의 시선이 마주치고 당신은 그 눈빛이 무엇을 위한 맹목을 띠는 지를 압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은 예식복을 가지고 옵니다.
장인의 손에 손수 주문 제작되었다는 예식복은 과연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우습기도 하지. 축하를 받을 일이던가요 이게.
더군다나 우리는 결혼식이 가장 절정에 치달았을 때, 우리는 그 모든 기대감의 고조를 저버리고,
어제 성대한 피로연이 열렸던 오페라 하우스의 1층 홀은 어느 새 결혼식이 진행될 식장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대기실이 된 휴게실에서 사용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이 결혼식이 끝나면 당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들러리가 다가와 곧 웨딩 로드를 걸어야 한다 속삭입니다.
차주현:(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가 내쉬고는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피부가 따가울 만큼 쏟아지는 관심 사이 하객석의 끄트머리에 있는,
차주현:
관찰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캐모마일 가의 사람들이 당신을 잡아 먹을 듯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활짝 웃는 시동들이 당신의 앞길에 꽃잎을 수놓습니다.
당신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로 이끌려갈 게 분명합니다.
봐요. 웨딩 로드의 끝에서 로먼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오로지 당신만이 필요했다는 절절한 편지를 기억하나요.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겁니다.
황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결혼을 축하한다 말한다면,
꼭 정말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될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마는 것입니다.
차주현:(이미,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지독하게 얽혔다면 얽힌 것이겠지. 지독하게 얽히고 설켜서 풀어내기마저 포기한 채 그대로 끌어안기로 한 것을, 나만 그럴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그에게 다가갑니다. 다가가서 그의 손을 가볍게 그러쥡니다.)
평범한 결혼식의 절차에 따라 그가 당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로먼 캐모마일:...맹세합니다.(여느 때와 같이 집요하게 너만을 바라보는 눈동자,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너를 마주하고 있는다.)
차주현:맹세합니다. (망설임도, 흔들림도 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로 맹세를 읊는다. 나만을 집요하게 바라보는 그 눈동자를 마주보며 당신만 알아볼 수 있을 아주 미미한 미소를 띄웠다. )
집요하게 마주하던 눈빛이 잠시 당신에게서 거두어졌을까요.
순간 로먼이 당신의 손을 잡아채고는 속삭입니다.
홀 안을 울리던 주례사의 목소리가 무참히 흩어집니다.
주례사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로먼이 당신을 이끌고 웨딩 로드를 달립니다.
허공에 부케가 흩날리고 방금까지 웃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객석 구석에 앉아 있던 캐모마일 가의 집안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당신을 잡으려,
그 존재에게 당신과 로먼을 바치려 움직입니다.
그들은 기꺼이 두 사람을 자신들의 신에게 바칠 계획입니다.
차주현:(당신의 손을 마주 잡고, 단단히 잡고 간절하게 주문을 외운다. 나는, 당신과 함께할 일상을 포기할 수 없어서 여기까지 달려왔던 것이었다. 당신의, 이유모를 눈물이 가득차버려서 아득해져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눈을 꾹 감고 아주 간절하게, 당신을 잃었을 그 때보다 더욱 간절하게,)
데이지, 바다, 폭풍. 데이지... 바다, 폭풍...
두 사람을 쫓아오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춥니다.
당신의 집안 사람들이 일제히 꿈에서 깨어난 표정을 짓는 것을 발견하는 동시에,
혹은 너무나도 화려한 빛에, 그토록 헛된 빛무리에 눈이 멀었기 때문일까요.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절벽을 거쳐 달립니다.
작열하는 달빛을 등에 이고 당신은 그와 함께 들판을 가로지릅니다.
절벽 위에 핀 히스 꽃과 들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꽃내음이 코끝을 지배합니다.
한참을 달리던 로먼이 벅차오른 표정으로 문득당신을 돌아봅니다.
로먼 캐모마일:나랑 같이 도망칠 수 있어 주현아? 모든 것을 버리고, 네 모든 것을 저버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나와 함께해줄 수 있어? 나는, 나는 네가 필요했으니까. 나는 너만 필요했으니까...
차주현:... (잠시 숨을 갈무리했다. 그리곤 진득하게, 당신을 바라보았다. 이미 알고 있잖아. 내가 어떤 답을 할지는. 몇 번이곤 말했던 그 말.) ... 난 너와 함께하는 미래가 있다면 뭐든지 나쁘지 않아. 저번에도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너의 곁에서 너를 사랑할게. 나도 네가 필요해. 너만... 오직. 로먼 캐모마일 너만을. (달빛을 받아, 당신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죽음을 너머 육지에 왔으니 우리는 저 수평선으로 향할 겁니다.
그 날 밤 세간에는 본인들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두 연인의 이야기가 1면에 실렸습니다.
일말의 소동이 있었으나 곧 약간의 해프닝이자 이벤트로 무마된 이 특별한 결혼식은,
캐모마일의 가문원들의 ‘마치 누군가에게 세뇌 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는 발언과,
당신의 집안 사람들의 ‘그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전대미문하며 불가사의한 사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나가면 그곳에는 로먼이,
멀끔한 낯으로 당신을 맞이하며 웃고 있습니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못할 테지만,
우연 또는 자연의 무상한 이치로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때때로 시들지만,
죽음조차 그대가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헤매인다고 자랑치 못하리다
불멸의 시구 속에서 당신은 시간과 하나가 되는도다
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두 사람은 완전히 자유의 몸으로 다시금 생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