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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현

[ 로현 ] 憧憬: Myt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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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현아,
 
너는 나를 사랑해야지.
 
憧憬: Mythology
 
w. 나오
 
kpc. 로먼 캐모마일
 
pc. 차주현
 
-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에 무의식중에도 미간이 절로 찌푸려 들었습니다.
 
고개를 서너번 저은 끝에 겨우 뿌옇게 흐려졌던 시야가 맑아지면,
 
당신은 자신이 낯선 공간에서 눈을 떴음을 알아차립니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마디마디 시큰거리는 뼈와 모래를 삼킨 것처럼 건조한 입안의 감각입니다.
 
아니, 그런 것은 당신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겠죠.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정신을 잃었다가 낯선 공간에서 눈을 떴다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정신을 잃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보던 당신은 제 앞에 드리우는 그림자에 시선을 향합니다.
 
그 그림자의 끝을 딛고 당신이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불분명한 기억 위로 합당한 추론이 자리잡습니다.
 
… 아마 이 좁고 조용한 공간에 당신을 데려온 것도 저 사람,
 
로먼 캐모마일.
 
저 사람일 것 같다고,
 
그렇지 않고서야 낯선 공간에서 처음으로 눈을 뜬 당신을 보고 저리 평온한 시선을 던질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어째서,
 
왜,
 
따위의 의문들이 합당한 추론 위로 떠올랐던 것도 같습니다.
 
로먼 캐모마일:주현아, 잘 잤어? 목이 마르진 않아?(멀찍이 서있는 채로 너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묻는다.)
 
차주현:...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인상을 확 찌푸리곤 당신을 노려본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여긴 어딘데. 딱 봐도 원래 우리가 있던 곳은 아니지 않아? (시큰거리는 몸에 잠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사이로 느껴지는 건조함도 기분이 좋진 않았지. 그럼에도 당신의 말엔 답하지 않는다.)
 
로먼 캐모마일:...그런 것들이 중요해?(정말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역시나 네 말에 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주더니 평소와 같이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너에게로 두어걸음 다가오며 묻는다.) 그보다 주현아, 내가 목 마르지 않냐고 물었잖아. 왜 대답을 안 해?(적막에 울려퍼지는 섬찟한 목소리, 마침내 의자에 앉아있는 네 앞에 바짝 붙어서서는 턱을 우악스럽게 붙잡으며 다시금 묻는다.) 대답해 차주현, 몸 상태는 괜찮냐고 묻잖아.
 
차주현: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러고 있는데 내가 뭘 물어보는 것도 못해?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채로 답한다. 목소리가 조금씩 커진다. 상황에 대해선 말을 해주지도 않는 당신에 묘한 억울함과 화가 났던 탓이다. 제게로 다가오는 당신이 묘하게 섬뜩해서 잠시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뜬다. 곧 제 턱을 붙잡는 당신에 작게 욕을 읊조린다.) 미친놈아. 놔. ... 너 지금 이상한 거 알아? (군데군데 아파오는 몸과 잡힌 턱에 눈물이 살짝 맺힌다.) ... 안 괜찮아. 됐어?
아프니까 놔. (그리 말하며 다시금 당신을 노려본다.)
 
로먼 캐모마일:이상하다니, 지극히 일상적인 상황인데 새삼스럽게 뭘 그래 주현아,(네가 제 물음에 대답을 해주자 그제야 다시 잔잔한 웃음을 머금으며 순순히 네 턱을 놓아준다.) 그래? 안 괜찮으면 안 되는데,(작게 중얼거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스프를 조금 떠 네 입가에 가져다준다. 뜨겁지 않도록 입김으로 식혀주는 행동, 딱 먹기 좋을만큼의 양을 덜어 네 입가에 조심스레 가져다주는 다정한 행동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뒤이어 들리는 강압적인 명령조의 목소리,) 입 벌려.
 
차주현:... 그래. 네 모습은 지극히 일상적일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이 상태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지금 네가 헛소리를 하는 것도 조금 포함되고. (당신이 제 턱을 놓아주자 이를 빠드득 간다. 그리곤 잠시 한숨을 쉬었을까.) ... (작게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원래라면 걱정을 해줘야했을텐데. 저에게 입을 벌리라는 당신의 말에 입술을 꾹 다물고 그저 당신을 노려볼 뿐이다.) 싫어.
 
로먼 캐모마일:아무것도 문제될거 없어 주현아, 네가 자꾸 반항을 한다는 것 빼고는 말이야. 입까지 막히고 싶은 건 아니지?(제법 섬뜩할 법한 말을 상체를 숙여 웃음을 머금은 채로 네 귓가에 다정히도 속삭이고는 수저를 물리지 않고 여전히 네 입가에 대고 있는다. 방금 전 그리도 다정한 목소리로 웃음짓던 이가 맞는가. 어느새 표정은 다시금 굳어있다.)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주현아, 다치기 싫으면 입 벌려.
 
차주현:... (제 귓가에 속삭이는 게 어쩐지 소름이 돋아서 잠시 굳고 만다. 반항, 이건 반항인가? 그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한 발악이었을 뿐인데. 당신이 다 말해주면 끝나는 일인데. 잠시 입술을 다시 깨문다. 굳은 얼굴이 섬찟하다. 살짝 동공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 ... (무어라 싫다며 말을 하려고 했지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눈 앞의 당신의 앞에서 그랬다간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눈을 꾹 감고 입을 벌린다.)
 
로먼 캐모마일:착하지.(역시나 다정한 목소리로 한마디, 눈을 감고 있는 네게는 지금의 제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겠지만 이거 하나만은 확실했다. 들려오는 목소리만큼은 온통 기쁨에 차있었다는 것,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지. 하지만 그것을 스스로 자각할 여력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것이 무슨 이유에서건간에, 수저를 들어올려 네 입 안에 스프를 넣어준다.) 어때, 맛있지? 널 위해서 직접 한거야 주현아, 끝까지 다 먹자.(하며 스프를 조금 떠 네 입가에 가져다주는 일을 반복한다.)
 
차주현:(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인상을 찡그리면서 당신이 주는대로 받아 먹을 뿐이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묶인 게 느슨해지길 바라며 힘을 줘본다. 당신이 알진 못하도록 몰래. 팽팽하게 살을 짓누르는 것에 고통이 느껴진다. 그것 외에도 원래도 아팠던 몸 때문인지 소용이 없는 듯 했다. 고통에 무심코 앓는 소리를 내버린다.) ...으...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눈치가 빠른 당신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 이제 그게 확신이 됐겠고. 눈을 슬그머니 뜬다.)
 
로먼 캐모마일:차주현,(별다를 말을 덧붙이지 않고 가만히 네 이름을 부른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위압감이 느껴질만한 상황, 말투, 표정. 눈을 뜨는 너와 가만히 시선을 마주한다. 이윽고 손을 내어 네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까 마지막으로 경고했을텐데, 그렇지 주현아?(부드럽게 네 뺨을 쓰다듬던 손을 그대로, 위로, 들어올려, 네 뺨을 세게 내친다. 그러고는 웃음을 지으며 네 귓가에 속삭인다. 끔찍히도 다정한 목소리로, 사랑을,)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그리고는 뒤를 돌아 방 밖으로 나간다.)
 
차주현:(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조금 포기하고 말았을까.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냥 받아들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흔들렸다.) ... 응. (곧 제 뺨에 닿는 아픔에 눈물이 핑 돈다. 숨을 몰아쉬었다. 얼얼한 뺨에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제게 손찌검을 한 그 사람이 아닌 양 사랑을 속삭이는 것에 다시금 멍해지고 만다. 뺨을 맞고 나서 그대로 고개가 돌아간 채로 있었던 걸 돌려 당신이 나가는 걸 지켜본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제정신이 아니다.
 
로먼 캐모마일은 제정신이 아니다.
 
복잡한 머릿속에도 간결한 문장 하나가 떠오릅니다.
 
애초에 제정신인 사람이 다른 사람을 납치해 감금할 생각을 할까요?
 
소름이 끼쳐 달아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해도 충분히 이해됩니다만,
 
불행히도 뒷걸음질 치려 해도 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야 어렵지 않게 느껴지는 걸요.
 
당신이 의자에 단단히 결박되어있다는 것쯤은,
 
손가락조차 의지대로 움직이기 힘들 지경입니다.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망가진 문장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귓가에 맴돕니다.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인지,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도 남지 않은 방 안은 제법 고요합니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처럼 고요합니다.
 
차주현:(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뜹니다. 정신이 없어 이 좁은 공간 조차도 둘러보지 못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주변을 둘러봅니다.)
 
당신은 방 안을 둘러봅니다.
 
무력하게도,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고작 그런 것 뿐인가보죠?
 
방 안에는 아무것도,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당신이 의자에 묶여있을 뿐,
 
차주현:(한숨을 쉰다. 또 뭐가 문제였을까. ... 지난 일을 생각해보려고 해도 묘하게 붕뜬 느낌에 골이 울린다.)
(다시 한 번 결박당한 몸을 비틀어봅니다.)
 
당신의 손발에는 수갑이, 몸에는 밧줄이 단단히 묶여 있습니다.
 
어찌나 단단히 묶어두었는지 조금도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차주현:(풀릴 기미도 없고 힘도 다 빠진 채로 그저 늘어져 있는다. 알지 못할 상황에 환멸이 난 건 덤이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정신을 차리려 해본다.)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합니다.
 
어쩌면 조용한 방 안에 무언가 작은 소리라도 들리지 않으려나요?
 
<듣기> 판정이 있습니다.
 
차주현: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75
판정결과: 실패
 
...오직 당신의 심장소리가,
 
당신의 심장소리만이 크게 울려퍼집니다.
 
조용하고 고요한 방 속에,
 
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는 더욱 당신의 전신을 망가뜨릴 뿐입니다.
 
방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이 방 바깥이 어떤 모습인지라도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정신을 잃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탈수증상이 오기 전에 깨어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며칠씩이나 지난 것은 아닐 듯 싶습니다만,
 
그것이 위안이 되었든지 되지 못했든지 그런것과 별개로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감내해 진즉 녹초가 된 몸은,
 
당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다시금 잠의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꿈이라도 당신이 바라는 바를 보여주기를 바라며…
 
-
 
꿈, 그래요. 당신은 꿈을 꿉니다.
 
눈꺼풀 속에서도 눈을 감은 것인지 꿈속은 온통 새까맣게 보입니다.
 
꿈 속에서조차 그 좁은 방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갑갑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몸부림을 치려 해도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는 것까지 현실과 닮아 있어 꿈을 꾸는 것이 맞는지 의아할 무렵,
 
어둠을 가르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누군가가 남긴 인사였던 것.
 
그 인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생각해보고 싶지 않습니다.
 
감정을 강요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끔찍하지만 당신의 상황이 굴종을 달게 가정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몸에 묶인 수갑과 줄을 풀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조금 더 편안하고 폭신한 쿠션이나 침대를 준비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제 곁에 남아 지독한 침묵을 채워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고,
 
그 나약한 마음을 탓할 이는 없습니다.
 
이윽고 기묘한 빛이 들고 당신은 짧은 꿈에서 깨어납니다.
 
<정신력> 판정이 있습니다.
 
차주현:
정신
기준치: 75/37/15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소스라치게 놀랐을 때처럼 꿈에서 깬 당신의 몸은 식은 땀에 젖어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쾌하게 느껴지기 보다 여전히 적막하기만 한 방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현실이 더욱 절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성> 판정이 있습니다.
 
차주현:
SAN Roll
기준치: 65/32/13
굴림: 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무기질만이 가득한 방은 지나칠 만큼 자극이 적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들리는 것은 자신의 숨소리,
 
심장박동 소리,
 
보이는 것은 막힌 벽과 누군가 열 때까지 결코 열릴 일 없는 문입니다.
 
차주현:(들리는 소리라곤 온통 제 몸에서 나는 소리들. 묘하게 정신이 아득해지고 미칠 것 같아서 최대한 버텨보려 아득바득 일부러 몸을 비튼다. 몸이 아파지고, 밧줄이 당겨지는 소리, 수갑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나마 나을 것 같아서. 적막함 속에 있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앓는 소리를 내진 않으려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상처가 나 피가 흐르기 전까진. 피가 흐르고 나선 깨물었던 입술을 놓고 숨을 몰아쉬었다.)
... 진짜, 뭐가 문젠데... (라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거렸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이 흘러 내려왔다. 그 사이로 몰래, 아무도 보는 이가 없지만 몰래 눈물 한 두 방울을 떨궜다.)
(지금 내 상태가 무력하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정신을 놓고 미쳐버리기엔 그런 걸 원하진 않아서. 다시 숨을 몰아쉬고는 그친다. 기다리면 아마 네가 올테니까.)
 
그래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이런 것 밖에 없습니다.
 
무력하게 누군가를,
 
아니 그를,
 
기다리는 일.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반갑게 느껴졌다면 그것 또한 당신에게 있어서는 꽤나 역겨운 일이었겠습니다만,
 
지나치게 고요했던 방에 울린 소리는 당신의 바람과는 달리 제법 기분 좋은 자극이었을 터입니다.
 
달라질 것이 없었던 좁은 방 안에 그림자가 다시금 비칩니다.
 
그 그림자를 밟고 선 사람이 누구인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연속된 발자국 소리에 반가움을 느낄 쯤이면,
 
익숙한 스프의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허기가 지고 갈증이 난다는 것이 우습긴 우습습니다.
 
로먼 캐모마일:(작게 중얼거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스프를 조금 떠 네 입가에 가져다준다. 뜨겁지 않도록 입김으로 식혀주는 행동, 딱 먹기 좋을만큼의 양을 덜어 네 입가에 조심스레 가져다주는 다정한 행동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뒤이어 들리는 강압적인 명령조의 목소리,) 주현아, 입 벌려.
 
차주현:(저번보다는 조금, 당신의 말에 잘 따른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강압적인 목소리에 한동안 당신을 묘한 두려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다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곤 슬그머니 입을 벌린다.)
 
로먼 캐모마일:(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네 입 안에 스프를 넣어준다. 그 행동을 반복, 또 반복. 접시가 전부 비워질때까지 행동을 반복하고는 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이번에도 속삭인다.)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차주현:(제 이마에 입을 맞추는 당신에 무심코 몸을 흠칫 떨었다. 그리고는 잠시간 말이 없더니, ) ... 잠시만. ... 가지마. 나랑 얘기 좀 해.
 
로먼 캐모마일:...그래 주현아, 무슨 얘기를 할까. 응?(네가 순순히 굴었기 때문인지 꽤나 기분이 좋아보이는 얼굴로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너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차주현:(실은, 얘기를 하자며 붙잡은 건 홀로 있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래서 붙잡았다. 할 이야기가... 생각이 나진 않아서 다시금 한동안 말이 없이 입을 달싹이다 겨우 말을 내뱉었다.) ... 있잖아, ... 날 정말 사랑해...? 사랑해서 이러는 거야?
 
로먼 캐모마일:...당연하지 주현아, 사랑하지 않으면 이런 행동을 하겠어?(너를 묶어두고, 가둬둔 행동. 그것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다. 너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스프를 챙겨주고 다정한 목소리를 속삭이며 이마에 입을 맞춰주는 일들을 지칭한 것이지. 다분히 정상적이지 못한 발상이었다. 그렇기에 네 물음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스프 접시를 의자 옆에 내려두고는 피가난 네 아랫입술을 가만히 쓸어주며 말한다.) 괜한 짓을 했네 주현이, 입이라도 맞춰줘야 내 사랑을 믿을래?
 
차주현:(사랑하면 이러지 말아야지, 라는 말은 애써 속으로 삼켰다. 애초에 사랑했다면 말도 없이 이랬으면 안 되잖아. ...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의문을 억지로 억지로 찍어누른다. 이 의문들을 전부 말하기엔 당신이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다정한 손길에 익숙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안정이 되는 나 자신마저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드디어 미쳐가나?) ... 해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로먼 캐모마일:그럴까.(상황에 맞지 않게도, 너무나도 자연스럽도 일상적이며 당연한 일이라는 듯이 네 아랫입술을 연신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주다가 상체를 숙여 네 얼굴을 가까이서 마주한다. 이상할 것 하나 없다. 네가 의문을 가질만한 것또한 아무것도 없어.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랑이잖아? 천천히 네 입술을 제 입 안에 머금는다. 피가 난 곳을 아프지 않게 살짝 물었다가 두터운 혀를 네 입 안 깊숙히 밀어넣는다.)
 
차주현:(가까이 마주한 당신의 얼굴은 내가 사랑하는 그 로먼 캐모마일이었다. 상황이 이러지만 않았어도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당신을 끌어안고 진득하게 사랑을 읊어줬을 것이었다. 홀로 있는 게 무서워서 이렇게라도 시간을 끄는 내가 조금 역겨워지려고도 한다. ... 익숙하게 맞물리는 입술이지만 이 묘한 분위기 속에서의 간극은 어쩔 수 없었다. 원래라면 당신의 목에 제 팔을 두르고 더욱 깊게 당신의 숨을 탐했을텐데. 묶이고 속박 당한 팔과 손 때문에 고개를 빼내어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조금 간절했을지도 모른다. 이 키스가 끝나면 당신은 또 갈테니까. 질척하게 섞이는 물기 어린 외설스러운 소리들이 이 방 안을 울린다.)
 
로먼 캐모마일:(고개를 빼내어 제게 매달리는 모습이 이렇게까지 기꺼울 수가 있는건지. 겹치는 입술 새로 웃음을 머금은 채로 키스를 이어나간다. 두터운 혀로 네 작은 입 안을 헤집고 집요하게 입천장을 쓸어내린다. 고요한 방 안에 울리는 물기 어린 외설스러운 소리, 천천히 상체를 물려 입술을 떼어내고는 네 모습을 만족스럽게 내려다본다.) 착하게 있어 주현아,(의자 옆에 놓아두었던 스프 접시를 집어들고는 다시 방 밖으로 나선다.)
 
다시금 그는 등을 돌려 좁은 방 밖으로 나섰습니다.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망가진 문장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귓가에 맴돕니다.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인지,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무심코 초조해질 만큼 방 안은 어떠한 변화도 없습니다.
 
둘러볼 것도 없습니다.
 
같은 높이에서 떨어지는 조명까지도 움직임 없는 그림자를 담아내고 있으니까요.
 
아무도 남지 않은 방 안은 제법 고요합니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처럼 고요합니다.
 
지나치게 고요한 방안에서 당신은 당신의 혈액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제가 눈을 깜빡이는 소리까지도 소리의 범주에 들여보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일상적인 자극이 부족합니다.
 
이 무자극의,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그런 물음이 의미가 있는지 아무 의미도 없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오늘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하루가 지나갔다는 사실만이 건조하게 현실로 남아있을 뿐…
 
-
 
보고 듣는 것들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탓일까요?
 
다시금 당신은 꿈을 꿉니다.
 
저번과 똑같은 꿈을,
 
여전히 눈꺼풀 속에서도 눈을 감은 것인지 꿈속은 온통 새까맣게 보입니다.
 
꿈 속에서조차 그 좁은 방을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갑갑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몸부림을 치려 해도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는 것까지 현실과 닮아 있어 꿈을 꾸는 것이 맞는지 의아할 무렵,
 
어둠을 가르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그 인사를 곱씹는 것만이 당신의 꿈의 전부입니다.
 
사랑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일수도,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단언일수도 있습니다만,
 
테이프였다면 진즉 늘어져버렸을 만큼 반복된 생각은 끔찍하지만 굴종도 나쁘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자꾸만 내놓습니다.
 
벌써 16일 만큼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당신의 몸에 묶인 수갑과 줄은 떨어질 일이 없었고,
 
끼니를 건네고 그가 떠나면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홀로 남겨져 그가 다시 돌아올 시간을 무작정 기다려야만 합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면 몸에 묶인 수갑과 줄을 풀어줄 것만 같습니다.
 
아니라면 적어도,
 
제 곁에 남아 지독한 침묵을 채워줄 것만 같습니다.
 
…적어도 완전히 고착된 지금과는 다른 전개가 펼쳐질 수도 있겠죠.
 
지금과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그 상황에 대한 생각으로 웅덩이에 담긴 물처럼 고여버린 생각을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6일이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시간이 당신을 갉아먹을대로 갉아먹지 않았습니까.
 
이대로 오늘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보낸다면 앞으로 또 며칠을 더 고착상태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어쩌면 영원히가 될 수도 있겠죠.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제서야 눈이 떠집니다.
 
당신은 이제 새삼스럽게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뜨는 것에 당황스러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16일 동안 반복된 비일상적인 일상은 이 낯선 공간을 지나치게 낯익은 공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쾌하게 느껴지기 보다 여전히 적막하기만 한 방에 홀로 남겨져 있다는 현실이 절망적으로 다가옵니다.
 
<이성> 판정이 있습니다.
 
차주현: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이 1 감소합니다.
 
로먼 캐모마일:(작게 중얼거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스프를 조금 떠 네 입가에 가져다준다. 뜨겁지 않도록 입김으로 식혀주는 행동, 딱 먹기 좋을만큼의 양을 덜어 네 입가에 조심스레 가져다주는 다정한 행동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뒤이어 들리는 강압적인 명령조의 목소리,) 주현아, 입 벌려.
 
차주현:... 응. (텅 빈 인형마냥 공허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다가 대답하고는 당신이 제게 먹여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먹는다. 이미 그 많은 시간동안 해왔던 일이니. 거부할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 발버둥 치며 벗어나보려고 했던 결박은 살갗을 파고들어 상처를 냈고 상처는 긴 시간동안 서서히 낫다가 다시 터지길 반복해 옷엔 울긋물긋한 핏자국이 남겨져 있을터. 고통마저 조금은 익숙해졌는지 이젠 몸을 움직일 때 아픈 느낌도 심하게 들진 않았다.)
 
로먼 캐모마일:(결국 제게 순순히 복종하는 네 모습이 기껍다. 아니 기껍기만 했나. 온통 기쁜 마음 한구석에 다른 감정이 하나 피어오른 것도 같았지만 애써 이를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너에게 스프를 조금씩 떠서 먹여준다, 반복적이고 이윽고 일상이 되어버린 일련의 행동을 마치고는 스프 접시를 든 채로 멍하니 너를 내려다본다. 살짝, 접시를 든 손이 떨렸던가.) ...주현아,(나직이 네 이름을 입에 담아본다. 쨍그랑, 결국 떨리는 손에 간신히 들려 있던 접시가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곤두박질쳐 산산조각난다. 날카로운 접시의 조각들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 모양인지 그 위에 무릎을 꿇어 앉고는 네 무릎에 두 손을 올리고 애절한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해 주현아,
하지만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차주현:(제 이름을 부르자 반사적으로 다시 당신과 눈을 마주친다. 텅 빈 눈이었지만 입을 열고 말하는 목소리는 평소의 차주현인 채로였다. 피폐해졌지만 목소리 만큼은 여전했다.) ... 왜? 갑자기 부르고. (꿈뻑꿈뻑. 인형같은 모습으로 눈을 깜빡일 뿐이다. 뭔갈 더 얘기하겠거니, 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곧이어 접시가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다시 본 당신의 모습은, 제게 무릎을 꿇고 항상 해온 말을 하는 것. 왜 애절한걸까. 뭐가. 이젠 반항도 뭣도 안 하는데. 그냥 당신이 원하는대로 있을 뿐인데. 만족한 것 아니었어?) ... 뭐가 미안해. ... 이제와서. ...이미 미안하다고 하기엔 멀리 왔지 않아? 그런 말을 할 거면... 거짓이라도 그런 말을 할 거면 내가 포기하기 전에 했어야지. (묘하게 목소리 마저 감정이 들어있는 것 같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었다.) 처음에 그랬어야지!! 이미 망가졌는데... ... 아냐. 됐어. ... 그냥. ... 무시해. 아무것도 아니니까. 괜찮아.
 
로먼 캐모마일:(네 무릎에 올려둔 두 손에 얼굴을 묻는다. 네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으며, 의문, 질책, 후회, 체념 등의 감정이 폭풍처럼 전부 지나간 후에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네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곧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얼굴로, 기이하게도 네가 아닌 내가, 감정, 감정이란 게 네 말 속에 들어있었던가. 이제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몸을 일으켜서 등을 돌려 방 밖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다. 깨진 접시 조각에 찔려 피가 스며나오는 무릎이, 아니, 우리의 모습이 처참하기 그지없다.)
 
다시금 그는 등을 돌려 좁은 방 밖으로 나섰습니다.
 
"...미안해 주현아,"
 
"하지만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망가진 문장이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귓가에 맴돕니다.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인지,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딱 하나 변화한 것이 있었다면 미안하다는 말,
 
처음 보는 혼란스러운 표정,
 
그러나 그가 나가고 홀로 남겨진 방 안은,
 
무심코 초조해질 만큼 어떠한 변화도 없습니다.
 
둘러볼 것도 없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것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입술을 물었다 놓는 행동 조차도,
 
지나치게 반복된 탓에 당신의 입가는 꽤나 말랐습니다.
 
차주현:(망가진 문장이 귓가에 맴돈다. 오늘은 미안해, 까지 맴돈다. 미안해, 사랑해. 너도 나를 사랑해. ... 처음보는 혼란스러운 모습, 애절한 목소리. 아무것도 익숙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익숙한 거라고는 묶인 채로 보는 시야. 오늘도 몸을 비틀어본다. 상처가 다시 터지면 그 때서야 저릿한 고통으로 정신을 붙든다. 상처에 늘러붙는 옷 때문에 아파와서 앓는 목소리가 방 안에 울린다. 그렇지만 곧 멎는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다. 변수가 생기면 일상이 깨지기 마련인데. 또 뭐가 일어날지. 따위의 상념을 떠올리며. 그렇게 어둠 속으로 서서히 잠겨간다. 정신이 더욱 갉아먹힌다.)
 
아무도 남지 않은 방 안은 제법 고요합니다.
 
영영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처럼 고요합니다.
 
당신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나치게 고요한 방안에 있다보니 당신은 당신의 혈액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소리까지도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제가 눈을 깜빡이는 소리까지도 소리의 범주에 들여보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일상적인 자극이 부족합니다.
 
귀를 울리는 이명조차 달콤합니다.
 
이 무자극의,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생활은 이미 당신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이대로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절망하는 것도 이제 질려버린 당신은,
 
익숙한 침묵 속에 하릴 없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할테죠.
 
-
 
눈꺼풀 속에서도 눈을 감은 것인지 꿈속은 온통 새까맣게 보입니다.
 
이제 좁은 방에서 벗어나지조차 못한 채 갑갑한 꿈을 꾸는 것은 익숙하다 못해 새삼 놀랄 것도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미안해 주현아,"
 
"하지만 사랑해 주현아,"
 
"너도 나를 사랑해."
 
누군가가 남긴 인사였던 것.
 
그 인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해볼 것도 없습니다.
 
다만, 그가 입 밖에 낸 다른 문장을 되짚어 보는 일은 반복되는 꿈 속에서도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겠습니다.
 
무엇에 대해 미안함을 표한 것일까요.
 
애초에 미안했다면, 어째서 지금도 자신을 두고 방을 나서버린 것일까요?
 
사랑한다면, 적어도 제 곁에 남아있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 그래도 얼마만에 새로 주어진 변화인지…
 
그의 말에 부정적인 생각보다 반가움까지 싹트고 있음을 당신은 애써 모른척하며,
 
긴 무의식을 꿈의 대신으로 달게 받아들였습니다.
 
어둠,
 
어둠,
 
어둠,
 
이 쯤 되면 달칵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법도 합니다만,
 
어째선지 주변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꿈에서 일찍 깬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당신은 꿈속과 현실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잠을 자고 깨길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은 지난 것만 같습니다.
 
시간이 흐른 느낌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만,
 
갈증은 목마름을 넘어서 당신을 탈진 직전까지 몰아갔고 지나친 공복에 헛구역질이 날 지경입니다.
 
<건강> 판정이 있습니다.
 
차주현:
건강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체력이 1 감소됩니다.
 
이대로 버려지기라도 한 것일까요?
 
목이 터져라 소리쳐도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는 곳에 당신은 남겨진 것일까요?
 
그가 설마 이곳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걸까요?
 
차주현:(...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다. 또 난 다시 버려진 건가? 날 또 놓고 떠나간 걸까. 몇 번이고 소리를 지르고 몸을 비틀어서 그런지 목소리는 나오지도 않고 쉬어버렸다. 상처는 다시 터져 나아가는 중이었다. 눈가는 부르터서 따가울 지경이지. 정말로? 정말? 또...? 당신을 다시는 놓지 않겠다고 했는데 당신이 날 아무것도 못하게 이리 만들어 놓고 떠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혼자 남겨져 있다는 것이 정신을 지배한다. 다시금 눈물이 터진다. 끅끅거리며 눈물을 쏟아낸다. 탈진 증상 때문에 머리가 핑 돌아서 고개가 뚝, 떨궈진다.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입가에 묘한 비릿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냥 미쳐버릴까. 그만 버틸까. 애써 아득바득 버티던 것 마저 당신이 사라졌으니 이제 아무 의미가 없잖아.)
 
불안,
 
초조,
 
혹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
 
아니, 감정이란 게 당신에게 남아있긴 한가요?
 
이만 정신을 놓고 함께 미쳐버린다면,
 
편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릇된 생각만 자꾸 들어옵니다.
 
끼익,
 
그 순간 거짓말처럼 문이 열립니다.
 
그곳에는 빌어먹게도 반갑기 그지 없는 로먼이 서있습니다.
 
그는 처음 봤을 때보다 조금 야위어있으며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규칙적이지 않은 발걸음으로 당신의 코 앞까지 온 그는 다시금 당신의 무릎에 머리를 묻습니다.
 
로먼 캐모마일:사랑해 주현아,
그러니까 너도 나를 사랑해야지... 응?
...아니야, 사랑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하지만 나를 사랑해주었으면 해.
여기 있어. 나랑 단 둘이 있자.
아니, 역시 아니야. 미안해. 힘들었지. 함께 있어주지 않아도 괜찮아. 여전히 널 사랑하니까.
 
쏟아지는 말들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어리석은 말들이 들리지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제 머리를 쥐어 뜯으며 말을 하던 로먼은 이내 말을 끊고 완전히 움직임을 멈춥니다.
 
이윽고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몸에 묶인 줄을 스스로 풀어줍니다.
 
손이 떨리는 탓에 몇 번이고 손이 헛돌아 한참만에 당신의 몸에서 밧줄과 수갑이 떨어집니다.
 
오랫동안 움직임이 제한되어있던 몸의 근육이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온전히 당신은 자유로워졌습니다.
 
그가 애원합니다.
 
이제서야,
 
그 동안의 모든 선택을 후회한다는 듯이.
 
로먼 캐모마일:...이러려던 게 아니야. 내가 바라던 사랑은 이게 아닌데, ...내가 제정신일 때 이곳을 떠나 주현아, 응? 여태 내 말을 잘 들어줬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한번만 착하게 내 말을 들어 주현아, 나를 잊고 내 사랑은 잊어. 설령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떠나.
 
차주현:... 이기적인 새끼. (당신을 여전히 감정 없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운을 뗀다.) ... 갑자기 이런 곳에 날 가두고 또 갑자기 떠나가놓고선 다시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나보고 떠나라고? 너를 잊으라고? (감정이 없던 눈에는 화 라는 감정이 서서히 차오른다. 그 화는 눈물로 고여 흘러내린다.) 예전부터 넌 항상 그래. 네 멋대로야. 지 좋을대로 난 신경도 안 쓰고!! 날 정말 사랑하긴 했어? 난 사랑하니까 지금까지도 버티면서 이러고 있는 건데? 넌 모든 게 그렇게 가벼워? 그렇게 떠나라고 할 만큼? (윽박지르듯이 소리를 지르다 결국 당신의 멱살을 잡는다.) 내 눈 똑바로 봐. 니가 스스로 봐. 내 눈 속에 뭐가 담겨 있는지.
 
로먼 캐모마일:...미안해. 미안해 주현아, 미안해...(이외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네가 하는 말에 틀린 부분이라고는 일절 존재하지 않았으며 여기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너에게 잔인한 말밖에 되지 않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기에 구태여 무어라 덧붙이지 않았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머리가 너를 향한 사랑으로 복잡해. 할 수만 있다면 사지를 전부 잘라 어딘가에 버려두고 나만을 바라보게 하고싶은데, 나는 네가 망가지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어, 그러니, 그러니...) ...떠나 주현아, 한번만... 한번만 더 내 말을 들어주면 되잖아. 착하지... 응?(멱살이 잡히자 힘없이 일으켜지며 멍한 눈으로 너를 가만히 보고있는다. 네 눈에, 무엇이 담겨있을까 주현아, 나는 알 수 없어. 나는 제정신이 아니야. 아무래도 나를 향한 원망이 담겨있겠지? 곧이어 시야에 담기는 수갑에 이리저리 쓸려 상처가 잔뜩 짓물린 네 손목, 그것이 눈에 들어오자 떨리는 손을 내어 네 손목을 쥐어 제 입가에 가져온다. 곧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짓물린 상처에 입을 맞추고는 속삭인다.) ...아팠지. 미안해 주현아, 어서 떠나. 부탁이야. 제발... 제발.
 
차주현:...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이제와서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할 거였으면 아주 오래 전에 했어야 하지 않아? 차라리 뻔뻔해지라고. (그리 말하곤 멱살을 더 세게 틀어쥐곤 이빨을 빠드득 간다. 근육이 비틀리는 느낌이다. 힘 없이 앉아만 있다가 처음 그래서 그런 것이겠지. 있잖아. 난 이제 널 놔줄 생각이 없다면 어쩌면 좋을까. 내가 망가지고 갈라지고 너로 인해 구제불능이 되어도 널 놓을 수 없다면?) 지금까지 잘 들어줬던 것 같은데. 몇 번이고 네가 불안해져서 나한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널 붙잡고 다시 돌아오고 반복한 건 이제 기억도 안 나나봐?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로 입꼬리를 올린다. 미소가 아니다.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당신에 힘이 그만 빠지고 만다. 난 항상 당신만을 담고 있는데. 언제나. 이 곳에 박혀있을 때 내내, 눈에 담은 건 당신. 그 외의 다른 일상들에서도 난 너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 틀어 잡았던 멱살을 놓는다. 그리곤 제 손목에 입술을 맞추는 당신을 본다.) ... 안 갈건데. 네가 항상 원했잖아. 내 곁에 있어, 날 사랑해야해. 라고 하면서. 이건 또 무슨 변덕일까. 난 너한테 참 쉬운 사람이었나봐. 그렇지? (그친 눈물 사이로는 이젠 당신만을 눈에 담고 있는 내가 보였다.) 로먼 캐모마일. 하나만 물을게. 그 말 진심이야? 정말로 내가 떠나가도 버틸 수 있어? 내가 널 잊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행복해지는 걸 버틸 수 있냐고 물었어. 네가 아닌 다른 사람과 행복한 내가 있다고 해도 버틸 수 있어?
 
로먼 캐모마일:...가라니까! 내가 적어도 널, 내가 망가지더라도 널 놓아줄 수 있을 때 가 주현아,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하잖아 응?(처참하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처참히도 안쓰러운 모습이기만 했을터이다. 무력하게 너에게 멱살을 잡혀 곧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애원을 하는 모습은 결코 한 사람을 아무것도, 아무도 없는 방 안에 가두어 묶어두고 망가지도록 만든 사람의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모습이었다. 오히려 반대로 보였다면 보였겠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말라니?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데도? 너는 그런데도 내 곁에 계속 있을 수 있는거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네 말들이 의문이 되어 머릿속을 복잡하게 어지른다. 멱살이 놓아지자 힘없이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는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나 약해진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나. 도통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들려오는 너의 말들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말들의 나열이라서, 바닥에 시선을 둔 채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아니, 차마 눈물을 흘릴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주현아, 주현아. 나는 제정신이 아니야. 너도 알잖아. 할 수 있다면 고작 너를 이렇게 가두어 묶어두는 정도가 아니라 네 손발을 모두 잘라 어딘가에 버려두고 내 품에 있게만 하고 싶어. 네 눈에는, 네 눈에는 이게 정상같아 보여? 이래도 내 곁에 있고싶어? 이래도 내 곁을 안 떠날거냐고!! 제발... 제발 부탁이니까 지금 떠나! 죽고싶은 게 아니면, 내가... 내가 말하잖아... 내 말이라면 너는 무엇이든 잘 들어줬잖아...(고개를 쳐들고 광기어린 눈으로 너를 바라보며 윽박지른다. 네가 떠난다면 버틸 수 있겠느냐고? 다른 사람과 행복할 너를 볼 수 있겠느냐고? 멍청한 질문이야. 네가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버틸 수 없어. 하루하루 죽어갈 뿐이겠지. 하지만 너는 그래선 안되니까, 그래서 너를 놓아주려는거야. 할 수 있을 때에, 너를 놓아줄 수 있을 때. 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그 사람마저 죽음에 몰아넣고 싶어지겠지. 그러니,) ...나는 여기서 죽을거야. 그러지 않으면 너랑, 네가 사랑할 사람을 죽여버릴 것만 같으니까. 이곳에서 나가서, 문을 잠가. 나를 묶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주현아? 사랑해... 사랑하니까 그러는거야...(네게 윽박지르다가도 힘없이 이어지는 목소리가 무력하다. 잡고 있던 네 손목을 당겨 너를 물러나게 하고는 네가 앉아있던 의자에 기꺼이 몸을 앉힌다. 스스로 손목을 의자 뒤로 하고는 널 멍하니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키스해줄래? 사랑한다는 말은, 없어도 괜찮으니까.
 
차주현:(왜 네가 울 것 같은 표정이야. 눈물을 흘려야할 건 나인데. 억울한 건 나 아니야? 당신으로 인해 망가지고 고쳐지고 다시금 망가지길 수없이 반복한 게 나인데. 고작 이런 걸 가지고 떠나라고 하는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어이가 없었다고 해야함이 맞겠지. 떠나라는 말을 처음 들어서 더 그런 것일까. 나에게 이별을 강요하는 당신이 원망스럽다. 이기적이다. 잔인하다. 비겁하다. 내 의지는 단 한 가지도 들어가 있지 않은 것들. 그저 요구하는 것들. 바닥에 주저 앉은 당신을 본다. 나약해진 당신을 본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나의 사랑일까 아니면 스스로 무너진 걸까. 죄책감이라는 것에.) 네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곁에 남을 정도로 너를 사랑하게 만든 건, 나 마저도 제정신이 아니게 미쳐버리게 만든 것도 너야. 하긴. 정상은 아니지. 너도 나도 정상은 아니야. 아니니까 이러고 있는 거 아니겠어?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미 이렇게 풀어주자 마자 박차고 도망갔겠지. (잠깐의 간극.)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떠나라고... 어차피 네가 미쳐서 날 죽인다고 해도 정신 차리면 너도 바로 죽을 거잖아. 너도 날 못 떠나고 다시 돌아와놓고선 나보고 널 떠나래. 그 말 자체가 이해가 안 돼서 못 떠나. 나는. (가만히 당신을 바라본다. 아주 덤덤한 얼굴로. 그리곤 잔인한 말들을 내뱉었지. 내가 유일하게 잔인해질 수 있는 기회니까. 난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아. 항상 놓치는 게 많았거든.) 난 이제 네가 없으면 못 사는데. 버티려고 해도 못 버틸 것 같은데. 잠깐 네가 날 가두고 떠나가버렸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또 날 떠나갔나? 난 다시는 널 놓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또? 난 혼자인가? 그냥 정신을 놓고 미쳐버릴까. 네가 사라졌으니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을까. 하면서 다 포기하려 그랬어. 날 이렇게 만든 사람이 누굴까? ... 너라고. (당신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광기어린 그 말들이 어쩐지 만족감이 든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아는 로먼 캐모마일이라면.) 이거 하나 알려줄까. 내가 너 이후로 사랑할 사람은 없어. 애초에 내 모든 게 너한테 맞춰져버렸는데. 어때, 만족스럽지 않아? 너밖에 사랑하지 못하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자 너를 사랑하는 사람인데. (헛웃음이 난다. 사랑. 그 사랑 때문에 이지경까지 왔지. 사랑이라는 것 자체가 나에게 그렇게 무겁다는 걸 당신은 알까. 이 무거운 걸 그대로 내려두고 떠나기엔 책임이 큰데.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들이 있어서, 그것들이 짓눌려서 그대로 내가 맞춰져 버려서. 다른 사랑을 붙들려면 더욱 갈리고 말텐데.) ... 나도 사랑하니까 이러는 거야. 사랑하니까 안 떠나고 너하고 같이 미쳐버리든지 죽어버리든지 이대로 여기서 같이 살든지 해주겠다는데 왜 넌 전부 거부하려 하는데!! ... ... ... 그래. 원하는대로 해줄게. 그리고 나도 원하는대로 할 거고. 서로가 서로에게 지독하게 이기적이게 되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로먼? (그리곤 당신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근육들 하나하나가 쑤셔온다. 그대로 당신의 무릎에 올라타 위에서 당신을 내려다본다.)
사랑해, 로먼 캐모마일.
너도 나를 사랑해.
(그러니까 이대로 그 사랑 속에서 잠식되자.)(당신의 목에 팔을 두르고 제 입을 맞춘다. 진하게. 지독하게. 내 마지막 이기심이다.)
 
당신은 끝끝내 로먼의 품에 떨어졌습니다.
 
손도 발도 자유롭지만 이대로 로먼의 곁에 남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물 속으로 가라앉는 돌멩이가 그렇듯,
 
거스르지 않는 편이 편안하다는 것을 당신은 이제 부정하지 않습니다.
 
비록 우리의 사랑이 정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도,
 
너도 나도 둘 다 미쳐버려 잠식되더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지독하게 이기적이게 되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내린 선택이 어리석은 것이라 해도,
 
설령 우리가 말하는 사랑이 잘못됐다 해도,
 
이 감정은 우리의 생에 다시 없도록 낭만적인 것이니…
 
[엔딩 B]
 
낭만에 대한 동경
 
KPC/탐사자: 로스트
 
엔딩 보상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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