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큐르슈

[ 큐르슈 ] Kill Me, Darling

IVII 2021. 5. 2.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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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 Me, Darling
 
w. 아이리아
 
Kpc. 시엘로 루카, Pc. 바알 레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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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소리가 시끄럽습니다.
 
내일 있을 큰 축제 탓에 지역방송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당신은 리모컨을 들어 곧장 TV를 꺼버립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온통 떠들썩했지만,
 
당신은 도무지 즐거운 분위기에 휩쓸릴만한 기분이 아니니까요.
 
시엘로와 연락이 닿지 않은지도 벌써 오래.
 
시엘로에게 전화를 해도, 자주 있던 가게에 가도 소식을 들을 수 없습니다.
 
아, 헤어졌으니 당연하려나요?
 
그것도 그 쪽에서 먼저 고한 이별이잖아요.
 
...
 
주변 사람들의 소문에도 시엘로는 연락이 닿질 않는다고 합니다.
 
시엘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내일이면 시엘로와 연락이 되지 않은지 벌써 한 달째가 됩니다.
 
필연적으로 자주 마주칠 수 밖에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얼굴을 보지 않은 건 처음입니다.
 
묘한 걱정, 혹은 ...미련.
 
그것들이 가득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운 찰나,
 
문자 수신을 알리는 알림음이 울립니다.
 
문자를 확인해볼까요?
 
바알 레미르:(문자를 확인합니다.)
 
문자를 확인하면…
 
시엘로에게서 온 문자입니다.
 
시엘로 루카:[내일 시간 있어? 오랜만에 만나서 데이트나 할까~?]
 
바알 레미르:....?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연락이건만. 내용이 터무니없어서일까, 아니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받아서일까.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 작은 한숨을 쉬며 액정위를 움직이는 손가락이 있었다.)
[ 그렇게 전화도, 문자도 안받더니 무슨 연유로? ]
 
시엘로 루카:(돌아온 문자를 보고는 조금 쓰게 웃었나. 한참을 문자 내용만 바라보고 있다 겨우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 할 일이 조금 많았어서~ 많이 바빴어. 얼굴 안 보인 것 보면 알잖아. 무슨 일이었는지는 비밀. ]
 
바알 레미르:[ 어련하시겠어. ]
(움직이던 손이 멈춘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네가... ... 지끈거리는 미간을 짚었다. 그만두자. 이미 한달이나 지난 이야기일 터였다. 물론 일방적이긴 했지만.)
[ 오랜만의 '데이트'에서는 그 답을 들을 수 있길 바라, 시엘로. ]
 
시엘로 루카:(다짜고짜 이렇게 묻는 것도 염치가 없다면 없는 것이었겠지. 느릿하게 화면만 바라본다. 내 답장 시간이 느려지는 걸 당신도 알고 있겠지. 말을 고르고 고른다.)
[ 그래~ 어떻게든 얘기 해줄게. 승낙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말이야. 음, 그런 거면 일단 승낙한 걸로 알아도 되지? ]
(잠시간의 간극. 이 말을, 해도 되는 걸까. 실은 그냥 무시해줬으면 하는 상념 하나.)
[ 내가 멋대로 헤어지자고 하고 연락까지 끊고 떠난지 한 달이나 됐는데도 아직 나를 사랑해? ]
(아주 긴 뜸.)
[ 답장은 하지 않아도 돼. 그냥 헛소리야 헛소리~ 괜히 미안. ]
 
시엘로 루카:[ 내일 자기 집 앞으로 찾아갈게. ]
 
바알 레미르:(띠롱, 띠롱. 쉼없이 올라가는 화면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말투에 보이는 익숙한 얼굴, 웃음, 그리고... ... 동공이 떨려왔다. 아직 너를 사랑하냐니.)
[ 그냥 넘길 수 없는 질문인걸. 헛소리라고 해도 나를 상처주려고 마음먹지 않은 이상 꺼낼 말이 아닌 건 알고 있겠지. ]
(눈물은 나지않았지만, 긴 간극동안 주먹을 꾹 쥐고있었다. 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건 내일 직접적으로 너를 만난 상황에서도 똑같겠지. 벌써부터 어색함이 밀려왔지만, 그와 동시에... 진득한 미련조차 깨어나기 시작했다. 네가 연락하지만 않았어도 묻어버릴 수 있었던 것들. 사랑, 미련, 그리고 희망.)
[ 주소를 잊지않았길 바라. ]
(짧은 답이었다. 꼭, 무언가를 억누르듯이.)
 
시엘로 루카:(역시 괜히 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묘하게 속을 긁는 활자들에 애써 미소지었다. 아무한테도 보이진 않겠지만 습관적인 행동. 무어라 답장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형식적인 답으로 마무리를 해버린다. 다른 건 내일 봐서 말하면 되겠지. 이게 당신과 나 둘 다에게도 좋은 것일테다.)
[ 잊었을리가. ]
[ 밤이 늦었어. 잘 자. ]
 
바알 레미르:(구태여 답장은 하지않는다. 그저 핸드폰을 뒤집어놓고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을 뿐이었다. 그나마 잊고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습관적인 사랑이었던 탓이다. 그럴 터였다.)
 
당신은 시엘로와의 대화를 마무리 합니다.
 
여러모로 피곤한 일들 탓인지 금세 졸음이 밀려옵니다.
 
내일 시엘로에게 할 말이나 곱씹어보며 잠에 들도록 할까요.
 
시엘로가 아침에 온다고 했으니 일찍 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잠에 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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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눈을 뜨자 평소와 같은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시엘로와 만나기로 한게 꿈 같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이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확인해보면,
 
어제의 문자 내역 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일어났으니 나갈 준비라도 하고 있을까요.
 
바알 레미르:(눈만 버겁게 끔뻑이며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다가 부스스 일어난다. 평소와 같은 아침이지만, 오늘은 네가 있는 하루가 될 터였다. 그래서일까. 늘 무겁던 몸이 조금은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스스해진 머리를 털어내며 얌전히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다만 다른 것은, 평소처럼 어두운 목티가 아니고, 나름의 '데이트' 분위기가 나는 옷으로 입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요.
 
두근거리는 데이트는 아니라지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 걸요.
 
이정도 쯤은 해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
 
그렇게 여유롭게 나갈 준비를 하고 있자니,
 
시엘로에게서 문자가 도착합니다.
 
시엘로 루카:[ 길 안 잃고 잘 찾아왔어~ 집 앞이야. 천천히 나와. ]
 
바알 레미르:(문자를 빤히보다가 괜히 머리를 쓸어넘긴다. ...그래, 만나러 가야지. 머리는 상념이 가득했으나, 집 앞으로 움직이는 발걸음은 그리 무겁진 않았다.)
 
...
 
집에서 나오자, 문 근처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시엘로가 보입니다.
 
시엘로는 평소에 들고 다니던 가방을 손에 쥐곤 서 있습니다.
 
문득 고개를 든 시엘로가 당신을 발견하곤 인사합니다.
 
표정은, 무척 반가운 표정이네요. 자기가 먼저 떠나가 놓고선.
 
시엘로 루카:왔어? (당신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오늘 멋진데? 평소랑 조금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고개 슬 옆으로 기울이다가 이내 웃어넘겼다. 곧 입에 담는 말은 일상적인 것들.) 데이트 코스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오는 길에 거리에서 축제 하는 걸 봤는데. 거기 가보는 건 어때?
너무 다짜고짜인가? 그렇지만~ 오랜만이라서 들뜨는 건 어쩔 수 없지. 이해 좀 해줘. (장난스러운 말투.)
 
바알 레미르:(장난스러운 말투. 마치 평소같았다. 우리에게 한달이라는 간극이 있었다는게 거짓말처럼 느껴질정도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언행. 원래 장단 맞춰줄 생각은 없었지만, 스스로도, 그리고 너도 우리의 만남을 '데이트'로 칭하는 것 같으니. 오늘 만큼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스스로가 끌리는 대로 움직이면 좋지않을까. ... ) 그래, 축제가 신경쓰일지, 다른 누구씨가 더 신경쓰일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말이야. (웃는다. 이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는 상관없었다. 한달 내내, 자신은 웃지않았으니까.) 이왕 데이트인 김에 손도 잡아주지 그래. (네게 손을 내민다. 역시 장난스러웠다.)
 
시엘로 루카:(웃는 당신의 얼굴을 본다. 그 웃는 얼굴은 여전해서 생각보단, 내가 이별을 고하고도 괜찮게 지냈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잘 지냈으면 좋을텐데. 내가 없어도. 그런 이기적인 상념 하나가 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즐기자구! 축제도 데이트도. 나름 즐겁지 않겠어? (작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러다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는 것을 본다. 내민 손을 잡았다. 장난스러웠다지만 어쩐지 진심인 것 같아서. 실은 내가 잡고 싶은 것이었지만 말이다. 잠시 멈칫한다.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얼마간 머뭇거리면서 입술을 달싹인다. 곧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당신의 다른 손에 쥐여준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손을 잡고, 당신에게 무언가를 쥐여주고 한참을 있다 말했다. 용기가 필요했던 듯 싶다. 당신의 얼굴을 겨우 마주보았다.)
있잖아. 할 말이 있어. 해가 지기 전까지 나를 죽이지 않으면, 이 세계가 멸망할거야.
 
시엘로가 손을 치우고 난 뒤,
 
자신의 손에 쥐여진 물건을 내려다보니
 
...
 
권총입니다.
 
바알 레미르:(잡힌 손을 꼼지락거린다. 작은 움직임에도 닿는 네 피부가 미지근했다. 지금의 우리관계같은 온도일까. 아니, 이미 차갑게 식었는데도 너는 '구 애인'에게 예의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까. 네 모든 것이 도저히 예전처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것이 두려웠지만. 동시에...)
.... 뭐? (뚱딴지같은 말이다. 갑자기 만나자고 한 것도 충분히 꿈같은 일이었다. -그렇다. 그가 헤어지자고 한거니까.- 그런데 심지어 자신을 구해야 이 세계를 지킬 수 있단다. ...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것이 몇년 동거동락한 구애인의 말이라고 할지라도.) ...이해가 잘, 안되는데. ... 왜 굳이 내가 너를 죽여야해? (내가 아직 미련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잖아. 맞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고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네가 어때서 그런말을? 당황스럽고, 또 한없이 원망스러운 눈길이 너를 향했다.) ...당황스럽네. 이것때문에 날 부른거야? 한달동안 문자도 전화도 씹으면서 잠적하다가 불러낸 이유가 고작 지구멸망이라고? (그렇다. 지구멸망? 상관없다. 누군가를 죽이는것? 그것도 상관없다, 천직이니까. 하지만... 포인트를 잡은 건 그쪽이 아니었다.)
 
시엘로 루카:(당신의 반응이 이해가 된다. 그렇기에 아무런 말도 없이, 당신의 원망스러운 눈길을 그저 미소지으며 받아들였을 뿐이다. 피하지 않았다. 미련이 남은 것도, 어쩌면 당신이 아직까지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도 전부 알고있을지도 모른다.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는 것들이라고 해야하는 게 맞을까. 태연하고도, 장난기 없는 모습으로 느릿하게 말했다. 아까까지의 장난스러움은 이제 독만 될 것일 터였다.) 궁금한 게... 꽤나 많을 것 같아. 일단... 잠적한 이유부터 말해볼까. (뜸) 이 세계가 멸망하는 원인은 나야. 그래서, 내 근처에 있는 것부터 멸망에 휩쓸리게 될까봐 일부러 사라졌던 거야. 오늘 해가 짐과 동시에 세계가 멸망할 거고. 믿어주든, 아니든 상관은 없지만. 내 말들은 전부 진심이라는 것만 알아줘. (느릿하게 미소지었다. 내뱉는 말들은 비현실적이고 어두우며 잔혹하기 그지 없었지만 이질적이게도 그 미소만큼은 밝았다.) 난 멸망을 막기 위해 오늘 죽으려고 마음을 먹었어. 그래도 이왕 죽을 거면 우리 자기한테 죽고 싶은 거 있지? 좀 심각하게 이기적인가. (이기적인 걸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나는,) 아무튼! 그러니까 오늘, 나와 데이트를 즐기고, 적어도 해가 지기 전에는 죽여줄래? 부탁이라고 해야할까. 부탁이지. 부탁일 뿐이야.
 
바알 레미르:(미소짓는 낯을 그저 바라본다. 들끓는 것이 있었다. 늘 능글맞고, 장난넘치던 자신을 연기하려던 것이 까만 재가 되어 흩날린다.) 난 네가 적어도, 잠적탄 건 사과하려고 나타난 줄 알았지. 그랬기에 이렇게 기껍게 대해주는 거고, 적어도 예전엔 '애인'이었던 나를 예의있게 대해주는 거라고 생각했어. ... (짧은 텀,) 솔직히 까놓고 말할까? 맞아. 나 오늘 조금의 희망을 가졌었어. 일방적인 관계의 끝이었으니까. 오늘 차분히 이야기한다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니. 우리가 무엇이 잘못되어서 네가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것을 보듬다보면 이 하루가 끝날무렵엔 어쩌면 이야기가 틀어지지않을까 하는 헛된 상상말이야. 네가 여지를 줬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지, 루카. (우리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잔혹하다. 즐겁지못하는 하루, 행복하지 못하는 축제.) 심각하게 이기적? 당연하지. 스스로를 잘 알고있어서 다행이야. 내가 널 아직도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미련이 남아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내 손으로 너를 죽이라고. (헛웃음을 흘린다.) 이해할 수 없네. 네가 세상보다 네 목숨을 하찮게 여기던 이였던가? (그렇게 이기적이면서도, 네 자신의 목숨에 대해선 하찮게 여긴다는 부분이 자신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네가 하찮게 여기던 그 목숨, 그 얼굴, 그 미소, 그 마음 전부 다. 지난 날 내가 그리워하고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것들인데. 네가 쉽게 버린다는 것이 너무나도 화가나서. ... 잡은 손을 내팽겨쳤다. 바보같은 놈.)
 
시엘로 루카:(잔뜩 가시 돋친 말들이다. 각오는 했다만, 상상보다 실제로 들어 심장에 콕콕 박히는 듯한 것들은 어째, 익숙하면서도 아팠다. 어쩔 수 없이 한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이 잔혹함이 옳은 일이 아닌 것이라는 걸 안다. 내 업보라는 것도, 전부 알고 있다. 마치 죄인이 된 것만 같아서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오묘하게 들어차는 감정에 숨을 몰아쉬었다. 태연했던 낯이 일그러진다.) 응. 알아. 내가 너에게 여지를 준 것도 네가 아직 날 사랑한다는 것도 미련이 남아있다는 것도 전부. 그런데, 있잖아. (일그러진 낯이 겨우 미소를 띈다.) 난 사랑하는 네가 이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런 거야. 정말 인간 말종이지. 사랑한다면 이런 일은 스스로 마무리 해야했을텐데. (결국은 말해버린다. 자신마저도 아직 당신을 놓지 못했다는 것을. 이기적이게 모든 걸 놓고 당신을 떠나가서 돌아왔음에도, 그 마음조차 아직 갈무리 하지 못했다는 게. 여전한 마음이라는 게 괴로웠다. 헤어졌다는 하나의 이유만으로 척도가 달라져 버린 것이 이리도 고통스러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이해할 수 없다는 것도 전부 이해할 수 있어. 솔직히,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나도 그랬을 것 같거든. ... 그래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뭐든, 내가 말한 건 부탁일 뿐이야. 하는 건 네 자유고. 부탁도 거절이라는 걸 할 수는 있잖아. ... 역시 이런 거 괜히, 일찍 말했나. (분위기를 풀어보려 겨우 한 장난이 이따위이다. 당신 앞에 서면 항상 나도 날 모르게 돼. 내팽겨쳐진 제 손 바라본다. 다시 가까워진 거리가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멀어지는 게 어쩐지 불안해서. 놓고 싶지 않아서. 그 손을 다시 붙잡았다.) 아직, 할 이야기가 더 많아.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 미안해. 나 어쩌면 널 놓을 수 없을지도 몰라. 자기도 그렇다면, 내 손 놓지 말아줘. 좀 울고 싶어지거든.
 
바알 레미르:사랑하는.... 하. 그래... 사랑한다는 거지.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헤어진 이유도 내가 싫어진 게 아니라, 나에게 피해가 갈까봐 배려한거였다고 했었던가. (잡힌 손을 빤히 쳐다본다. 다시 내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붙잡지는 않는다. 네가 이해한다고 해도, 그래서 한발 더 다가온다고 해도. ... 모든 상황이 우리에겐 부조리하기에. 그렇기에 너도 선을 지킬거라는 걸 모를리 없다. 그야 나는 너의 애인이었으니까. 그리고 너를 아직 사랑하고 있기때문에.) ...난 네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아, 시엘로. (한숨이었다. 네가 눈치챘을 많은 것을 담은, 하지만 네게는 차마 비추지 못하는 것들 또한 담아낸. 깊은 한숨.) ...너도 죽고 싶지 않잖아. 내 미래에 더 이상 네가 없을 거란 걸 견디지 못하거잖아. ... 너는 그런 사람이었잖아. 내가 잘못 알고 있던거야? (답은 원치 않는다는 듯 너를 바라보던 시선이 내려간다. 이윽고 쥐어진 총을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금속이 느껴졌다. ... 동시에 제 손을 잡은 네 피부도 어느새 차가워져있음에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울고싶은 건... 나야, 시엘로. 이젠 모르겠어. (순식간에 끓어오르던 것들이 잠잠해진다. 잔잔한 호수의 돌은 그렇게 자취를 감추었다.) ...이 관계에 총은 필요없지 않던가.. 왜이렇게 된거지, 우리. (눈을 내리깐다. 보이지않는 어둠속의 나락. 끝이없는 절벽에 홀로 선 느낌이었다. 그래, 지금 우리는 분명 함께인데도.) ...그래, 좀 더 장단 맞춰주는 게 더 극적이겠지. 오늘의 끝에 내가 무슨 선택을 할지 지금의 나로선 전혀 모르겠으니까. ... 끝의 끝까지 함께해줄게. 네 입으로 부탁이라고 했으니까 내가 무슨 선택을 하든 존중할거라고 믿어. (쥐어진 총은 뒷주머니에 넣어 상의로 가렸다. 순식간에 차분해진 머리가 기이했지만 동시에 이게 지금으로썬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축 처져 네게 잡혀있기만했던 손에 힘이 주어지고, 몇번의 꼼지락거림 끝에 너와 굳게 깍지를 낀다.) ...가자, 네가 보고싶은 거, 하고싶은 거 다하고 생각하자. 너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어둠을 맞이하게 될거니까, 내가 특별히 네게 내 하루를 주는거야. (그래, 가장 힘든 선택을 내게 준 네겐 선물같은 하루겠지.)
 
시엘로 루카:...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전부 사실이야. (더이상 붙잡아지지 않는 손을 본다. 시선을 떨군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서도, 묘하게 매달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손을 놓고 싶진 않았다. 그저 방금 전 당신이 붙잡은 것마냥 단단히 잡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당신의 말 한마디에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멍하니 있는다. 이럴 때 나는 무슨 말을 하더라. 능청스럽게 넘어가야했을 상황인데. 햇살이 밝은 아침과는 어울리지 않는 묵묵한 침묵이었다.) 그래야만 하는 게 내 위치잖아. 부탁을 한 이상 그 방향은 더이상 내가 무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건 알고 있어. (곧 손에 닿는 감각이 느껴진다.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심장을 억누르느라 꽤 애를 썼다. 이젠, 잠깐은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웃도록 할까. 그 내면은 무시한 채로 말이야.) 그건 조금 기쁜데. 이렇게 얻은 네 하루를 헛되이 하지 않을게.
 
...
 
손에 닿는 권총의 감각이 지나치게 익숙했습니다.
 
정말 진짜 총인 듯 싶었습니다. 믿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까까지 흔들리던 모습을 보인 시엘로는, 이젠 더할나위없이 태연해보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세계멸망에 본인을 죽여달라니.
 
저 태연한 얼굴을 보니 다시 그 말들이 떠오릅니다. 끔찍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성 판정
 
바알 레미르: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이성 1 감소
 
당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엘로는 웃는 얼굴로,
 
아직 해가 지기까지는 시간이 많다며 당신의 손을 잡고 축제가 열리는 거리로 이끕니다.
 
...
 
...
 
...
 
...
 
...
 
당신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익숙한 거리에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주변 차량까지 통제하는 것으로 보아
 
그리 작은 규모의 축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게 어제 그 지역방송에서 떠들어대던 축제던가요?
 
주변을 둘러보면 이곳저곳에 다양한 부스들이 보입니다.
 
사람은 많지만 데이트를 하기엔 좋은 곳 같습니다.
 
조금 전 시엘로가 말했던 것들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요.
 
그나마 사람이 적은 곳은
 
[ 푸드 트럭, 금붕어 잡기 부스, 다트 부스, 기념품 판매 부스, 포토존, 중앙의 거대한 나무 ]
 
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전부 줄을 서느라 시간이 다 갈 것만 같습니다.
 
시엘로 루카:와... 생각보다 사람이 더 많은데? (주변 두리번 거리다가 문득 당신 바라보곤 미소지었다.) 저어기 몇 곳들 사람 없어보이는데 그 쪽들부터 가볼래? 어디 갈까? 별 생각 없으면 내가 막 끌고 다닌다? (아까의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천진하게 장난스러운 말까지 던진다.)
 
바알 레미르:(여전히 잡힌 손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있다가 뒤늦게 목소리를 알아채고 고개를 든다.) ...하루를 준 건 나니까, 네가 멋대로 정해도 되긴하지. (천진한 모습에 마치 좀 전의 일들이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숨기는 것에 일가견이 있던 너니까. 그냥 모른 척 어울려주기로 한다.) 글쎄... 다트 부스라도 갈까. 다트 잘해, 시엘로?
 
시엘로 루카:(부러 어울려주는 걸 아는 듯 그저 웃어보이며 잡은 손을 살살 흔들어보이기도 했다.) 다트? 음... 사격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제대로 해 본적은 없는데... (곰곰, 기억을 더듬어보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대충 어찌저찌 잘 할 것 같긴 해! 뭐어, 내기라도 할까~? 자존심을 거는 거지!
 
바알 레미르:자존심이라기보단 진짜로 뭘 거는게 좋지않아? 예를 들면 우리의 방식대로 진짜 손목이라거나. (맞잡지않은 손의 검지로 네 손목을 가볍게 긋는 시늉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장난스러웠다.) 이왕이면 실효성이 있는 것을 내기에 거는 게 좋겠지. 뭘 걸래, 우리?
 
시엘로 루카:(가만 당신의 말 듣다가 눈 몇 번 꿈뻑이다가 이내 웃음 터뜨린다.) 아... 진짜 손목이면 조금 너무하잖아~! 그러면 다른 한 쪽이 수발 들어줘야지. 내기치곤 너무 살벌해~ (장난스러운 말에 작게 미소지었나.) 실효성이라면 소원권? 그런 거? 제일 무난한 게 소원같은데. 어때?
 
바알 레미르:그 정도 수발을 못 들어줄 정도의 애정이었다면 너와 만날 생각도 않았어.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웃는다.) 소원권이라... 좋네, 그거. 기왕 소원권으로 하는거, 좀 더 조건을 붙여서... 상대가 절대로 거부못하는 그런 소원권. 이런 거 어때? 이제 좀 더 탐이 날려나? (깍지낀 손가락이 꿈질거렸다.)
 
시엘로 루카:뭐야 그거. 조금 설레는데. 그냥 정말로 손목 걸어버려? (역시나 농담이었다. 조금 과장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음? 절대로 거부를 못해... 거부 불가... (조금 혹한 듯 고민을 해보는 눈치이다.) 정말로 지면 안되겠는데. 우리 자기가 뭘 할지 내가 어떻게 알아? (눈 가늘게 뜨곤 당신 바라보다가 이내 웃었다.) 좋아. 나쁘진 않지. 그럼 가볼까요~ (당신의 손 잡고는 천천히 다트부스로 이끌었다.)
 
바알 레미르:...끌리는 모양인데. (고민하는 모습을 보다가 이내 눈이 마주치면 따라 웃는다.) 내가 뭘할지보단 시엘로, 네가 뭘 할지가 더 걱정스러운걸. 하루밖에 시간을 주지않았으니, 네가 소원권을 알차게 사용하길 바랄뿐이야. 물론 내가 졌을때의 일이겠지만. (역시 승부욕이라면 지지않았다. 다트부스로 다가서선 다트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린다.) 먼저할래? 아님 내가 먼저할까.
 
부스 안 쪽 벽에 풍선 여러개가 달려있습니다.
 
다트 5개를 던져 풍선을 맞추면, 맞춘 수에 따라 경품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부스 한 쪽에는 경품 목록이 써진 표가 보입니다.
 
[ 핸드아웃 ]
 
맨 아래에 알 수 없는 글이 써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세계의 끝이라니?
 
다시 목록을 보자, 이상함을 느꼈던 맨 아래의 글은 보이지 않습니다.
 
잘못 본 걸까요?
 
곧 직원이 두 사람에게 다트를 5개씩 건네줍니다.
 
시엘로 루카:당연히 끌리지. 거부 불가라니~ 여러모로 쓸만한 소원권 아냐? 어라, 그거 날 못믿는 거야? 내가 작고 귀여운 소원을 들어달라고 할지도 모르는데? (그리 말하곤 어깨 으쓱했다.) 제안해 준 사람이 먼저 시범보여주기! 나 다트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보고 옆에서 꼼수나 배워야겠어~
 
바알 레미르:물론 네게는 작고 귀엽겠지만 내 입장에선 작고 귀엽지않겠지. 안그래? (눈 가늘게 떠 너를 바라보다가 다트를 고쳐쥔다.) 꼼수라... 글쎄. 초심자가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진 모르겠는데. 시엘로, 네가 다트에 재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얄밉게 고개 기울인다. 장난인게 명백했다. 이내 시선을 돌려 과녁판을 바라보며 조준해본다.)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3번 성공!
 
시엘로 루카:아무래도? 상대적인 편이 아닐까. (장난스럽게 웃음소리 흘렸다. 그러다 곧 들려온 말에 눈 가늘게 떴을까.) 흐응~ 진짜 얄미워. 어디 잘 하는지나 보자. (그리곤 가만 당신이 하는 것 옆에서 지켜보았다. 생각보단 잘하는 당신에 꽤 놀랐는지 눈 꿈뻑였다.) 말이 허우대만 있는 건 아니었네? (묘하게... 질까봐 불안한 눈치...)
나도 해볼게. (휴우... 한숨 몰아쉬곤 과녁 빤히 바라보며 던져본다.)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5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시엘로 루카: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4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바알 레미르:(?)
 
시엘로 루카:(?)
나 천잰가본데?
 
바알 레미르:뭐 뭔데..
 
시엘로 루카:칭찬해줘. 얼른.
 
바알 레미르:....재수없어, 너.
이것도 칭찬이야. (나름..)
 
시엘로 루카:그게 칭찬이라니... (삐진 눈...) 됐어~ 그럼 이렇게 된 거 소원권은 내 거지. (싱글싱글 웃는 낯으로 당신에게 제 얼굴 들이민다.)
 
바알 레미르:(얼굴을 들이밀어도 뒤로 물러서지않고 빤히 바라본다. 어째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 ...그래, 네 거지. 다트 천재께서 이 소원권을 어디다가 쓸지 정말 궁금한데. 지금 쓸거야? (손을 뻗어 네 입가를 덮더니 슬슬 밀어낸다. 금새 웃는 얼굴로 바뀌어있었다.)
 
시엘로 루카:(불만족스러운 얼굴에 본인은 만족한 건지 실실 웃었다.) 지금은 아니고 좀만 이따가? 실은 뭘 해달라고 할지 제대로 생각해보진 않았거든~ 생각나면 그 때 바로 할게. (밀어내는 것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밀려났다. 이젠 어디로 갈까 하며 중얼거렸다.)
 
그런 둘 앞에 직원이 다가와 웃으며 경품을 건네줍니다.
 
바알에게는 귀여운 곰인형을, 시엘로에게는 귀엽고 큰 곰인형을 건네줍니다.
 
둘 다 색은 옅은 갈색이네요.
 
시엘로는 감사하다며 살갑게 직원에게 말하곤 바알을 이끌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시엘로 루카:인형 우리 자기가 가질래? (제법 큰 인형 꼭 안고 주변 두리번 거리다가 당신에게 물었다.)
 
바알 레미르:허... (헛웃음짓는다.) 이미 작은 것으로 갖고있는데 가지고싶겠냐고, 시엘로. (큰 인형의 코를 꼬집듯 잡더니 너와 시선맞춘다.)
 
시엘로 루카:왜~ 사이즈별로 모으는 취미라도 만들어보지 그래? (장난스레 말했지만 진심이긴 한듯 인형 귀 잡고는 당신 눈 높이의 맞춰서 든다.) 이 귀여운 얼굴을 봐. 자기한테 가고 싶대잖아.
 
바알 레미르:인형을 모으는 취미는 없는데. 담배면 몰라도. (물론 피우진 않지만, 모으는 건 좋아하니까... 문득, 집에 진열되어있는 담배갑들을 떠올리다가 큰 인형과 눈을 맞춘다.) 정말 이 곰탱이가 나한테 오고싶대? ...다른 이가 오고싶은 건 아니고? (곰인형과 마주하던 시선을 천천히 올려 너를 빤히 바라본다.)
 
시엘로 루카:담배 모으는 거 아직도 해? (당신의 취미가 그것인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건 이제서야 안 듯 싶었다. 당연한 일이었지.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걸.) 가고 싶다는대? 혼자 있기엔 외롭대~ (그리 말하곤 킥킥거리다가 이내 돌아온 말에 눈 도르륵 굴린다.) 들켰어? 어쩔 수 없네. 그러니까 나랑 얘랑 둘 다 받아버리든가. (어깨 살짝 으쓱였을까.)
 
바알 레미르:아직도 하지. 쉽게 사라지는 취미는 아니잖아, 아무래도. (작은 곰인형을 만지작거린다. 어떠한 의도로 묻는 건 아닌듯 했으나, 그 물음 사이에 공백이 있었다는 게 명백히 보여서. ...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들려오는 말에 정신을 차린다.) 정직하지 못하긴. (눈접어 웃다가 네게서 곰인형을 받아들고 잠시 작은 곰인형과 함께 바닥에 두었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이전처럼 네 허리를 끌어당겨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익숙한 체향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시엘로 루카:그런가? 하긴 꽤 오랫동안 하지 않았나. 그거. (곰곰 과거를 떠올려보는 듯 싶었다. 꽤나 가벼이 말한 말이었는데 도리어 묘해진 당신에 그냥 웃고만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마냥. 부러 하는 모르는 척.) 내가 언제 정직한 적은 있었고? (그러다 곧 제 허리를 끌어안는 것에 잠깐은 당황한 듯 눈 굴리다가 작게 웃음소리 흘렸다. 슬그머니 살짝 마주 안고 당신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췄다.) 이건 정직하지 못한 내 선물.
 
바알 레미르:그것도 네 매력중 하나긴 하지. (마주 끌어안는 손길에 만족한 듯 웃음소리를 내었다가, 이마에 닿는 입술에 슬 굳는다. 익숙했어야 할 가벼운 입맞춤이지만, 아무래도 떨어져있던 시간이 길고 외로웠던 것일까. 쉽게 넘어가지못하고 한참을 굳어있다가 겨우 웃어보이며 네게서 떨어지려는 듯 뒷걸음질 친다.) 이런 선물까지 줄 줄은 몰랐는데. 서비스를 잘 주는 사람이었던가, 시엘로. (네게 다시 대형인형을 안겨주는 손길엔 다급함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이어 작은 인형을 한팔에 끼우면서 약간은 붉어진 눈가를 수습하는 모습이 보였을지도 모르겠고.) ..이제 어디갈래? 내가 원하는 데 갔으니까 이젠 네가 원하는데 가고싶어.
 
시엘로 루카:(당신이 내 입맞춤에 굳은 것을 느낀다. 그냥 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상념이 드는 와중 문득 깨닫는 것. 이러는 것도 아주 오랜만이구나. 그래서 그런 거구나. 하는 그런 감상. 내게서 떨어지려 하는 걸 구태여 잡진 않고 자연스레 놓아주었다.) 우리 자기 한정으로? 그동안 그렇게 많이는 해박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제게 다시 인형을 안겨주는 걸 받고는 인형 살살 쓰다듬었다. 그냥 가져줬으면 좋겠는데. 인형을 만지작 거리다가 돌아본 당신이 눈가를 매만지는 것 같아서 한참 빤히 바라보다 말았다. 이건 묻지 말아야지.) 내가 원하는 곳~ 음... 푸드 트럭이나 갈까? 나 아침 안 먹었어. 지금 시간도 점심 쯤인 것 같은데! 군것질이나 하자. (당신의 팔에 팔짱 끼고는 푸드 트럭 쪽으로 걸었다.)
 
바알 레미르:(네 대답에도 그저 웃는다. 팔짱낀 행동이 기꺼워 네게 거의 끌려가듯 걸어가면서, 네 뒷통수를 눈에 담았다. 검은 머리카락에 간혹 바람에 흩날리는 것을 보니, 가슴이 간질거렸다. 동시에 바늘에 찔린 듯한 고통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을 무슨 감정이라고 정의해야하나. 상념이 따랐지만, 지금은 그것을 굳이 정의하지않기로 하고 네 뒤를 따른다. 오늘은 슬프게도, 날씨가 정말 좋았다.)
 
...
 
작지 않은 푸드 트럭이라 꽤 많은 음식을 판매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줄이 있어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솜사탕, 닭꼬치, 링고아메, 아이스크림 정도입니다.
 
시엘로 루카:나같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단 말이야? 줄이 좀 있을 줄은 몰랐는데. (흐음...) 뭐 먹을래? 미리 정해두면 바로바로 하기 편하겠지~
 
바알 레미르:뭐.. 아침이니 간단하게 먹는 게 좋겠지. 실제로 간단한 것들만 파는 것 같고. (메뉴를 찬찬히 둘러보다가 링고아메를 가르킨다.) 저런 달달한건 취향이던가?
 
시엘로 루카:이런 데도 오랜만이네~ (같이 메뉴 둘러보다가 들려온 말에 시선 따라 옮겼다. 고개 두어번 끄덕였다.) 좋아하지~ 단 거 맛있잖아. 물론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단 건 빼고~ 저건 안 먹어 본 것 같은데. (궁금한지 고개 기울였다.)
 
바알 레미르:한번도? 의외네. 한번쯤은 먹어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따라 고개를 기울인다. 장난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는 행동이었다.) 그럼 먹어볼래? 나는 괜찮으니까, 하나만. 배가 차지는 않을거지만 어느정도 만족감은 줄걸.
 
시엘로 루카:(저를 따라 고개 기울이는 거 보고는 표정 묘하게 변한다. 그러다 당신의 볼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아프진 않게.) 지금 장난치는 거야? (뜸) 좋아~. 막 많이 먹는 건 또 별로니까. (주문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줄이 줄어든 듯 싶어 웃으며 링고아메 2개를 주문했다. 당신은 괜찮다는 말을 그냥 무시해버린 듯. 그리곤 웃는 낯이다. 부러 그런 것 같다.) 주문은 했으니까 좀 있으면 나오겠지!
 
바알 레미르:(볼이 찔리자 놀란듯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내 웃는다.) 시엘로, 너야말로 그런 장난은 안 칠줄 알았는데. (얼굴만 돌려 네 손가락을 깨물려는 듯 하다가 줄이 줄어들자 태연하게 고개 돌린다. 어째 이전에 해온 어떤 데이트보다도 오늘이 더, 진짜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결국 2개시킨거야? 괜찮다고 했는데 한귀로 흘려들은 티 내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네 허리를 툭 친다.)
 
시엘로 루카:뭐~가. 나 원래 이러는 거 몰라~? (고의로 삐진 듯한 목소리로 장난스레 비아냥 거렸다. 어쩐지 제 손이 깨물릴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으나 태연하게 고개 돌리는 모습 보곤 어이가 없으면서도 꽤 귀여운 모습에 웃음소리 흘렸나. 묘하게 지금이 행복해서 이대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감상을 떠올린다.) 아하하~ 먹으면 좋잖아~. 싫으면 그냥 내가 다 먹지 뭐. 사과는 좋아하니까. (허리 툭 치자 제 허리 살살 매만졌다.) 아파~ (전혀 아픈 눈치는 아니다.)
 
바알 레미르:아프지도 않으면서 엄살은 잘 부린다니까. 하긴.. 예전부터 그랬던가. (빤히 바라보다가 네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관망하면서, 주문한 것이 나올때까지 잠시 정적을 유지했다. 이내 네게서 온전히 손을 떼어내며 건내진 링고아메를 손에 들었고, 네게 한개 내밀었다.) 생애 첫 링고아메, 먹어봐.
 
시엘로 루카:정말, 다 들켰네. (일부러 숨기지 않은 것이지만 괜히 그렇게 말해봤다. 그러다 제 머리카락 쓰다듬는 손길에 잔잔하게 미소지었나. 익숙하고도, 그리웠던 손길이다. 주변은 소란스러웠지만 편안했다. 곧 제게 건네는 것을 받았다.) 뭔가... 딱딱해보이는데... (한입 깨물어보다가 얼굴 살짝 찡그린다.) 나랑 해보자 그거지. 엄청 딱딱한데? 이빨 나가면 어떡해? 책임져줄 거야? (당신에게 하는 말인지, 링고아메에게 하는 말일지 모를 것들 중얼거린다.)
 
바알 레미르:...... (링고아메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명확하게 칭하진 않았으나 그 순수한 독백에 결국 웃음을 흘리고말았다. 좀 전에 날을 세우던 그때가 아득해질정도로 쌓이는 행복, 기쁨... 한달동안 느껴보지못했던 것들이 생경했으나, 싫지는 않았다.) 무엇이든 쉽사리 너를 책임져주지 못할껄. ...네 앞에 있는 이 빼곤 그 누구도.
 
시엘로 루카:(제 중얼거림을 들은 듯 무어라 말하는 당신에, 링고아메랑 한참 씨름하닥 오도독 깨먹고는 바라보았다. 눈 두어번 꿈뻑꿈뻑.) 이거 뭔가 고백같은데. 근데 맞는 말이라서 뭐라고 못하겠어. 누가 날 감당해. 우리 자기밖에 없지. (작게 웃어보이곤 괜히 다시 몸 돌려 아이스크림이나 주문했다.)
 
바알 레미르:이미 고백한 사이잖아, 새삼스럽게. (여전히 입에도 대지않은 링고아메를 들고 팔짱끼다가 아이스크림까지 주문하는 모습에 웃음을 감출수 없는지 다른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그럼, 맞는 말이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람을 감당하려면 이정도쯤은 되야하지 않겠어. (가만 눈을 내리깔다가 네 옷깃을 끌었다.) 아이스크림 나오면, 어디 살펴볼지 미리 정하자.
 
시엘로 루카:새삼스럽긴 하지만, 갑자기 그러면 내가 놀라 안 놀라? (놀라진 않고 조금 멈칫한 것 뿐이었지만 말이다. 당신이 웃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눈 가늘게 뜨곤 당신 바라 볼 뿐이었다.) 그래서 이제 자기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나 감당해 줄 사람이 더이상 없어서 말이야. (제 옷깃 끄는 것에 의문스러운 듯 하다가도 들려온 말에 고개 끄덕였다.) 금붕어 잡기나 하러갈까~ 그거 되게 어려워 보이던데.
 
바알 레미르:... ... (이어진 대답엔 그저 미소만 짓는다. 입가를 가리던 손을 내리면, 어느새 차분해진 얼굴로 너를 바라보았고.) 그걸로 됐어. (옷깃을 끌던 손이 점차 내려가 네 손을 잡았고, 이내 다시금 깍지낀다. 꼭, 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사람인것 마냥.) 그것도 한번도 못해봤다고 하면서 나를 기만하는 건 아니겠지, 시엘로.
 
시엘로 루카:(제 손에 닿는 옅은 온기. 곧 깍지가 껴지는 손에 슬금 당신 바라보고는 저도 손을 맞잡았다. 어디 안 간다는 것 마냥. 그렇게 손을 잡았다.) 다트는 정말 운이었다니까~ 금붕어는 잡는 거 영상으로 조금 봤어. 이건 좀 잘 할 지도 모르겠다! 미리 미연에 기만 방지. (작은 소리로 키득인다.)
 
그렇게 푸드 트럭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자,
 
줄 앞 쪽에서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 듣기 판정 ]
 
바알 레미르: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또 지진이래? 거기 지난 번에도 지진이 일어난지 얼마 안 됐잖아."
 
"그러니까… 원래 자주 일어나는 지역도 아니었는데. 세상이 어떻게 되련지…."
 
...
 
앞쪽에서 줄을 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이상할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큰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이 근처에서 작은 규모지만 지진이 있었다는 뉴스를 보기도 했었고 말이죠.
 
시엘로 루카:(곧 아이스크림 받아들고는 당신을 바라본다.) 뭐해~? 나 아이스크림 받았어. 금붕어나 잡으러 갈까?
 
바알 레미르:.... 아니, 별거 아니야. (지진이라... 뜻밖의 소식이면서도 그리 궁금하지는 않았다. ... 아마도.) 금붕어는 얼마나 많이 잡을지 기대할게. 저번 게임으로 기대치가 높아졌거든.
 
시엘로 루카:너무 나를 과대평가 하는 건 아냐? 한 마리도 못 잡으면 조금 부끄러운데. (별 거 아니라는 말을 믿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그저 넘어가기로 했다. 웃는 낯 띄우며 가자는 듯 먼저 발걸음을 돌렸다.)
 
...
 
큰 고무 풀 안에 금붕어 여러마리가 보입니다.
 
종이 뜰채로 금붕어를 건져 잡으면
 
그 금붕어를 가져갈 수 있다는 심플한 룰인 것 같습니다.
 
잡은 금붕어를 가져가지 않을 경우
 
잡은 금붕어의 수 만큼 금붕어 모양 사탕을 준다고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고무 풀에서 첨벙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노이즈 낀 라디오 소리가 들립니다.
 
안쪽에 놓인 라디오에서 들리는 소리 같습니다.
 
[ 듣기 판정 ]
 
바알 레미르: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지구에 근접해오는 소행성이 관측되어… 충돌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빠른 시일내에 소행성을 파괴하는 방안으로… "
 
중간중간 노이즈가 섞여 잘 들리지 않습니다.
 
시엘로 루카:뭐야? 다른 생각해? (당신 허리 슬며시 손가락으로 살살 쿡 찔렀다.) 무슨 일 있어?
 
바알 레미르:아, (깜짝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허리를 매만지다가 금방 웃는다.) ...별거 아니라니까. 금붕어 잡기는 잘 될 것 같아?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려낸다.)
 
시엘로 루카:계속 멍하길래~ 또 무슨 생각 하나 싶어서. (어깨 살짝 으쓱였다.) 그건 모르지~ 해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 (자연스럽게 돌려진 화제에 구태여 제 궁금한 걸 캐묻진 않았다. 곧 직원에게 가 금붕어 잡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직원이 두 사람에게 각각 종이 뜰채와 금붕어를 담을 그릇을 건네줍니다.
 
그릇 안에는 물이 찰랑거리고 있습니다.
 
시엘로 루카:여기에서도 소원 내기나 할래? 둘 중 더 많이 잡은 사람의, 더 많이 잡은 수 만큼 소원권 주는 거지~.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만약에 내가 3마리를 잡고, 네가 5마리를 잡았다고 한다면 내가 우리 자기의 소원 2가지를 들어주는 느낌?
 
바알 레미르:소원 내기에 맛들렸나본데, 그거 위험한 도박이야. (눈 가늘게 뜨며 바라본다. 물론, 거절은 하지않았다.) 뭐.. 나쁠 건 없지. 이번에는 천재의 감이 내게 오면 좋을텐데. (묘한 표정을 하는 네 볼을 가볍게 늘렸다가 손을 내린다. 이내 종이 뜰채를 잡고 금붕어를 바라본다.)
 
시엘로 루카:왜~ 재밌잖아. (도박이라는 말에 조금 속상해졌나, 싶기도 했지만.) 이번엔 행운이 있길 바라. 천재 레미~ (장난치듯 키득이다가 제 볼 늘려지자 웃는 낯 더욱 미묘해진다.) 이번엔 내가 먼저 해볼게~ 성공하면 좋을텐데...
민첩
기준치: 65/32/13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망했네.
 
바알 레미르:아하하. (웃어버린다.)
 
시엘로 루카:(찢어진 뜰 채 멍하니 바라본다...)
너도 해봐~! 어렵다구 이거.
 
바알 레미르:그럼,그럼. 운은 한번만 따라줘야 공평하지.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려워? (놀리듯이 고개 기울인다.)
 
시엘로 루카:(...)
응. 어려워. 이거 완전히 졌잖아? (그냥 당신 구경이나 하겠다는 듯 아예 자리까지 잡아버린다.)
더 해봐~ 어디까지 되나 구경해보고 싶어졌어.
 
바알 레미르:참 나. (자리잡는 것 보고 어이없이 웃다가 다시금 뜰채를 들었다.)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뿌듯.)
 
시엘로 루카:(... ...)
진짜 잘하네. 뭐야~?
방해나 해볼까. (잔잔)
 
바알 레미르:(네 말에 콕... 허리찌른다.)
 
시엘로 루카:알겠어. 안 할게~ 구경만 구경만!
 
바알 레미르:좋아좋아. (그제야 안심한듯... )
민첩
기준치: 60/30/12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
두 마리네.
 
시엘로 루카:그래도 두마리면 많이 잡았잖아? (꿈뻑꿈뻑. 금붕어들 바라보았다.) 아... 어쩔 수 없네. 소원권 2개도 선물로 드립니다~ (아쉽다는 듯 어깨 으쓱 했다.)
 
바알 레미르:시엘로가 가진 소원권 한개도 무마시킬수 있겠는데, 2개정도라면. 그건 싫은가? (웃는다. 굳이 금붕어를 가져갈 생각은 없었는지, 가게 주인에게 금붕어 사탕 두개를 받아온다.) 먹을래?
 
시엘로 루카:(?) 무마를?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기껏 얻은 건데. (싫은 티는 내지 않았지만 어찌 복잡한 표정이다. 곧 제게 묻는 말에 느릿하게 고개 끄덕였다.) 금붕어 귀엽네. (그리곤 장난스레 입 살짝 벌린다. 사탕 넣어달라는 듯.)
 
바알 레미르:(복잡한 표정도 금방 확인했는지 짓궂게 웃는다.) 진짜로 그러지는 않을테니 걱정마. 그러면 기껏얻은 게 재미없기도 하고. (나머지 한개의 사탕을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네 행동에 눈을 끔뻑거리며 다시금 굳어버린다. 어색하게 눈을 굴리고, 늘 차갑던 볼이 미지근해질때쯤. 사탕을 손수 까 네 입에 넣어주었다. 바라보는 시선은 애정이 가득했다.) ...맛있어?
 
시엘로 루카:(당신이 굳어버리는 걸 보고는 겨우겨우 웃음을 참았다. 그렇게 짓궂은 장난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꽤 귀여운 면이 있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입안에 들어온 달콤함에 옅게 웃어보였을까. 애정이 가득한 시선 때문인지, 유독 아릴 정도로 달게 느껴졌다.) 너무 달아. 맛있긴 하지만~? (어느새 정오를 넘어 오후로 향해가는 시간을 보았다.) 이제 포토존이나 가볼래? 거기 포토존이라고 하는 거 보면 뭐 꽤나 예쁜 게 많을 것 같은데.
 
바알 레미르:방금 전에 링고아메랑 아이스크림까지 먹었으니 질릴만도 하지. (손을 뻗으려다가, 애써 참는다. 참아야하는 이유는 굳이 없었으나,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싱숭한 기분에 눈을 데굴 굴렸다.) 포토존? 아... 우린 사진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찍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떤 곳인지 궁금하긴 하네. (작은 곰인형을 조종하듯 팔을 잡아 네 볼을 툭 건드리곤 떨어진다.)
 
시엘로 루카:아?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나 아까까지 단 거 계속 먹고 있었구나. (중요한 게 그런 것들이 아니었으니 쉽게 잊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나. 당신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시엘로 루카인 낯이다.) 사진 말고 그냥 풍경 구경? 정도는 나쁘지 않지 않을까? 확실히 막 찍진 않았지. 해봤자 뭐 생일 때 정도였나? (곰인형으로 제 볼 건드는 것에 웃음소리 흘렸다. 뭐하는 거냐며 웃음기 어린 중얼거림도 함께. 곧 당신 이끌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
 
꽃밭에 꽃이 피어있고, 한가운데에 짧게 길이 나 있습니다.
 
포토존이라고 쓰여진 팻말이 있는 걸로 보아 이 곳이 포토존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알록달록한 꽃밭의 한가운데에서
 
사진을 찍으면 예쁜 사진이 나올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포토존 근처로 다가가자,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다가옵니다.
 
직원은 두 사람에게 연인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며
 
두 사람에게 연인 사이냐고 묻습니다.
 
직원:두 분 연인 사이이신가요? 맞으시다면 한 장 찍어드릴게요! 너무 잘 어울리셔서~
 
바알 레미르:.... (눈 끔뻑거린다. 연인...이라고 정의해도, 되겠지? 적어도 지금만큼은... 네 동의를 구하듯, 그리고 답지않게 눈치를 보듯 너를 바라본다.)
 
시엘로 루카:(눈치를 보는 듯한, 답지 않은 당신을 바라보곤 작게 웃었을까. 하긴, 조금은 애매하고 어려운 관계에 놓여져있긴 하지. 이럴 땐 먼서 나서주는 게 좋을까.) 연인 사이 맞아요~ 한 장 찍어주실래요? 어디서 찍으면 좋으려나~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다가와 팔짱을 끼고는 주변 두리번 거린다.)
 
직원:아, 찍으시는 건 저기 꽃밭 한 가운데에 서주시면 예쁘게 나올 것 같아요! 대부분 그 쪽에서 많이들 찍으시거든요.
 
바알 레미르:(팔짱을 끼자 그제야 안심한 듯 눈을 데굴 굴린다. 소심한 건 답지않은데, 오늘따라 더 그래서 제 자신이 기분나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수 밖에 없는,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옆에있어서. 얌전히 너를 이끌고 꽃밭 한가운데 섰다. 어색한 손짓, 어색한 표정. 난생 처음 누군가가 찍어주는 사진에 당황스러움과 기묘함을 함께 느끼며 네 곁에 섰다.)
 
두 사람이 길을 따라가 꽃밭의 한 가운데에 서면,
 
직원은 자 찍습니다~ 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 시엘로, 바알 둘 다 행운 판정 ]
 
바알 레미르: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시엘로 루카:
행운
기준치: 60/30/12
굴림: 2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직원은 사진을 찍은 뒤,
 
바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카메라에서 뽑아 건넵니다.
 
직원:해가 지고 나면 불꽃놀이가 있을 예정이니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또 사진을 찍으러 와주세요!
 
라고 말하곤 둘을 떠납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받은 직후에는 온통 하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사진이 서서히 보입니다.
 
사진을 보니... 바알이 눈을 감아버렸네요.
 
시엘로 루카:아하하~ 눈을 감으면 어떡해. 긴장했어? (장난스럽게 당신 볼 콕 찌르며 사진 계속 바라보았다.)
 
바알 레미르:긴장하긴 무슨. 이런 거 어색하니까 괜히 타이밍 못 맞춰낸거지. (볼이 콕 찔리자 너를 흘겨보다가 어깨으쓱인다.) 어쩔 수 없지.. 불꽃놀이 이후에 또 와달라니 그때 찍거나 아님 포기하는 수 밖에.
 
시엘로 루카:그래도 귀여우니까 됐어. 이런 건 또 새롭네. (작게 키득이며 웃었다.) 이제 기념품 판매하는 곳이나 가볼래? 그냥 가볍게 둘러만 보고 나오자. 슬슬 어두워지고 있어서.
 
바알 레미르:...그렇네. (어두워지는 하늘을 생경하게 바라본다. 해가 지는 건 태어난 이래로 몇십년을 보고 살아왔는데, 왜이렇게 오늘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가자. 뭘 사는건 이미 양손에 한가득이니까 무리고, (인형과 사진, 그외 등등을 들어보인다.) 구경정도만.
 
시엘로 루카:(느릿하게 고개 끄덕이고는 조금은 아쉬운, 또 약간의 알지못할 감정을 담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내 감정을 갈무리 한건지 웃는 얼굴로 가자고 말하며 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형형색색의 헬륨 풍선 덕분에 기념품 부스라는 느낌이 물씬 듭니다.
 
캐릭터 모양 풍선도 팔고 있고, 동물 귀 머리띠도 팔고 있습니다.
 
커플 아이템으로 쓰기 좋은 악세사리들도 보이네요.
 
그 외에도 다양한 물건을 많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부스 앞쪽에는 신문과 잡지를 판매하는 [ 판매대 ] 가 따로 나와있습니다.
 
꽤 낮은 판매대라 하마터면 못 보고 부딪힐 뻔했네요.
 
바알 레미르:(판매대에 부딪힐뻔하다가 어색하게 시선을 내린다. 하마타면 넘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날뻔했다. 미간을 찌푸린채로 판매대를 살펴본다.)
 
비닐로 포장 된 오늘자 신문과,
 
비교적 최근에 나온 듯한 패션 잡지들이 보입니다.
 
[ 관찰력 판정 ]
 
바알 레미르: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늘자 신문의 기사 중 하나의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거리 추돌사고, 한 달 뒤에야 원인 판명?'
 
이라는 제목입니다.
 
비교적 구석에 쓰여진 기사인데다 신문이 접혀있어
 
그것 외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내용을 모두 읽으려면 신문을 사야할 것 같습니다.
 
바알 레미르:(흠... 신문을 사야하나. 고민하다가 결국은... 사려고 집어든다. 궁금한건 못참는 성격이니까. 기념품은 몰라도 신문정도야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신문을 사서 읽어보면,
 
기사에서는 한 달 전에 일어났던 대형 추돌사고에 대한 기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 핸드아웃 ]
 
[ 정신력 판정 ]
 
바알 레미르:
정신
기준치: 60/30/12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거리는 분명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축제가 열리는 이 곳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인 탓에 자주 지나다닌 기억도 있습니다.
 
사고 현장을…
 
직접 봤던가?
 
선명하게 떠오를 듯 하면서도 이내 기억이 흐려집니다.
 
시엘로 루카:(다른 곳을 돌아보고 있다가 뭔갈 읽고 있는 당신의 모습 바라보고는 다가온다.) 신문이야?
 
바알 레미르:...여기서 사고가 났다는데. (괜히 무언가 잘못된것이라도 보다 들킨 것 마냥 신문지를 덮어둔다. 행복한 시점에 이런 내용을 자세히 알려줄 수는 없지만...) 넌 알아? 난 못봤던것 같아서.
 
시엘로 루카:사고? 음... 내가 이 근처에 사는 건 아니니까.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고개 슬 옆으로 기울이다가 이내 웃는다.) 뭐어 별 신경은 쓰지 마. 별 일 아니지 않을까. 따로 더 살 거 없으면 다른 곳이나 가볼래?
 
바알 레미르:(집 주변이니 신경쓰이는 건 당연하지만... 말그대로 지금은 별 신경을 쓸때가 아니다. 그건 확실했다.) ..뭐, 따로 살건 없지만. 눈여겨 보던 건 있었어. (동물귀코너에서 강아지 귀모양 머리띠를 가르키며 너를 바라본다.) 어울릴것같지, 너랑.
 
시엘로 루카:응? (손가락으로 카리킨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보이는 강아지 귀모양 머리띠에 얼굴로 물음표 가득 띄운다.) 이걸 지금 나한테 씌우고 싶다는 거야~? 악취미인데? 이게 뭐야...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안 어울릴 거고 싫다고 하면?
 
바알 레미르:뭐, 정말로 잘 어울리는데다가... 네가 싫다고 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걸어가 금방 돈을 주고 머리띠를 사와선 네 머리에 씌운다.) 이렇게 씌워줄테니까 괜찮아. (어깨 으쓱인다. 뻔뻔한 얼굴이었다.) 싫다면서 내팽겨칠거야? 내 돈인데?
 
시엘로 루카:(순식간에 당한 기분에 눈만 도륵도륵 굴린다. 눈 꾹 감았다가 뜨곤 뻔뻔한 낯 바라보며 묘하게 노려봤나. 그러다가 애써 웃었다.) 잠깐만 쓰고 있을게 그럼. 아~ 악취미 악취미~! 진짜 너무해. 이 나이 먹고 내가 이래야겠어? (눈 가늘게 떴다.)
 
바알 레미르:지금 나이가 어때서? 링고아메랑 눈싸움하던 사람이 누군지, 그리고 다트게임에서 이겨서 놀려대던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 되돌아보면 그런 소리 안나올껄. (그저 웃는다. 네가 귀여웠던 까닭이었다.) 이제 갈까? 가보지 않은 곳이 한 곳 남아있었지, 분명.
 
시엘로 루카:... 반박 못하게 그러는 거 진짜 짜증나. 우리 자기 그럴 때마다 열받는 거 알아? (당신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은 뚱해진 얼굴로 그저 당신 노려보고 있었다. 곧 화제를 돌리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 저어기~ 큰 나무 쪽! 얼른 가보자.
 
바알 레미르:열받아도 정작 뭔갈 꾸미진않잖아. 그러는 걸 보면 자기는 모략과와는 좀 거리가 멀어. 안그래? (네 말투를 따라하며 능글맞게 시선을 맞추다가 이내 웃어버린다. 그리고 다시금 네게 팔을 뻗어 손을 맞잡았고.) 가자, 잘하면 그곳에서 불꽃놀이도 볼 수 있겠네.
 
...
 
중앙 쪽에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나무입니다.
 
곧게 뻗은 가지 사이사이로 알록달록한 색깔의 종이들이 묶여있는 게 보입니다.
 
나무의 앞에는 테이블이 나 있으며,
 
테이블 위에는 여러 색깔의 종이와 펜이 올려져 있습니다.
 
나무 앞에는 팻말이 있습니다.
 
꽤 낡은 팻말에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나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를 나뭇가지에 묶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바알 레미르:(소원을 이루어주는 나무라... 여러색깔의 종이들이 묶인것을 바라보다가 네게 시선을 옮긴다.) 소원있어? 여기에 적을만한 거.
 
시엘로 루카:소원? 흠~ 있으려나. 잘 모르겠지만 일단 써보려고 펜을 들면 뭔가 떠오르지 않을까? (종이에 소원을 써볼 생각인 듯 당신 바라보았다.) 자기는? 쓸 거야?
 
바알 레미르:글쎄... (나무를 올려다본다.) 그래도 몇 안되는 축제인데, 쓰는게 좋겠지. (회색 종이와 펜을 집어든다.) 생각나는 것도 하나정도밖에 없으니까.
 
시엘로 루카:이런 데엔 관심 아예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야. (작게 웃음소리 흘리다가 저도 붉은색 종이 하나와 펜 집고는 무언갈 쓰기 시작했다.) 궁금하긴 하지만, 소원은 이루어지고 나서 뭐였는지 말하는 게 더 좋겠지.
 
바알 레미르:아예 없는 건 아니지. 실제로 소원권 내기에서 승부욕을 보여줬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깨 으쓱인다. 무언갈 쓰는 네가 궁금했으나, 이어진 네 말에 동의했기에 굳이 훔쳐볼 생각은 않고, 자신또한 소원을 적어내린다. 한줄자리밖에 안될 소박하지만, ... 이루어질 일 없을 소원. 그것이 유려한 글씨체로 적혀내려갔고, 이내 곧게 접힌다.)
 
시엘로 루카:아하하~ 그렇긴 하네. 그래도 소원권은 직접 들어주는 거고 이건 정말로 바라는 소망같은 거잖아?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 (다 쓴 것을 바라보다가 곱게 접어 비교적 낮은 쪽에 있는 나뭇가지 근처로 가, 팔을 뻗어 종이를 묶었다.) 날아가면 안 될텐데.
 
바알 레미르:그거 그렇네. (다 접은 종이를 들고 고개를 까닥이다가 네가 종이를 묶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이내 그 옆자리에 종이를 힘주어 묶어내리고.) 네가 무슨 소원을 썼는지 지금 물어보더라도, 어짜피 알려주지않을거지?
 
시엘로 루카:아무래도? (느긋하게 웃어보이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난 정말 별 내용이 없어. 어쩌면 공백일지도 모르는 소원이야. ... 실은 쓰지 못했어. 쓰다가도 지워버렸지. 나는 이렇다지만, 너의 소원은 이루어졌으면 해.
 
바알 레미르:... (의외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무것도 못적었다니. 네가 매단 허울뿐인 종이가 바람에 이따금씩 흩날리는 것을 보고 다시금 시선을 네게 옮긴다.) ...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어쩌면 나도 공백이 더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닥... 인것 같아서. 마음만 받아둘게.
 
시엘로 루카:쓸 수 있다면 쓸 수 있었겠지만, 어쩐지 펜이 움직여지질 않더라고. (느릿하게 시선 아래로 내렸을까. 더이상 무어라고 말을 할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새 주변은 어둑해졌고, 부스에도 하나 둘 조명이 켜지는 걸 본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그 하늘을. 그러다 문득 당신의 손을 잡았다.) 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바알 레미르:...그럴 수 있지. (적어도 같은 소원을 쓸 수 있기를 바랐지만 사람일이 잘 될리가 있던가. 그저 씁쓸한 기분만 남기고 얌전히 하늘을 바라보다가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기울인다.) ...? 가고싶은 곳? 축제에서 볼 곳은 다 봤던 것 같은데.
 
...
 
시엘로는 당신의 손을 꼭 잡은 채 앞장섭니다.
 
평소보다 조금 빠른 발걸음은 설렘이 가득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쩐지 초조한 것 같기도 합니다.
 
시엘로를 따라가다 보니 축제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곳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눈 앞에 보이는 낡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다보면…
 
 
푸른 나뭇잎들 사이로 아름답게 노을이 지는 해가 보입니다.
 
발 밑에는 불이 켜져 화려하게 반짝거리는 축제 모습들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 곳은 인근의 낮은 산 인 것 같습니다.
 
시엘로 루카:여기, 꽤 괜찮지 않아? 이 근처에선 유일하게 잘 아는 곳이라고 해야하나. (뜸 들이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올라오면 속이 트이는 기분이 들거든. 경치 때문에 가끔 왔었어. 옛날에는 사람들이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거의 안 오기도 하고. (주변을 바라보던 시선은 다시금 당신을 향한다.) 이제 뭘 해야할지 알겠지?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도.
 
바알 레미르:(입을 다물고 있었다. 왜냐하면, 네가 축제거리를 벗어나는 이후부터 왠지 네가 어디로 갈지, 그리고 무슨 말을 먼저 꺼낼지 예상이 가서였기ㅡ때문이었다.) ...그래, 모를수가 없지. 이렇게 분위기를 잡고 얘기할 게 달리 뭐가 있겠어. 우리 사이에. (행복했던 시간도 이제는 저 해가 지는 순간 끝날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내가 이루어내리란 것도. 뒷주머니에 꽂아뒀던 권총을 꺼낸다.) 이제, 죽여달라는 거지?
 
시엘로 루카:(당신의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미소지었다.) 너무 티났나? 그래. 아무도 오지 않으니까 네가 여기서 날 죽여도 아무도 모를 거야. 그래서 여기로 데려왔지. 괜히 다른 일에 휘말리면 골치 아프잖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곧 해가 완전히 질 것 같아. 그래도 그 전에, ... 뭔가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도 돼. 뭐든.
 
바알 레미르:티났다고 걱정할 필요없어. 너를 너무나도 잘 아니까 자연스레 눈치챈 것 뿐이야. (하늘을 올려다보는 네 옆모습을 바라본다. 아침의 일은 묻어두고 싶었고, 실제로 축제를 돌아다니면서 잠깐이나마 묻어뒀을 터였다. 나 뿐만아니라 너도.) 그래..., 드디어 해가 지고있구나. (여상한 낯이었다. 축제를 돌아다니던 낯만큼 풀어진 얼굴은 아니었지만.) ...축제를 돌아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이나 신문, 라디오를 통해서 봤어. 세계멸망은... 진짜인거지? 물론 이전에 네가 언급했을때도 난 믿었지만, (그야 네 얼굴이 평소완 전혀, 달랐으니까.) ...진짜로, 멸망하는 거지? 이 세계.
 
시엘로 루카:가끔은 몰라줬으면 좋았을텐데. 특히 이럴 때는 말이야. (문득 아침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기적이게도 죽여달라는 말을 고했고, 잠시나마 행복에 절어있던 그 몇 시간 전의 일.) 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야. (덤덤해보이는 당신,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한 낯을 하는 나. 죽음과 멸망, 죽임과 멸망을 앞 둔 사람들이 맞나 싶었다. 끔찍하지만 모두 현실이었다.) 응. 멸망해.
... 그런데, 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은 게 있어. 이 멸망에 관해서. 아직 할 이야기가 많다고 했던 게, 이거야. 실은 이걸 말할 용기가 없었거든. 그래도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인 이상 진실은 고해야 하지 않겠어? (그리 말하며 잔잔하게 웃어보였을까. 애써 지어낸 웃음은 아니다. 그냥, 시엘로 루카이다. 그러나 내뱉는 말들은 지독하게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있잖아, 사실 너 사고로 죽었어. 아직, 헤어지지 않았을 때. ... 그냥 미칠 것 같았지. 그냥, 살 희망도 뭣도 없어서 널 따라 죽으려고 할 때, 누군가가 나타나서 널 되살려 줬어. 그 대신, 그 누군가가 이 세계가 멸망하는 조건을 걸겠다고 말했다고 해야할까. 미친 조건이야.
세계 멸망의 조건, 궁금하지 않아? 왜 내가 세계 멸망의 원인이라고 했던 건지도.
이 세계의 멸망 조건은 우리 둘의 사랑이야. 우리가 이미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서, 그렇기 때문에 이 세계가 멸망에 가까워지는 거지.
헤어지자고 했던 것도, 이렇게 하면 사랑하지 않게 될까. 그럴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던 거야.
 
시엘로 루카:(왜 이 말을 하는데 목소리가 묘하게 떨리는 거지. 입술 살짝 깨물곤 웃었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그런 웃음을.)
멸망 조건이 우리 둘의 사랑이니까, 내가 죽으면 이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 거야.
 
...
 
이 세계가 우리 두 사람의 사랑으로 멸망한다니,
 
그래서 시엘로를 죽여야한다니.
 
말도 안되는 잔인한 이야기에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성 판정
 
바알 레미르:
SAN Roll
기준치: 59/29/11
굴림: 72
판정결과: 실패
 
이성 2 감소
 
...
 
이야기를 하는 시엘로의 뒤로,
 
해가 지기 시작한 하늘이 보입니다.
 
붉게 노을이 져가는 하늘처럼
 
시엘로의 눈가도 더욱 붉어진 듯 합니다.
 
시엘로 루카: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
그러니 너를 사랑하는 나를 죽여줘.
나를 죽여서 네가 살아있는 이 세계를 지켜줘.
 
Please. XXXX me, Darling.
 
...
 
이대로라면 곧 해가 질 것입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두 사람의 사랑으로 멸망하는 이 세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나요?
 
바알 레미르:나를 사랑하는 너를, ... ... 죽여달라고. (너는 결국 두번째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끝내, 나에게 너 스스로를 죽여달라고 말해버려. 그리고 끝까지 감정을 숨겨내지. 차라리 슬퍼하기라도 했다면 무언가 다른 감정이 들었을까. 그랬다면, 이 상황이 덜 비참했을까. ...여상했던 얼굴에게서 기어코 울음이 흘러나온다. 참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시엘로, 시엘로 루카. ... ... (네게 다가섰다. 명백히 슬픔과 원망으로 얼룩진 얼굴이 추하게 일그러진다. 떨리는 두 손은 네 옷깃을 잡는 듯 하더니, 이내 멱살잡듯 힘주어 당겨냈다.) 내...가. 널 죽였다고 치자. 그럼..., 그럼 말이야. (무조건 참아내는 너 대신에 감정을 토해낸다. 목소리가 떨리고, 더듬거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널 사랑하는 나는? 널 죽이고, 세상을 구했지만. 너의 이전 삶과 똑같이 살 가치가 없어 죽어버릴 것 같은 나는? (멱살을 쥔 손에 힘이 점차 더욱 들어가고 있었다. 격해진다. 그것이 행동이든, 말투든.) 네가 없으면 내가 죽어, 시엘로. 내가, 그러니까. ... 나만이 살아있는 이 세상은 너무도 잔혹할거야. 너를 두고 먼저 걸어갈 정도로 나는 강하지않아. 넌... 이전의 너처럼. 슬퍼하다못해 미쳐 방황하다 자살하는 나를 보고싶은거야? 그런거냐고. 그럴정도로, 나를... 싫어해? (모순적인 질문이다. 너는 분명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보는 네 모든 행동은 너무나도 모순적이었다.)
 
시엘로 루카:(기어코 다시 그 말을 입에 담았다. 나를 죽여줘. 죽여달라는 그 말.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하든, 난 당신의 뜻에 따를 것이었다. 그러나 내 부탁은 나를 죽이는 것. 세계의 멸망을 막고 사랑하는 당신이 살아갈 그 세계를 위해서. 아니, 어찌보면 회피였을까. 당신이 세상으로 돌아온 이상,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랐다. 나 없이도 다시 한 번 안전한 삶을. 나는 이런 핑계로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못하고 당신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잔인한 것들을 쏟아낸다. 또 그 핑계로 사랑을 포기하지도 못한 채 뻔뻔하게 당신에게 돌아왔다. 그런 상념이 이르기 무섭게 당신의 눈물을 본다. 아, 결국 흔들리고 만다. 나를 잡아 당기는 당신의 시선을 피하지도 못한 채 흔들리는 낯으로 당신과 마주한다. 이리도 감정이 격해진 것은 처음 보았나. 고개를 푹 숙인다. 입술을 잘근잘근 짓씹었다. 단단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거짓이라도 멀쩡한 낯을 그려내며 덤덤히 모든 걸 받아들이려 했는데. 입술을 한참을 달싹이다가 겨우 내뱉은 한 마디. 그 한 마디는 떨리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잔잔하고 곧았던 목소리가 폭풍 속에서 휘말리는 낙엽이라도 되는 것 마냥 흔들리고 흩날려 어딘가로 사라진다.)
싫어할리가. 그럴리가 없잖아. 그랬으면, 이러지도 않았겠지. 부러 널 사랑하지 않으려고 떠나가지도 않았을테고.
(덩달아 감정이 격해진다. 사라져가던 목소리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알면서도 외면했던 것들. 내가 당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듯, 당신도 그런 것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금 확실해지는 것들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필연적인 것이다.)
어쩌면 좋을까. 정말로.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도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 걸 하지 못하고, 죽일 수도 없어. 이게, 이게 원래라면 기뻐해야하는 것일텐데 왜 지금은 이렇게 무겁고 무서운 걸까?
(당신을 그제서야 마주본다. 내 모순을 인정하는 셈이었다. 잠깐 사이에 눈물을 참아본다고 짓씹었던 입술은 터지고, 참지 못한 눈물은 흘러버려서 얼굴이 엉망이 되어있었겠지.)
나도, 너랑 같이 살고 싶어. 행복한 나날들을 그리면서. 마치 오늘 낮의 모든 것처럼, 내가 널 떠나가기 전처럼. 이번의 세계처럼. 그런데, 그런데 어쩔 수가 없잖아.
 
시엘로 루카:지금은... ... 이대로, 멸망하는 세계를 보든지, 한 쪽이 죽든지, 같이 죽든지 하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바알. 나머지 선택권은 너에게 있는 걸, 알고 있지? 그러니까, 선택해줘 자기야. 잔인하겠지만.
 
바알 레미르:어쩔 수 없다는 말은 지긋지긋해, 시엘로. (말을 꺼내면서 똑같이 엉망이 되어가는 얼굴을 마주본다. 그것이 답이라는 것 마냥 굴었다. 그래야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도 똑똑히 애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같아서. 이순간에도 마음이 편안했으니까. 확실해지는 것은 하나면 족했다.) ...그래, 아무리 내가 시엘로, 네가 이기적이라고 하고 모순적이라고 하더라도 선택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않으니까. 어쩔수 없는 거겠지. ... ... (긴 정적이었다. 이미 마음속으로는 매듭지은 일이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쉽사리 입밖으로 내뱉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아마, 작은 죄의식때문이라. 멱살을 잡은 손을 놓고, 바닥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 이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가 기다렸을 시간, 그리고 모두가 바라지않았을 시간. 마지막으로 내가..., 원치않았을 시간.)
...난. ....난 못해, 시엘로. (두 손이 위태롭게 떨리다가 이내, 총을 놓쳐버리고 만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과 마찰하는 금속의 소리가 거슬렸지만, 아랑곳않고 말을 이었다.) ..네가, 세상의 멸망이 도래한다는 걸 알고있는데도 나를 살리는 것을 택했듯이, 나도 세상보단 너를 택할래. 그게 맞아. 이 선택에 정답은 없어. (고개를 든다. 너와 눈을 마주하고, 이내 헛웃음을 짓는다.) 사람은 전부 이기적이야. 타인을 위하는 도덕심이 최우선이고,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대다수에겐 옳은 일일 뿐이지, 나 스스로에겐 정답이 아닌거잖아. ... 나는, 내 욕망을 속일 마음이 없어. 오늘 내내 네게 말했고, 지금조차 변함이 없는 것을 보면 너도 알겠지. (팔을 끌어오는 듯 하더니, 이내 허리를 굳게 껴안았다. 노을진 태양에 붉게 빛나는 너를, 기어코 끌어내린다. 이제 세상의 희망은 없어. 나는 욕심많은 인간이 될테니까. 네가 이전에 나를 선택한 것이 덮어질만큼, 내가 더 이기적이게 될게. 그래서 너는 아무잘못없는 사람이 되고, 내가 기어코 너를 나락으로 초대한 나쁜 새끼가 되도록할테니까.)
...마지막까지, 나랑 함께해줘.
(종말의 마지막에 사랑을 논하는 우리가 얼마나 바보같고, 추악할까. 하지만 난 그것으로 만족해.)
 
시엘로 루카:(나 역시도, 그 말들은 지긋지긋했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거짓에 거짓을 덧씌워 가길 몇 번이었나.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잔인한 말들을 내뱉길 몇 번이었나. 그것들이 죄악으로 물든다면, 나는 업이 쌓여, 만약 다음생이 있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있긴 힘들 터였겠지. 차라리 이 정적이 나았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잔잔한 침묵이 물들어 허한 심장을 검게라도 채우는 그 편이 더 나았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답이 돌아오기 전까지. )
...
(귓를 울리는 금속 소리. 결말은 결국 이리 되는 걸까. 그래,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걸 더 바랐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이기적인 만큼, 나도 이기적이었다. 내가 이기적인 만큼 당신도 이기적이었다. 당신이 나를 죽이고 새로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았을 때, 나에겐 행복감보단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그 자리에 내가 없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묘한 절망감에 도망치듯 상념을 멀리하고 이 산 위로 와서 이질적이게도 아름다운 세상을 내려다보곤 했다. 아아, 이기적인 사랑의 끝은 멸망이라고 했던가. 우리에게 아주 알맞는 결말이었다. 당신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내 진심 조차 외면한 채 당신의 행복을 바랐으나, 당신의 행복이 나라면 거부할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달콤한 핑계가 어디있을까. 나를 껴안는 당신을 마주 안는다. 불가항력을 빙자한 욕망이다. 당신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걸 빌미로 한.)
그게 사랑하는 나의, 바알 레미르의 선택이라면 기꺼이.
(멸망을 앞둔 세계를 뒤로한다.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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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을 뒤흔드는 굉음이 들립니다.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저 멀리 무너지기 시작한 건물에서는 연기가 나고 있습니다.
 
하늘에 크게 금이 가고, 이윽고 산산조각이 납니다.
 
조각나 떨어지는 하늘의 파편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무너져 내리는 모든 것들이 두 사람의 사랑 탓이라고 비난하는 것만 같습니다.
 
문득, 시엘로의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면
 
당신을 바라보는 시엘로가 보입니다.
 
그 표정은 안도한 것 같기도 하고...
 
괴로운 것 같기도 하고...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마침내 서로의 시야에 서로만이 담깁니다.
 
두 사람은 무너져가는 세계를 뒤로 하고 눈을 마주칩니다.
 
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랑인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맞춰오는 시엘로에게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는 건,
 
당신이 분명히 시엘로를 사랑하기 때문이겠죠.
 
세계를 등져서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 앞의 멸망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당신은 시엘로와 입을 맞춘 채,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
 
...
 
문득 주변이 정적에 휩싸입니다.
 
알 수 없는 고요함이 주변을 채웁니다.
 
이윽고 들려오는 폭죽 소리에 눈을 뜨자…
 
무너지던 하늘은 온데간데 없고
 
여러 색깔로 아름답게 물든 하늘이 보입니다.
 
하늘에는 수많은 별과 함께 화려한 색깔의 불꽃놀이가 빛나고,
 
축제의 불빛과 사람들로 거리는 생기가 넘칩니다.
 
...
 
'두 사람의 사랑으로 멸망하는 세계 '의 끝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를 지켰습니다.
 
두 사람이 이 아름다운 세계에 두 발을 붙이고 서있을 수 있는 건,
 
분명 두 사람의 사랑 덕분이겠죠.
 
...
 
...
 
...
 
...
 
...
 
End.2 Love me, Darling
 
거짓된 세계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살아있는 채로 현실로 돌아옵니다.
 
이기적인 사랑의 결말이, 결국은 두 사람의 온전함이라니.
 
역설적이기도 하네요.
 
...
 
...
 
...
 
Kill Me, Darling
 
아니,
 
Love Me, Dar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